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읽었었다. 당시에 신선한 재미에 매료되어 자발적으로 추천 글까지 남겼더랬다.
https://brunch.co.kr/@dontgiveup/491
자연스레 ‘세스지’라는 필명을 쓰는 이 작가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며칠 전, 그의 신작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당연하게도 망설임 없이 책을 펼쳤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애초에 웹 커뮤니티 연재를 통해 독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하며 호흡하던 작가여서였을까. 이번 작품처럼 긴 호흡으로 서사를 끌고 가야 하는 장편 소설이라는 옷은 어쩌지 그에게 맞지 않아 보였다. 전작의 그 작가가 쓴 글이 맞나 살짝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야기는 산만했고, 전개는 진부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서사의 빈틈을 주인공들의 농담 따먹기로 채우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결말. 결말은 책을 덮은 뒤 곰곰이 곱씹어 봐도 도무지 무슨 얘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러 개의 줄기를 잘 엮어 자연스럽게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그게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무엇보다, 공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섭지 않다.
공포 소설의 본분인 ‘공포’가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전작이 모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허무는 ‘어딘가 있을 법한 섬뜩함’을 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다. 차라리 과감하게 픽션임을 선언하고 장르적 쾌감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전작인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가 MBC의 인기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처럼 신선했다면, 이번 작품은 마치 수십 년 전 ‘전설의 고향‘을 재탕한 느낌이었다.
안타깝다. 나는 전작을 읽고, 진심으로 이 작가의 팬이 되었고, 롱런을 바랐기 때문이다 ㅠㅠ 전작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참신함도, 이야기의 완성도도 온데간데없다.
출판사는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고 책 판매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이다. (네이버에 ’도서협찬‘을 통한 후기 글 들이 많더라) 여기저기 책을 제공하고, 신작에 대해 바이럴 작업을 하는 걸로 보이는데. 안타깝다 정말.
내 기대가 너무 컸을 수도 있다. 전작을 워낙 재밌게 읽고 작가의 성공을 기도했던 팬으로서 좋은 후속작을 내기를 바랐다.
부디 다음 작품은 멋진 공포물을 선보였으면 좋겠다. (‘~~ 에 대하여’ 시리즈는 그만 ㅠ) 이것 또한 성장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역시 창작의 길은 멀고도 험한 듯. 나 같은 범인은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