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파트값은 오르지 않습니다
세종은 전국에서 가장 부동산에 민감한 곳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17개 시·도 중에서 아파트 변동폭이 가장 큰 곳입니다. 오를 때는 들썩!하면서 확 오르고, 떨어질 때는 또 풀썩!하면서 뚝 떨어지죠.
물론 이건 세종이 17개 시·도 중에서 제일 작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종 인구는 이제 막 39만 명을 넘었습니다. 경기도 1,370만, 서울 930만에 비하면 턱없이 조그맣죠. 심지어 서울 한 개 구(區)만도 못합니다. 예를 들어 송파구는 65만 , 강남구는 56만 명 쯤 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그렇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단기의 가격은 수요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집이라는 건 당장 하루 이틀만에 뚝딱 만들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세종 부동산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집값이 들썩!하고 확 오르든, 풀썩!하고 뚝 떨어지든, 거의 수요측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종 집값 변동의 가장 큰 요인은 뭐니 뭐니해도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수요측 요인입니다.
최근에도 뉴스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세종으로 대통령실 완전 이전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자 집값이 와르르 올랐다가, 일단 청와대로 복귀한다고 하자 다시 와르르 무너졌다죠.
'대통령 한 사람이 세종으로 간다고 뭐가 그리 달라지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실 이전 효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거주지와 집무실 소재지는 그 자체로 '수도'로서의 상징을 갖고요, 그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부대 시설들이 따라 붙을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효과만 가늠해봐도 그렇습니다. 대통령실에 직접 근무하는 공무원 규모만 해도 대략 500명 수준은 족히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까지 고려하면 1,500명 규모는 되겠네요.
행정부 수장에게 필요한 경호 인력도 상당합니다. 대통령 경호처 이전, 군부대 및 경찰 인력 증원 등을 생각하면 이 또한 1,000명 규모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출입기자단 등 언론 관계자, 국회 협력 인력, 대통령실 대관 인원 등도 1,000명 규모는 족히 될 겁니다.
게다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 종사자 수도 증가하겠죠. 하다못해 식당이 더 생길 거고요, 미용실이 더 생길 겁니다. 인쇄소도 더 생길 거고요, 과일 가게도 더 생길 겁니다.
대략적으로만 훑어봐도 3천 명 이상은 단번에 내려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회는 대통령실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큽니다. 국회의원이 300명이고, 보좌진이 3,000명입니다. 이들만해도 3,300명입니다.
국회 사무처, 도서관, 지원인력 등이 또 3천여 명 수준이고요, 마찬가지로 언론, 방송, 대관 인원 등이 또한 수 천 명 규모일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에 이어 국회까지 이전한다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규모만 1~2만 명은 거뜬히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효과는 그것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처음 세종시에 이전한 기관의 종사자 수는 약 1만4,000여 명이었는데요, 2024년 현재 세종시 인구는 2012년 대비 195,568명 증가하였습니다. 즉, 18만 명이 추가로 옮겨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말인즉슨,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만으로도 지난 번과 같이 10만~20만 명의 인구 증가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세종을 이야기할 때 늘 등장하는 말이 바로 '빨대'입니다. 주변 지역의 인구들을 다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죠.
실제로 한동안 세종시의 인구 순유입은 전국 17개 시·도 중 계속 1위였습니다. 수도권으로부터의 유입도 있었지만, 인근 충청권 도시들에서의 유입 인구가 아주 많았죠.
이대로만 보면 세종 부동산의 미래는 밝아보입니다. 오직 청신호만 있는 것 같습니다.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시장의 가격은 수요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 모두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래서 공급도 살펴봐야 합니다.
2021년 기준, 세종시 아파트는 총 124,375호가 공급되어 있습니다. 전체 주택 수가 143,798호니까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독 아파트 선호율이 높은 우리나라지만, 그래도 이러한 모습은 특이합니다. 2023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거 유형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4.6%입니다. 이조차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 이유는 세종시가 굉장히 최근에 세워진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종시에서 2010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없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이 가시화된 2011년 이후에야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세종시는 1생활권과 2생활권이 중심부입니다. 1생활권에는 정부세종청사가 있고요, 2생활권에는 주요 상권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뜸마을, 나릿재마을 등 세종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가 이 근방에 소재합니다.
세종시에 처음 지어진 아파트는 첫마을입니다. 2생활권인 한솔동에 위치해 있죠. 한동안 세종 아파트 공급은 1~2생활권을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새부터인가 중심부에서 떨어진 곳들의 아파트 공급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1~2생활권 신축 아파트 공급은 아예 끊겼죠.
당연합니다. 아파트 지을 땅이 다 떨어졌으니까요.
아니, 이제는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아파트 공급도 줄어갑니다. 인구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일까요.
세종으로의 이전이 처음 시작되던 2012년 무렵에는 약 1.6만 호의 아파트가 분양되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민간 분양은 4백 세대 수준입니다. 십수 년만에 약 97.5%가 감소한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밝아보입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국회 이전, 주변 지역으로부터의 전입 등 청신호만 있는 것 같고요, 공급은 꽤 제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세종은 제2의 과천, 제2의 분당이 되는 걸까요? 폭발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해봐도 되는 걸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세종시 집값은 천정부지로 뛸 수 없습니다.
왜냐, 공급 포텐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수도권과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우선 세종시 내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세종시는 '동'으로 구분되는 지역이 있고 '읍·면'으로 구분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흔히 '세종시'하면 정부청사가 있고 대단지 아파트가 즐비한 곳을 떠올리는데요, 그러한 곳은 세종시에서도 '동'으로 구분되는 일부 지역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닙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포함한 지역입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동'으로 구분되고, 그 외 지역은 '읍·면'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의 전체 면적은 464.8km²이고, 이 중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73.1km²입니다. 약 15.7%에 불과합니다.
더 이상 아파트 지을 곳이 없을만큼 빼곡히 아파트를 지은 1~2생활권이나, 2025년 중 민간분양이 예정된 5생활권이나, 모두 세종시 전체 중 아주 일부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안에서의 얘기일 뿐입니다.
세종시 출범 당시, 2030년까지 인구 80만 명을 목표로 삼았는데요, 이 중 읍·면 지역 인구 목표가 50만 명이었습니다.
현실은 그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기준, 세종시 인구 392,223명 중 읍·면 지역 인구는 82,395명에 불과합니다.
세종시가 수정한 목표인 '2040년까지 78.5만 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읍·면 지역의 인구 증가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만에 하나, 세종시 인구가 폭발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세종시와 건설업계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뻔하죠. 세종시 내 읍·면 지역에 아파트를 마구 지어댈 겁니다.
그렇다면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있는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읍·면 지역 대비 위치가 좋고, 특히 1~2 생활권의 경우 세종시 내에서 입지가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거나 완만하게 오를 수는 있겠지만, 결코 폭등하지는 않을 겁니다.
세종시는 워낙 작습니다. 읍·면 지역이라고 해도 코앞입니다. 예를 들어, 세종시청과 금남면행복센터는 차로 8분 거리입니다. 정부세종청사와 연기면행복센터는 11분 거리고요. 반면, 서울시청과 도봉구청은 차로 1시간 걸립니다.
이렇게 새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은 지금까지 지은 땅의 5배가 넘습니다. 어마어마합니다.
세종시 안에는 아파트를 새로 지을 곳이 넘쳐납니다. 세종시는 아직 개발이 안 끝난 도시입니다.
서울의 경우 신축 아파트 공급지가 워낙 얼마 안 되다 보니,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공급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노후 아파트 재건축입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안은 주민들의 재산권도 지키고, 노후로 인한 안전 위험도 줄이고, 아파트 공급 물량도 증가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돈이 되어야죠. 수익성이 있어야 재건축도 가능합니다.
재건축으로 인한 수익성을 가늠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용적률입니다.
용적률은 땅 크기 대비 건물 전체 연면적 비율입니다. 100평짜리 땅에, 층당 50평짜리 2층 건물을 올렸다면 용적률은 100%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용적률은 법률에 따라 용도지역별 범위가 정해져있고, 그 범위 안에서 지자체가 상한선을 정하는 구조입니다.
서울에서는 흔히 '300%'를 용적률의 최대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200% 미만인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성이 높고, 250% 정도 되면 꽤 어려워지고, 300%에 육박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야 새로 생긴 집을 판매하면서 재건축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데, 만약 새로 팔 수 있는 집이 없으면 그 비용을 거주민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종시의 경우는 어떨까요. 결론만 말씀 드리면, 세종시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이 아주 양호합니다. 즉, 필요에 따라 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추가 공급이 굉장히 용이하다는 말입니다.
세종시의 첫 아파트라는 첫마을의 용적률은 1단지가 163%, 3단지가 173%, 6단지가 130%입니다. 이 동네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해서 법령상 최대 250%까지도 가능합니다.
학원가로 유명한 새뜸마을의 경우 3단지가 149%고요, 리버뷰가 가능한 해들마을 6단지는 170%, 1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인 해밀마을 2단지는 153%입니다. 이들 역시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합니다.
만약 서울 시대 이런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면 군침을 흘릴 부동산 업자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그정도로 매력적인 용적률입니다.
결론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유사시, 세종은 재건축을 통한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매우 손쉽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급측 요인을 한 가지만 더 살펴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세종 바깥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정책은 '1기 신도시 건설'이었습니다.
정책 추진은 상당히 속도감 있었습니다. 1989년 초, 중동·평촌·산본에 주택단지를 대거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요, 같은 해 4월에는 분당·일산의 신도시 지정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후에도 속전속결이었습니다. 발표가 있었던 바로 그 해에 무려 46만 호의 아파트가 착공되었고, 그 다음 해에는 75만 호가 착공되었습니다. 또 그 다음 해에는 분당 입주(!)가 시작되었고, 정책 발표 7년만인 1996년까지 모든 단지가 준공되었습니다.
제1기 신도시 정책은 총 200만 호 건설을 목표로 했는데요, 그 중 5대 신도시에 건설된 물량은 약 30만 호였습니다. 허허벌판에 지어진 분당과 일산 지역에는 각각 97,500호, 69,000호의 주택이 건설되었고, 구도심이 있는 중동·평촌·산본에는 42,500호씩 공급되었습니다.
5대 신도시는 모두 서울과의 접근성이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당시에도 서울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주택 공급도 그에 맞추어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항공거리를 측정해보면 대략 20km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옵니다.
지금은 상상도 잘 가지 않지만, 만약 세종시에 인구 폭증 등으로 세종 부동산 시장이 미친듯이 달아오른다고 합시다. 그래서 세종 아파트 값이 엄청나게 치솟는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우선 세종 빈 땅에 아파트를 지을 거고요,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릴 겁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면, 마치 서울 주변에 수도권이 있는 것처럼 세종 주변에 세종권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 주변 5대 신도시처럼, 세종 인근에 어떤 곳들이 있나 살펴볼까요.
우선 5대 신도시보다 가까운 15km 내외에 대전시, 공주시, 오송읍이 있습니다.
오송은 실제로 세종시의 덕을 많이 본 지역이죠. 오송역 근처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들도 여럿 있습니다.
대전은 최근에도 스마트시티 등 부동산 개발을 계속 하고 있고, 특시 세종과 인접한 반석역 부근이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20km 거리에는 계룡시가 있고요, 23km 거리에는 청주시가 있습니다.
청주의 경우, 세종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도 많습니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뜻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1기 5대 신도시 건설을 통해 공급된 주택은 약 30만 호입니다. 이건 당시에 단번에 공급된 주택 물량이 이만큼이라는 거고요, 그 이후 지금까지 야금야금 공급된 물량은 훨씬 더 많습니다.
한편, 현재 세종 인구는 아직 40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만약 1기 신도시처럼 주변 지역에서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한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세종 부동산의 현실입니다.
세종시는 계획도시입니다. 그렇기에 계획이 정말 중요했는데, 문제는 그 계획이 죄다 틀렸다는 사실입니다.
세종시 상가 공실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한 셈입니다. 2025년 기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5.2%입니다. 네 곳 중 한 곳은 비어있단 소리입니다.
도로 수요는 과소하게 예측됐습니다. '차 없는 도시'를 꿈꿨는데요, 실상은 완벽하게 반대입니다. 승용차 수송 분담률이 46.9%로 전국 1위입니다.
전세가율은 압도적으로 가장 낮습니다. 2025년 6월 기준 48.1%인데요, 광주(71.4%)와 비교해서 20%p 넘게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두 번째로 낮은 곳이 서울(58.3%)인데, 서울과도 10%p 넘게 차이가 나고요.
전세가율이 낮다는 것은 주택 실수요자가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즉, 세종시 주택 공급은 지금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도 여타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공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예측에 따르면 결론은 명확합니다.
세종 집값은 허상입니다.
송두칠 doo7@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