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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Nov 29. 2023

어쨌든 따박따박 꽂히는 월급

장점 다섯 : 예측 가능한 소득

기로 : 누나 오늘 무슨 일 있어요? 기분 좋아보이는데?
아영 : 나? 아니? 아무 일도 없는데? 아 월급날이어서 그런가?
기로 : 오 누나 월급 탔어요? 오오오
아영 : 내 월급 그렇게 오오 할만큼 아니야. 작고 소중해...
기로 : 공무원은 월급날이 다 오늘인가요?
아영 : 아냐아냐. 다 그렇지는 않아. 군인은 10일 교사는 17일 경찰은 20일, 뭐 그런 거 같던데.

기관별 공무원 보수 지급일 : 군인 등 - 10일 / 교사, 교육행정직 등 - 17일 / 지방직, 법원직, 경찰, 소방 등 20일 / 기타 국가직 등 25일 (「공무원보수규정」 별표30)

기로 : 아하, 왜죠?
아영 : 글쎄, 왜 그런진 모르겠네. 처음에 그렇게 했던 건 뭐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근데 지금은 아무도 모를지도?



기로 : 월급날이 빨간날이면 어떡해요? 은행도 쉴 텐데.
아영 : 하루 먼저 줘! 만약 월급날 전날도 쉬는날이면 전전날 주고.

공무원보수규정 제20조(보수 지급일) 보수 지급일이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이면 그 전 날 지급한다.

기로 : 은근 꿀이네요.
아영 : 그치. 소소하지만 기분 좋아.
기로 : 공무원은 월급이 밀리고 그러진 않죠? 뭐 예산이 없어서 이번달 월급을 못 준다거나.
아영 : 거의 그렇지?
기로 : 거의?
아영 : 엄청 드물긴 한데 그런 경우가 있긴 있었다더라고. 지자체 모라토리움 선언하고 뭐. 근데 사실상 없다고 봐야지.

<인천시, 또 급여 체불인가> (‘13.1.10. 경인일보)

선호 : 출장비 떼이는 건 종종 있는데 월급은 그러는 경우가 거의 없지 진짜.

<7월까지 지급하겠다던 근로감독관 출장비, 여전히 체불> (‘23.9.26. 매일노동뉴스)

기로 : 적은 돈이지만 잘 지켜주기는 하는군요.
아영 : 그치. 공무원 월급도 못 줄 정도면 진짜 나라 망한 거 아냐?
기로 : 그렇네요. 국가 부도죠 그러면.

<그리스, 공무원 월급 줄 돈도 없다> (‘15.3.11. 파이낸셜뉴스)

선호 : 그래서 난 월급날도 아무렇지가 않아. 뭐 기분 좋고 그런 게 없어.
기로 : 왜죠! 월급날에는 기분이 좋은 게 월급쟁이들 본능 아닌가요!
아영 : 맞아. 난 좋던데. 괜히 맛있는 것도 사고. 나를 위한 선물, 막 이러면서.
선호 : 공무원은 월급이 밀릴 일이 없잖아. 그래서 이게 뭐랄까, 쫄리는 맛이 없다? 워낙 불확실성이 없으니까 월급이 제 때 나오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기분?
기로 : 아아, 형 말은 그러니까 일반 회사 같았으면 '휴, 이번달도 무사히 월급 나왔다'라고 생각할 텐데 그런 게 없다?
선호 : 어. 무조건 정해진 날 돈이 나오게 돼있으니까. 심지어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그럴 거 아냐. 내가 공무원만 계속 하고 있으면.
기로 : 배부른 소리 같아서 별로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니네요. 어쨌든 따박따박 나오긴 하니까.



선호 : 난 그리고 공무원 월급이 진짜 그렇게 적은 게 맞나 싶다.
아영 : 월급 부족한데. 사고 싶은데 못 사는 거 나만 그래?
기로 : 웬일이에요 형? 맨날 불평 불만만 하던 사람이.
선호 : 아니, 팩트를 보자는 거야 팩트를.
기로 : 월급 적은 건 팩트 아니에요? 9급 초봉은 최저임금보다 낮다던데.

<"9급 공무원, 최저 임금보다 낮아"... 거리로 나선 공무원들> ('22.11.30. 머니투데이)

선호 : 아냐, 안 낮아. 기본급만 갖고 최저임금보다 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그렇게 보면 안 되지. 수당을 받잖아 공무원들은. 당연히 기본급이랑 수당이랑 더해서 생각해야지.
기로 : 아니죠 형. 수당은 내가 뭔가를 더 해서 받는 거잖아요. 초근을 한다거나 출장을 간다거나. 그럼 그런 건 빼는 게 맞죠.
선호 : 아니, 그냥 거의 무조건 나오는 수당들이 있어.
기로 : 뭘 더 안 해도요?
선호 : 어. 그냥 나와. 직급보조비랑 정액급식비 같은 것들.
아영 : 민원수당이나 기술수당도 거의 그런식이긴 해.
기로 : 아하. 그러면 계산할 때 포함시키는 게 맞겠네요.
선호 : 그렇지. 그렇게 계산하면 9급 초봉도 3천은 넘을걸? 최저임금보다 5~6백은 더 받는 거잖아 그럼. 7급이나 5급은 말할 것도 없고.

최저임금 연봉 2,413만원 / 7급 1호봉 연보수 3,110만원, 3호봉 연보수 3,253만원 / 9급 1호봉 연보수 2,831만원, 3호봉 연보수 2,892만원 ('23.기준; 최저임금위원회 자료, 인사혁신처 <신규공무원을 위한 안내서>, 「공무원 보수규정」 별표3 등 참고. 단, 공무원 연보수에는 민원수당, 기술수당, 시간외근무수당 등은 미포함하여 산정)

기로 : 5급은 초봉이 얼마나 돼요?
선호 : 대충 4천 좀 넘었나?
아영 : 솔직히 공무원 월급이 적기는 한데, 또 막상 월급받는 사람들 중에서 평균 이상이긴 하다더라고.

근로소득 백분위 : 9급 초봉 - 상위 50%, 7급 초봉 - 상위 45%, 5급 초봉 - 상위 30% (국세청 '22년 근로소득 백분위 참고. 단, 이는 자본소득, 금융소득, 지하소득 등이 미포함된 자료로서 실제 소득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선호 : 그렇다니까. 이게 공무원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안 올라서 그렇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은 아냐.

<최저임금 10% 오를 때 공무원 1.8% 인상...> ('23.11.6. 이투데이)

아영 : 근데 왜 이렇게 적은 거 같지? 연금 때문에 그런가?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이 떼니까?

9급 1호봉 공무원연금 기여금 222,530원 / 최저임금 근로자 국민연금 납부액 86,150원 (‘22.기준)

선호 : 그것도 그럴 거 같고 일하는 거 대비 못 받긴 하지. 민간에서 이정도 일했으면 연봉 천만원은 더 받을걸?

<"공무원 박봉, 이 정도일 줄이야"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역대 최저'...> ('23.11.19. 헤럴드경제)

민간 대비 일반직 공무원임금 수준 : 74.6% (인사혁신처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

기로 : 그니까 이렇단 말이죠? 소득 자체가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체감소득은 확실히 적다.
선호 : 깔끔하네.



아영 : 느낌적으로는 되게 적긴 하지만 어쨌든 매달 확실히 월급을 받는다는 건 좋아. 내가 장사를 했으면 보장이 안 되잖아 소득이.
선호 : 아까 말했지만 회사를 다녔어도 공무원처럼 확실히 보장되는 건 아니고.
아영 : 맞아. 그리고 우리는 대충 얼마 받을지가 예측이 되잖아. 승진을 언제 하냐에 따라 좀 달라지긴 하겠지만, 뭐 승진을 한다고 연봉이 갑자기 엄청 뛰는 건 아니니까. 민간 회사처럼 매년 연봉 협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선호 : 그래서 공무원은 대출 관리하기가 좀 편한 거 같아.
아영 : 맞아맞아. 대출 받기도 쉽고.
기로 : 아, 원래는 대출이 어려워요? 아직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아영 : 응, 어렵대. 프리랜서 하는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뭐 떼오라는 것도 많고 그나마도 잘 안 해준대. 금리도 되게 높게 부른대고. 근데 공무원은 거의 잘 해주거든. 개인 신용에 문제만 없으면.
선호 : 아예 공무원연금공단에서도 대출 해줘. 볼륨이 좀 작긴 하지만.
아영 : 우리는 마통도 있고.
기로 : 마통이 뭐에요?
아영 : 마이너스 통장! 통장에 돈이 없어도 그냥 쓸 수 있는 거야. 그럼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가 찍혀.
기로 : 와 대박 신기하다.
아영 : 공무원만 되는 건 아닌데 보통 전문직이나 대기업 같은 고소득자들한테만 해주거든 거의? 근데 공무원은 박봉인데도 해줘.
선호 : 최소한 월급은 무조건 받을 테니까.
아영 : 응. 전문직이 받는 마통이랑 한도나 금리가 다르기는 한데, 이거라도 뚫을 수 있는 게 어디야. 급할 땐 그래도 엄청 유용하지.
선호 : 아, 내가 그래서 월급날 감흥이 없는 건가? 어차피 월급이 들어오나마나 계속 마이너스여서?
아영 : 누가 그랬더라? 공무원은 평생 마통 갚다가 끝나는 직업이라더라.



선호 : 그래서 못 그만두는 거 같아 아직도. 이러네 저러네 해도 매달 통장에 월급이 찍히고, 박봉이네 어쩌네 해도 평균은 넘으니까.
기로 : 결국 돈이네요.
선호 : 당연하지. 직업이란 게 결국 밥벌이 아니냐. 안정적으로 월급 나오는 그 맛을 끊기가 참 어렵지.
아영 : 맞아. 월급은 마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끊기가 어렵다고.
선호 : 그치. 월급에 취해서 사표도 못 쓰게 하고.
기로 : 캬.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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