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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9. 2021

부러졌지만 풀업을 하고 싶어요 4

토할것 같다.

(차멀미+배멀미) X 3 정도의 느낌이다. 뭐지 이거? 마침 간호사분이 오셔서 상태 체크를 하길래 물어본다.

"너무 메스꺼운데, 혹시 왜 이런걸까요?"

진통제 부작용이란다. 아놔, 아파서 진통제를 넣는데 멀미라니. 너무 어려운 선택이다. 고통과 멀미. 약을 멈춰달라고 했다. 그냥 아파보자. 멀미는 정말 싫으니까.


코로나 시국이라 면회는 극단적으로 통제된다. 아내는 저녁에 들어와서 잠깐 얼굴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들도 챙겨야 하고, 여기는 보호자 없이 통제되는 병원이라고 한다. 편리하고 신기하다. 그렇지 이제는 이렇게 해야 한다. 보호자도 삶이 있으니,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다.


저녁밥이 나왔다. 죽. 먹는둥 마는둥. 아프다 이제 굉장히. 욱신욱신. 누군가 팔꿈치를 불로 지지는 것 같다. 역시 엑스맨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멀미는 싫다. 이 정도는 참아보자. 그런데 병원 멀티미디어 환경이 굉장히 잘 구축되어 있다. 병상에 모니터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부착되어 있고, 각종 채널까지 시청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버틸만 하지. 이어폰을 꼽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화면에라도 집중해야 한다. 왜냐면 너무 아프니까. 오늘 밤 잠자기는 글렀다. 하지만 괜찮다. 견디고 버티면 나아지니까. 이 고통을 겪고 넘어서면 나는 또 배우고 성장하겠지.


밤새 아파서 끙끙댔다. 간호사분이 중간중간 와서 체크해주셨다. 고생이 많으시다. 의료계 종사자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다음날 아침, 담당의가 와서 문진을 했다. 수술은 잘 끝났고, 내일 모레 혹은 그 다음 날 쯤 퇴원하란다. 꿰맨 부위만 잘 아물면 된단다. 뼈는 이제 잘 붙길 기도하는 수 밖에. 며칠간 같은 날이 반복되었다. 주는 밥 먹고, 약 먹고, 링거 교체하고, 문진하고, 누워있고, 책 읽고, 티비도 본다. 진통제를 줄여서 아프긴 하지만, 멀미보다는 낫다. 울버린한테도 수술 후에 진통제를 줬으면 그렇게 화가 나서 다 죽이고 도망가진 않았을텐데. 마음관리가 부족했다. 화 푸세요 울버린씨.


하루하루 잘 흘러서 퇴원날이 되었다.

아직 팅팅 부어있는 팔에 두껍고 단단한 보호대를 차고, 소독약을 포함해 약 봉지를 한아름 받아서 나왔다. 햇살이 좋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며칠간 스스로 수술부위를 소독하고 붕대를 갈아맸다. 아내가 도움을 많이 줬다. 너무 고맙습니다. 팔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다. 굽혀지지도, 펴지지도 않는다. 그냥 딱 그상태. 의사분 말로는 원래대로 움직일 수 있는데까지 최대 1년 본단다. 맙소사. 풀업은 물건너 간건가. 매일 소독을 하고, 약을 챙겨먹고, 며칠이 지났을까? (기억이 잘 안난다 일주일이었나 이주일이었나.)


다시 병원에 찾아갔다. 실밥도 풀고, 엑스레이를 찍고, 담당의 앞에 앉았다.

"잘 붙어가고 있네요. 수술 부위도 좋고. 실밥도 풀었으니, 이제 조심하면서 뼈가 붙기를 기다리시죠. 팔꿈치뼈에 박아놓은 플레이트 때문에 타이핑 하거나 할때 책상 위에 팔이 놓이면 좀 덜그럭덜그럭 할텐데, 그건 적응하시는 수 밖에 없고. 정 불편하면 뼈가 다 붙고 1년 쯤 후에 제거 수술 관련으로 논의하시죠."

"감사합니다. 선생님"


물어볼까 말까.

"그런데, 운동은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어떤?"

"풀업 같은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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