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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Nov 17. 2023

외국물 먹는 방법

장점 셋 : 해외 경험

아영 : 요즘 엔화 장난 아니더라. 어제는 850원까지 찍었던데.

<엔화 850원대... 15년 만의 최저치> ('23.11.17. 서울신문)

기로 : 와, 그러니까요. 일본 여행 가기 꿀이겠던데요. 얼른 시험 붙고 여행 가야지!
선호 : 주변에 일본 나가 있는 사람이 몇 있는데, 엄청 부럽더라.
기로 : 친구에요? 아니면 공무원 동기?
선호 : 동기! 넷이나 나가있지.
기로 : 공무원 되면 외국은 무조건 갈 수 있다던데. 역시 그런가보네요.
선호 : 야, 무슨 80년대 얘기를 하고 있어.
아영 : 그래도 외국 나갈 기회가 있다는 건 공무원의 큰 장점인 거 같아. 무조건 외국 나갈 수 있다는 건 좀 과장이지만.
선호 : 그건 맞지. 주변에서 공무원의 장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외국 가는 얘기니까. 외교부처럼 아예 외국에서 일하는 특수한 경우를 빼면.



기로 : 외국은 가는 건 유학이에요?
선호 : 일본에 나가있는 내 동기들은 다 유학이긴 해.

국가공무원법 제71조(휴직) ② 임용권자는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휴직을 원하면 휴직을 명할 수 있다. <후략>
2. 국외 유학을 하게 된 때


기로 : 우와. 정부에서 보내주는 거죠? 돈 안 내고?
선호 :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줘야 하나. 일단 국비유학은 나라에서 학비랑 생활비 약간을 대줘. 체제비라고 하는데,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그게 엄청 많이 나오는 건 아니라 자기 돈도 쓰기는 해야된다더라.
기로 : 그래도 학비랑 생활비까지 하면 꽤 많이 받는 거 아니에요?
선호 : 맞지. 아, 월급도 일부 나올걸? 배우자나 자녀랑 같이 가면 수당도 더 나오고.
기로 : 와, 완전 꿀인데요.
아영 : 응 진짜. 공무원들끼리도 엄청 부러워하는 기회야. 나도 갈 수만 있으면 꼭 가고 싶어.
선호 : 그러고 보니까 이건 현지 통화로 받거든? 그럼 엔화 떨어진 게 일본 간 애들한텐 안 좋은 건가? 받는 돈이 적어진 거잖아?
아영 : 에이, 아니지. 어차피 자기 돈을 더 써야 되는데, 그럼 내 돈 쪼끔 나가는 게 좋지.
선호 : 아 그런가?


기로 : 외국은 어떻게 갈 수 있는데요?
아영 : 크게 두 가진데, 부처별TO가 있고 전부처경쟁이 있어. 부처별로 가는 건 선발 권한이 각 기관한테 있는 거거든? 그러니까 보통 일을 엄청 많이 한 사람한테 보상 차원에서 보내주는 경우가 많아. 아니면 장차관실 비서관한 사람한테 주기도 하고. 이것도 보상 차원으로.
선호 : 이게 부처별로 상황이 좀 달라. 행시 사무관들 기준으로 중기부 같은 경우는 어지간하면 거의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행안부도 비슷하다고 들었고. 근데 대부분은 수요 대비 자리가 워낙 적어서 잘 못 가는 걸로 알아.


아영 : 부처 안에서 자리 못 받은 사람들이 전부처경쟁을 뚫기도 하잖아?
기로 : 그건 뭐에요?
아영 : 선발권한이 인사처에 있는 프로그램인데, 말그대로 전부처에서 희망자를 모집해서 뽑아. 시험도 보고, 면접도 보고 하면서. 면접은 당연히 외국어로 하고.
기로 : 오, 그럼 외국어 잘 하는 사람들은 그걸로 가면 되겠는데요?
아영 : 맞아. 프로그램이 몇 개 있거든?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이랑 장기국외훈련이 제일 커. 요즘은 보통 국내랑 연계해서 2+2 같은 걸 많이 하지. 국내에서 2년, 외국에서 2년.
선호 : 근데 나한텐 진짜 그림의 떡이야. 외국어를 못 하니까. 외국어 능력자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더란 말이지. 민사고부터 해서 외고 출신도 엄청 많고 아예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도 쎄고 쎘어. 지금 외국어 공부를 해봤자 그 사람들을 면접에서 이길 수가 없어.
기로 : 그건 형 사정이고, 반대로 외국어 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거잖아요.
선호 : (후우..)


기로 : 근데 그렇게 가면 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거에요?
아영 : 응, 거의 그렇지.
선호 : 근데 이게 복지 측면도 있지만 나라 입장에서는 공무원을 잘 키워서 더 훌륭한 일꾼으로 써먹겠다는 취지여서 나이 제한이 있어. 50살까진가 그럴걸? 그리고 공무원으로 일한 지 3년이 넘어야 되고, 유학 갔다와서도 5년인가 더 일을 해야 돼.
아영 : 나이 제한은 좀 그럴 수 있지만, 경력 제한이나 의무복무기간은 사실 의미 없잖아? 유학 갔다오자마자 그만둘 것도 아니고.
선호 : 그렇긴 하지.


기로 : 제가 잘 이해가 안 가는 건, 이렇게 좋은 게 있는데 정부 지원 안 받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에요?
선호 : 그치. 말했잖아, 저게 가고 싶다고 다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선택된 소수만 가는 거지. 근데 당장 가야될 수도 있잖아. 승진이나 결혼이나 출산이나, 뭐 그런 인생 플랜이 있으니까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되겠다 해서 가는 거지.
아영 : 사비로 가도 현지 학비 일부 정도는 좀 보전받을 수 있어.
기로 : 아하, 그런 지원이 또 따로 있나 봐요?
아영 : 응, 일부지만. 그래서 내가 원래 집에 돈이 좀 많아서 이정도 금액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 하면 뭐. 이것 저것 다 하면 1억 정도 든다고 얼핏 들었어. 나라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사람에 따라 이것도 잘만 쓰면 괜찮은 것 같아. 재충전을 할 수도 있고.
선호 : 맞아. 그것도 중요하지. 일이 너무 빡세니까. 몇 년을 해도 계속 빡세니까. 리프레시가 좀 필요하지.


아영 : 유학처럼 길지는 않지만 짧게 다녀오는 연수들도 있어.
기로 : 외국연수인거에요 그럼?
아영 : 응. 지금은 없어졌지만, 5급 공채 사무관들은 연수원에서 국외훈련을 2주 정도 갔다왔었지. 일반공무원은 아니지만 교감선생님들이 받는 교장연수에도 외국 프로그램이 있고.
기로 : 아, 저 비슷한 거 본 거 같아요! 예전에 그 무슨 선생님이 외국 산에서 사고를 당하셨다고...

<안나푸르나 실종 교사들 유해, 132일 만에 고국으로> ('20.5.23. 이데일리)

아영 : 아, 그치. 근데 그건 의무 연수과정이랑은 좀 달라서 자기 부담이 좀 있는 경우였지. 예산 범위 내라면 기관별로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어 충분히. 실제로 지자체마다 하고 있을 거야.
선호 : 공무원 입장에서 좀 답답한 건, 의회에서 태클을 엄청 건다는 거야. 물론 세금이 나가는 일이니까 의회에서 들여다보는 건 당연하지만, 뭐 어마어마한 낭비로 본다니까? 국회에서 하도 뭐라 그래서 5급 공채 국외연수도 없어졌고, 지자체에서 하는 것들은 지방의회에서 또 엄청 뭐라 그러고. 아니, 민간에서는 직원들한테 해외여행하라고 그렇게들 지원해주는데, 왜 우리만 못하게 하냐고.
기로 : 그 재원이 세금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형.
선호 : 아니, 그런 건 있긴 하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게 다 근로의욕 고취고 공무원 질 개선인데. 사람이 나갔다오면 시야가 달라진다니까 정말. 그리고 이런 거라도 있어야 좀 기운내서 일도 하고 하지. 하아, 속상하다 속상해.



선호 : 누나, 근데 난 유학보다 그게 더 부럽더라.
아영 : 뭐?
선호 : 고용휴직.
아영 : 아, 그거 진짜 괜찮다던데.
기로 : 고용휴직이 뭐에요?
선호 : 말 그대로야. 취직해서 휴직하는 거.

국가공무원법 제71조(휴직) ② 임용권자는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휴직을 원하면 휴직을 명할 수 있다. <후략>
1. 국제기구, 외국 기관, 국내외의 대학ㆍ연구기관, 다른 국가기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기업, 그 밖의 기관에 임시로 채용될 때


기로 : 와, 그게 돼요? 아니 그럼 일단 공무원부터 붙고 민간 회사 알아보면 되겠네요.
선호 : 아니 그건 아니지. 당연히 아무 회사에나 되는 건 아니고 정부에서 인정한 곳만 되지.

공무원임용령 제50조(민간기업 등의 범위)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민간기업 등의 범위에서 제외한다.
8.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는 법인ㆍ단체ㆍ협회 등

기로 : 아아, 어쩐지.
선호 : 고용휴직 목적 자체가 공무원 역량 강화 뭐 그런 거거든. 민간의 선진 기법 도입, 민관 협업 강화, 뭐 그런 것들 있잖아.

공무원임용규칙 제70조(민간근무휴직을 위한 민간기업 등의 범위) ④ 제1항에서 정한 기관에 채용되어 "민간근무휴직"을 하는 공무원은 민간부문의 업무수행 방법 등을 습득하여 공직에 도입하고, 전문지식·경험을 활용함으로써 민·관간 이해증진 및 상호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영 : 대표적인 게 국제기구? OECD, WHO, World Bank, IMF 같은 곳들. 표현하기가 좀 어렵긴 하지만 부처별로 '자리'가 있다고 해. 예를 들면, 기재부는 예산을 하는 곳이니까 경제경제한 곳에 갈 수 있겠지? 문체부는 문화문화한 곳에 갈 거고.


기로 : 거기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자린가요? 형이 하고 싶다는 거 보면 그럴 거 같긴 한데.
선호 : 그럼. 꿈의 자리지.
기로 : 왜요?
선호 : 일단 돈을 많이 줘. 고용휴직이라는 게 공무원 신분을 유지는 하는 거지만,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다른 조직에서 일하고 거기서 돈을 받는 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페이를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받는 거야. 국제기구에서 일하면 연봉 1억은 넘는다더라.
기로 : 와, 1억?! 공무원이?!
아영 : 돈도 돈인데 업무도 재밌대. 국제기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좋고, 확실히 시야가 넓게 트인다고 하고.
기로 : 언뜻 생각해보면 업무시간 외에도 재밌겠어요. '스위스에서 1년 살기' 이런 걸 실제로 하는 거잖아요.
선호 : 그치. 뭐 공무로 출국한 거니까 사적으로 외국여행 다니는 거랑 완전 똑같을 순 없겠지만. 괜히 꿈의 자리가 아니야.


기로 : 자리는 좀 많이 있나요?
선호 : 그럴리가. 대부분의 부처가 사무관 이하 자리는 거의 없다시피해. 서기관 이상 올라가야 간신히 몇 개 있을까.
기로 : 형은 그럼 어차피 지금은 못 하겠네요?
선호 : 그치. 우리 부는 사무관이 갈 수 있는 자리가 딱 한 자리 밖에 없어. 그나마도 나는 외국어가 딸리니까.
기로 : 그럼 나중에도 못 하겠네요?
선호 : (후우)



아영 : 고용휴직까진 아니더라도 파견도 괜찮잖아?
선호 : 그치. 상황만 잘 맞으면 괜찮지. 애가 영어를 배울 타이밍인데 마침 영미권에 자리가 났다거나.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기로 : 파견은 또 뭔가요?
선호 : 기관마다 외국에 자리가 있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면 외국에 우리 공관들 있잖아?
기로 : 대사관 같은 거요?
선호 : 어, 그런 거. 거기에 자리가 있는 경우들이 있어. 외교부는 외교공관 전부에 자리가 있고, 다른 곳들도 간혹 그런 경우들이 있지. 아, 왜 그 <카지노> 있잖아. 디즈니플러스 꺼. 그거 봤어?

외교공관 : 타국에 대한 외교활동 및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설치하는 기관. 대사관, 공사관, 영사관, 대표부 등이 있음.

기로 : 오, 봤죠 봤죠. 거기에 파견이 나와요?
선호 : 그 경찰 있잖아. 손석구가 연기하는! 경찰서 안에 코리안 데스크 차려놓고, 뭐 에어컨 사다 달고. 그게 파견이지. 원래 경찰청 소속 공무원인 거잖아.
기로 : 아하!
선호 : 그 경우는 이제 필리핀이랑 우리랑 서로 합이 맞아서 자리를 만든 거고, 외교공관에는 부처별로 자리가 있어. 외교부는 당연히 언제나 있고, 뭐 농림부는 농무관, 기재부는 경제관, 이런 식으로.
아영 : 외교공관 말고도 외국에 기관을 직접 두는 경우들도 은근 있어. 교육부가 한국학교를 둔다거나.
선호 : 한국학교는 행정 공무원들은 못 갈 걸? 교사 출신 전문직만 간다고 들었어.
기로 : 아, 자리가 있어도 모두에게 열린 자리는 아니군요.
아영 : 당연하지. 업무 성격에 따라 다르지. 외교공관에 행정 공무원이 가듯이.



기로 : 선호형 맨날 공무원 안 좋다고 툴툴거리는 소리만 듣다가 외국 얘기 들으니까 너무 뽐뿌 오는데요. 공무원 꼭 하고 싶은데요 이거.
아영 : 제한이 없는 건 아냐. 유학만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앞으로 부처에서 일하는 거랑 관련이 있어야 돼. 그래서 행정학 같은 전공이 제일 많고.
기로 : 그래도 누나도 가고 싶잖아요.
아영 : 그건 당연하지.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 혜택이다, 유학만 갔다온다면 공무원도 꽤 괜찮은 직업이다 하는 얘기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선호 : 야, 기로야. 이게 좋다 좋다 해도 아무나 못 한다니까? 얘가 현실을 전혀 모르네.
기로 : 아니, 전 영어 잘하는데요? 저한테는 진짜 엄청 큰 장점인데 이거. 외국 유학도 갈 수 있다 그러고, 해외에 파견 자리도 있다고 하고. 와, 기대되는데 진짜.
선호 : 야, 안심하지마. 그런 기회들이 언제까지 있을 거 같애, 어? 우리 윗 세대들만 해도 외국 유학은 거의 무조건 갔다왔어. 유학 아니면 파견이라도 갔다왔지. 과장급 이상 중에 외국 안 갔다온 사람이 없다고.
아영 :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렇네? 외국 안 갔다온 실국과장님들을 한 번도 못 본 거 같아.
선호 : 그래 그렇다니까? 앞으로 더 줄일걸? 야, 그리고 공무원이야 공무원. 어디서 누가 콧바람만 휙 불어도 니 유학은 날아간다니까. 왜 작년에 풀브라이트 잠깐 언론 탔었지? 그 때 그거 중단됐었어. 그거 간다고 좋아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그냥 나가리됐었다고.

<민주당, '풀브라이트 의혹' 한미교육위원단 항의방문... 면담불발> ('22.5.2. 연합뉴스)

기로 : 아니, 형이 영어 못 해서 외국 못 간다고 지금 동생 앞길에 너무 악담하는 거 아녜요?
선호 : 니가 너무 행복회로만 돌리고 있으니까 그렇지! 안 그래도 배아픈데, 후우.
기로 : 영어 못하면 일본어라도 해요!
선호 : 일본어도 능력자가 많아!
기로 : 그럼 프랑스어라도!
선호 : 그것도!
기로 : 그럼 러시아어...?
선호 : 그것도!
기로 : 그럼...
선호 : 다 있어 다!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뭐 다 있다고!
아영 : ...힘내 선호야
선호 :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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