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게의 높고 예민한 코

고객 가치, 고객 중심, 준비된 창업

by 김이울

코로나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과 미팅을 꺼리면서, 식당을 비롯한 오프라인의 자영업이 더 힘들어졌다. 고객들은 식당이나 가게에 직접 가는 대신 온라인 주문과 배달, 포장을 이용하고 있다. 전염병의 공포가 초래한 불황과 폐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염의 위험을 낮추려면 앞자리와 옆자리를 비우는 거리두기를 해야 하므로 수용 인원의 50%만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식당의 매상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절반의 매출로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줄어든 50%의 매상은 배달이나 포장으로 최대한 메워야 한다. 매출이 줄어든 만큼 지출도 줄여야 한다.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이 문제다. 이런 고정비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사업체라야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다. 또 하나는 평상시 고객관리의 중요성이다. 평소에 고객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았던 가게라면 불황기에도 매출 감소가 비교적 덜할 것이다.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 기업>(2017)에는 20년 불황에도 연 10% 이상 성장했던 일본의 52개 기업이 소개되어 있다. 그런 기업들의 다섯 가지 특징 가운데 첫 번째가 ‘고객 친화적 영업력’이다. 경기가 어렵고 경쟁 구도가 복잡할수록 고객에게 집중하고,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고객의 가려운 곳은 다른 말로 하면 ‘고객 가치’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은 기업이나 가게일수록 불황의 충격이 덜하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가성비가 좋은, 고객만족도가 높은,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은 코가 높다. 가게 앞에 줄을 길게 세운다. 손님들은 10분이나 20분가량 줄 서는 것을 기꺼이 감내한다.


미국 보스턴에 갔을 때 가장 오래되고 유명하다는 랍스터(바다가재)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직접 와서 줄을 서야 한다고 했다. 출입문 앞에는 대기 번호와 이름, 손님 숫자를 적는 종이가 놓여 있었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나의 대기 번호는 11번이었다. 근처 거리를 30분가량 배회하고 와서야 식사할 수 있었다. 엄청 비쌌지만, 예약을 받지 않고 손님을 기다리게 해도 될만했다.

서울 성북동의 누룽지 백숙 집도 예약을 받지 않는다. 교통도 불편하고 20분 안팎으로 기다려야 하지만 사시사철 손님이 많다. 깔끔한 밑반찬과 부드러운 닭가슴살, 고소한 누룽지탕은 흉내내기 어렵다.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하는 집이다. 잘 되는 가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명동고로케, 무교동 북어국, 여의도 진주집과 청수모밀, 청진동 미진, 마포 을밀대도 그렇다. 이런 가게들은 코로나로 인한 불황과 위기 역시 잘 버텨낼 것으로 확신한다.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은 코가 예민하다. 고객의 변덕스러운 요구를 잘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그래서 그 가게는 오래간다. 1951년부터 전주 최고의 빵집이었던 풍년제과는 생강전병과 소보로빵이 맛있었다.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확산으로 폐업의 위기에 몰렸지만, 수제 초코파이의 개발로 극복했다. 'Since 1945'의 군산 이성당 빵집도 쌀로 많든 단팥빵과 촉촉한 야채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들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다.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가 2018년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자영업에 너무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제도나 환경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음식점 여는 데 1년가량 걸린다고 했다. 준비된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음식점 관련된 일에 20여년 종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드러났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코는 높고 예민하고 잘 생겼다. 그도 밑바닥에서 실력을 다졌고, 실패를 딛고 성공했다.

<장사의 신>(2012)에 따르면, “실력 있는 가게는 어떤 시대에 오픈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오래된 가게의 성공 비결은 “한번 온 손님을 반드시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다.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력 있는 사업가라면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활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황과 위기를 극복하고 오래 버티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사업모델을 통해 차별적인 고객 가치를 포착하고, 창조하고, 전파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비즈니스모델의 탄생>(2011)).

실력은 책과 공부(간접 경험)를 통해 단숨에 갖춰지지 않는다. 여러 번의 실전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이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된 창업이라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불황기를 버티는, 오래된 가게의 높고 예민한 코는 고된 땀방울과 거칠어진 손이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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