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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Sep 08. 2022

적당히 고치면서 나답게 살기

내겐 여전히 어렵고도 소중한 요가

요가를 시작한 지 어언 5년. 직장인이 되었으니, 나도 취미 생활 하나 투자 좀 해야지 하면서 호기롭게 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요가원을 찾았다. 아마 주 3회에 월 1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원장님이 건물주여서 월세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가격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위풍당당하게 붙어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가라기보다는 그저 초보 대상 범용적인 스트레칭 수업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퇴근길에 꼬박꼬박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 이후로 집도, 회사도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내가 다니는 요가원도 계속해서 바뀌었다. 내가 얼마나 규칙적이지 않고 게으른 사람인 지 MBTI가 유행하기 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갈 수 있는 제일 가까운 곳'을 찾아다녔다.


운 좋게도, 판교, 송파, 서울역, 신논현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아쉬탕가, 하타, 빈야사, 인 요가 등 다양한 요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본투비 뻣뻣하고, 근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몸인지라 어딜가든 요가 선생님들은 내가 꾸준하게 수련에 나오는 걸 신기해하셨다.


주로 마음이 괴롭고, 시간이 없을 때 더 악착같이 요가를 갔는데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나아지는 게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죽어버릴 것만 같다고 느껴서 그랬던 것 같다. 오년 내내 사는게 괴로워서 아직도 안 그만뒀나.


아무튼, 한 3년 차까지는 '응 내가 한 게 빈야사인 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이걸 안 그만두는 게 어디야~ 그래도 뭔가 조금씩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 뿌듯해! 오운완!!!! 후후!’ 이런 감정을 느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왜 나만 아직도 여전히 잘 못하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옆을 보니 남들은 이쯤 하면 막 팔로 온몸을 들고 걸어 다니고 몸을 여기저기 구겨 넣고 지도자 과정도 수료하고, 자기 수업도 여는데. 나는 아직도 요가 동작(아사나)을 지칭하는 말도 헷갈려서. 선생님이 "자 이제 ~~~~" 하면 '어? 뭐지?' 싶어 옆자리 수련생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따라 하는 게 일상이다.


여전히 다리가 쭉 펴지지 않고, 허벅지와 배가 딱 달라붙지 않는다. 머리 서기도 흔들리다 넘어가기 일쑤고. 아예 못할 때는 매일 조금씩 느는 게 보이니까 그 재미가 있었는데, 점점 내가 못하는 것만 보인다. 그러니 자주 가지 않게 되고, 더 못해지고, 더 가기 싫고.. 하하하.


이 좌절과 자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방법은 딱 하나다.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주 수련하는 것. 이직한 회사와 이사 간 동네 근처 새 요가원을 찾았다. 회사 근처 요가원은 하타, 집 근처 요가원은 아쉬탕가 전문 요가원이었다. 수많은 요가 종류가 있고, 나는 고유 명사에 약하기 때문에 차이가 뭔 지 잘 모르지만 아는 만큼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먼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타 요가는 한 동작에 오래 머무는 편이다. 내가 가장 오래 다녔던 송파의 요가원에서는 심지어 눈을 감고 수련을 했는데, 천천히 흘러가는 대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횟수도 적다. 그리고 내가 그나마 잘되는 후굴 동작(머리와 등을 뒤로 넘기는 것)이 많다.


반면에 아쉬탕가는 아예 시퀀스가 정해져 있다. 언제 어딜 가나 매일 똑같은 동작으로 시작해서 무한 반복 끝에 같은 동작으로 끝났다. 따라가기 숨이 벅찰 만큼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진짜 취약한 전굴 동작(고개를 숙이며 배를 허벅지에 가져다 붙이는 것)이 엄청 많다.


워낙 반복적인 것을 싫어하는 데다 상체 힘이 약하고 전굴도 못 하니 나랑 아쉬탕가는 상극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어느정도 익숙한 하타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오늘 1달 간의 체험 수업을 마치고, 아쉬탕가 정규 마이솔 과정에 등록했다.


호흡과 시선과 동작을 하나씩 맞춰가면서 아쉬탕가 요가 진도를 처음부터 따라가다보면 세상에서 쉽사리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을 다시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사나를 반복하고 익히면서 나에 대한 부족한 믿음이 조금 더 견고하게 자리잡지 않을까.


오늘 수련에서는 다시 숨 쉬는 것부터 배웠다. 수리아 나마스까라 A를 천천히 스무 번 반복하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났다. 나와 제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아쉬탕가의 반복 학습과 훈련의 지루함을 견디고 끝까지 가볼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기질과 기계적인 훈련 중에 뭐가 힘이 더 셀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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