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협력,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코로나의 시대에 연결, 네트워크,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연결의 수단과 방법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인터넷과 PC 중심에서 휴대폰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도 신뢰는 여전히 중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낼 수는 없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코사(Xhosa)족 속담이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모순처럼 보이겠지만 고객, 임직원, 투자자, 납품업체, 지역주민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상생 협력하고 함께 발전하는 기업, 이익을 함께 나누는 기업이 오래간다. 코로나 이후 국내외 어려운 경쟁환경을 타개해나갈 수 있는 방책 중의 하나가 상생 협력이다.
美 MIT 경영대학의 찰스 파인 교수는 부품 협력업체의 역량이 중요하며, 부품 협력업체와의 공급사슬(supply chain)이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했다. 부품업체와의 공급사슬이 우수한 기업, ‘자상한 기업’(자발적으로 상생 협력을 실천하는 기업)이 오래갈 수밖에 없음을 이론적으로 정립해 놓았다.
도요타, 벤츠, 지멘스 등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부품업체들과의 자발적 상생 협력이다. 이처럼 ‘자상한 기업’은 협력업체는 물론 고객들로부터도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명문 장수기업으로 살아남아 있다.
‘부자 3대 못 간다’고 했지만 경주 최부잣집은 300년 이상 부를 이어왔다. 상생의 가훈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100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만석 이상 재산을 모으지 마라’는 가훈은 상생과 관련되어 있다. 주변 사람들과 지역공동체로부터 존경받는 부자가 되었고, 오랫동안 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일제 식민지시대에는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고, 해방 후에는 대구대학(지금 ‘영남대’)을 건립하기도 했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 남부시장 안에 있었던 콩나물국밥집 ‘현대옥’도 그랬다. 평생 콩나물국밥을 말았던 할머니는 몇 년 전 아쉽게도 ‘현대옥’이라는 상호를 프랜차이즈업체에 넘겼다. 할머니는 국밥과 함께 먹는 김(김을 잘게 부셔서 국밥에 넣어 먹음)을 꼭 옆집에 가서 사 오라고 했다. “여기서 돈 받고 팔면 편한데”, 라면서 궁시렁거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밥을 두 광주리 준비하는데, 이른 아침부터 그 밥을 말아서 팔다가 다 떨어지면 가게 문을 닫았다. 오후와 저녁 장사는 국밥집 옆 다른 가게들의 몫이다.
핀란드의 코네(KONE) 엘리베이터는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50여개의 부품 협력업체들과 20년에서 30년에 걸친 장기 거래를 유지해 왔다. 철강 등 원자재가격이 상승했을 경우 부품단가에 선제적으로 반영해주는 등의 조치를 통해 공고한 신뢰와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이같은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코네는 품질 좋고 믿을 수 있는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고, 협력사들은 지속적인 거래처가 확보됨에 따라 기술혁신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미국의 어바인 컴퍼니도 비슷한 사례다. 11만 에이커의 농장을 기반으로 1893년에 설립된 부동산 개발회사였던 이 회사는 어바인市에 주립대학(UC Irvine) 부지(1천 에이커, 122만 평)를 1달러에 팔았다. UCI는 서부의 명문대학 중 하나가 되었다. 어바인 쇼핑몰은 건물주와 입점 업체들의 상생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다. 어바인市의 친기업 정책은 보톡스를 개발한 엘러건, 게임으로 유명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게이트웨이, 인앤아웃버거, 아식스, 기아자동차 등을 유치하는데 기여했다. LA 인근의 작은 마을 어바인은 미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안전한 도시, 헬스케어 도시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신뢰다.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함께 갈 수 없다. 내 것을 양보할 수도, 서로 협력할 수도 없다. 연결과 개방적 혁신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신뢰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고,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불린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투명한 지배구조, 역할과 기여에 따른 성과 배분 등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신뢰가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