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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Dec 06. 2023

일요일 아침엔 등산이 제격이지

청계산


아침 공기가 차다.

같이 산에 오르기로 한 친구들과 청계산입구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은 한산하다.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 없다. 추워서 그런가.


친구들은 약속 시간을 잘 지켰다. 심지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왔다.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하다. 배려받고 존중받는 기분이다. 나이가 들며 더 확고해진다. 버릇처럼 10분 20분 씩 늦는 사람들은 어쩐지 피하게 된다. 매번 약속에 늦는 사람들은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약속에도 늦을까? 아니다. 무시할 만한 사람들에게만 늦는것이다. 우리는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지각하지 않는 능력은 성공의 기본이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공기가 시원하다. 오히려 걷기에 좋다.


한걸음씩 내딛는다. 얼음이 얼어있다. 겨울이 맞긴 맞구나.

벌써 한 해가 다 갔다.

눈으로 얼음을 보니 더 춥다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친구들은 별 기색 없이 조용히 올라간다. 나는 숨이 차서 먼저 올라가라고 했다. 꼭 같이 페이스를 맞출 필요는 없겠지. 앞서기도, 뒤쳐지기도 하면서 밸런스는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힘들다. 정자에 앉아 잠깐 쉰다.


정자에서 출발할 때, 분명히 ‘매봉 800m’라고 써있는 표지판을 보고 열심히 계단을 올라왔는데 ‘매봉 700m’ 라고 써있네. 눈을 의심했다. 나 정말 한참 올라왔는데. 몰래카메란가 싶었다.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그저 걷는 수 밖에. 걷자 그냥.


오 이제 600m. 고맙습니다 매봉님.


푸르던 숲이 나뭇가지만 남아 앙상하다. 또 내년이 되면 새 잎이 돋아 가득차겠지. 세상은 그렇게 흘러간다. 삶과 죽음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자연에 순리가 있구나. 산에 오면 여러가지를 배운다.

겨울 산이 운치있다


드디어 매봉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정도 걸린 듯.


구석 바위에 같이 앉았다. Y가 고맙게도 뜨거운 물과 커피를 챙겨왔다. 제수씨가 챙겨주셨다는데, 정말 감사하다. 커피가 따뜻하다. 산 정상에서 추위에 덜덜 떨다가 뜨거운 커피를 마시니, 꿀이 따로 없구나.

귀하다


정상에 잠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고양이 두마리가 먹을 것이 없는지 다가왔다가 떠났다. 내려가려고 하자 Y가 이걸 먹고 가야 한단다. 힘내자고. 이것도 제수씨가 챙겨주셨다는데, 그러고보니 산 입구에서 Y가 나누어준 핫팩도 과자도 제수씨의 선물이었지. 이거 정말 너무 감사하다.

슈퍼푸드 블랙마카 (광고 아닙니다)


이제 내려간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하자. 2년전 팔이 부러져서 정형외과에 갔을 때, 대기실 앞자리에 앉아계시던 어르신이 '등산하다가 얼어붙은 나뭇잎에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살얼음이 계단에 얇게 덮혀있어 미끄럽다. 조심히 내려간다. 올라올 때는 힘들었는데, 내려갈 때는 이제 무릎이 아프다. 등산은 힘들고 아픈 운동이구나. 그래도 또 오고 싶은건 왜인지 잘 모르겠다.

묵묵히 걷는 친구들


다 내려왔다. 배가 고프고 춥다. 뜨끈한 국물이 먹고싶다.

국밥을 먹자.


밥을 먹었으면, 차를 마시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나누던 이야기 중 대한민국 인구에 대한 주제가 인상깊었다. 합계출산율이 0.7이라던데, 이제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은 소멸중이라고 봐도 되겠다. 무너져버린 사회안전망이 야기한 결과이며, 자유시장경제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극단적 양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1=2 처럼 당연한 귀결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367698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은 사라지고 있나'라는 칼럼에서 한국의 0.7명대 합계출산율을 우려했다. 이건 무서운 예언이다.

"이는 한 세대만 지나도 200명이 70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넘어선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 5월에 이미 비슷한 경고를 했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가 2040년 2852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0년 생산가능인구가 3738만명 이었으니, 딱 20년 만에 노동력의 24%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소비규모 뿐만아니라 생산인구까지 동시에 줄어드니, 저 시골 어느 5일장터처럼 서서히 조용히 사멸하는 셈이다.


지구에게는 잘 된 일이겠지만, 잘못 투표한 결과로 국가 자체가 소멸하는 건 어쩐지 좀 억울하다. 하지만 노령인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상, 앞으로도 드라마틱한 정치 지형 개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그저 기적의 결과를 기대하는 수 밖에.


건강 이야기도 나누었다.

K에 의하면, 건강하게 살수있는 나이 평균이 65세라고 한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건강하게 살수 있는 나이가 65세라면 남은 수십년을 병치레와 함께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지 않으려면 미리 근육을 키워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누었다. 노년의 근육 1kg의 가치가 1600만원 이라는데, 재테크에만 치중하지 말고 근테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http://m.bokuennews.com/m/m_article.html?no=237115


걷기가 하체 근육 단련에 좋답니다. 그렇다면, 오늘 등산이 큰 의미가 있는 모임이었구만.

앞으로도 걸을 기회를 좀 만들어봅시다.


이야기를 나누고 일찍 집으로 해산한다. 원래 계획이 그랬다.
나머지 주말 오후는 가족들과 같이 보내는 걸로.

즐거웠습니다.

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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