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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상들의 부동산 쇼핑

외국인은 부동산 불장을 이끌 수 있을까

by 송두칠
08-04.gif ▲ 제주도 우도의 한 해수욕장.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땅에 박혀있는 모습이 자못 아찔하다. (출처: 머니투데이)


요우커(游客)들이 난리랍니다. 명동에 와서 화장품을 주워담는 보따리상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그렇게 많이 쓸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인들의 제주도 쇼핑은 몇 년 전부터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마치 1970년대 일본인들이 하와이 부동산 매매에 열을 올렸던 것 같다며, 제주도를 '중국의 하와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모 국회의원은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중국인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제주도가 점령당할 수 있다"라거나 "중국인들이 자꾸 땅을 사들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마치 6.25 전쟁 때 엄청난 숫자로 밀어붙였던 중공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이 땅을 우리가 어떻게 지켜왔는데요. 이렇게 외세에 침략당하면 안 되죠. 그쵸?


08-07.jpg ▲ 확실히 중국인 비율이 압도적이다. (출처: 동아일보)



'소멸 위기'라고 부를 만큼 우리나라 출산율이 처참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다는 얘기는 결코 모두가 인정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외국인의 부동산 수요를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들죠. 방콕이니 뉴욕이니 런던이니 하는 곳들 말입니다.


그들의 논지는 간단합니다. 지금 서울 집값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가뜩이나 낮은 수준인데, 앞으로 지금보다 더 글로벌한 도시가 될 테고, 그러면 외국인 수요는 인구 감소를 뛰어넘고도 남는다는 겁니다.


우선 간단한 부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의 집값이 과연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저렴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08-08.JPG ▲ 런던도 도쿄도 파리도 뉴욕도 상대도 안 된다. 이게 GDP 통계였으면 좋았으련만. (출처: 한겨레)


서울의 인구밀도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습니다. 외국인이고 내국인이고 할 것 없이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서울 집값은 다른 나라들의 집값과 견주어봤을 때 결코 낮지 않습니다.


08-10.jpg ▲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가격거품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 중 하나다. 지금보다 집값이 낮았던 2020년에도 뉴욕의 2배, 샌프란시스코의 3배가 넘는다. 워후.


물론 통계 하나로 집값이 높다 낮다를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PIR은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 중 하나고요, 이 숫자를 기준으로 집값이 과도한지를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서울은 24.98입니다. 이 수치는 일본의 수도보다도, 미국의 경제수도보다도 아득히 높습니다. 집값이 높기로 악명 높은 홍콩이나 14억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정도가 서울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서울 집값은 이미 저렴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이번 편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첫 번째입니다.




08-02.jpg ▲ 국민의힘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응 TF'를 구성하고, 지난 7월 14일에 1차 회의를 열었다. 이 날, 외국인의 부동산 매매 제한 얘기도 나왔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요즘 국민의힘에서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부동산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고요. 이들이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요.


제가 얘기하고 싶은 두 번째 지점입니다. 과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외국인들이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정말 그렇게 공포스러울 만큼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중국인 큰손들이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을 머리채 잡고 끌고 가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끼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08-11.png ▲ 외국인의 부동산 매매 규모 증가는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출처: 리얼캐스트)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외국인이 거래한 국내 건축물 거래는 2015년 대비 44.5%나 늘어났습니다.


특히 아파트 거래에서는 외국인 거래의 파급력이 더 큽니다. 공급이 극단적으로 제한된 강남 3구 일부 아파트 단지 매물을 외국인이 비대면 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뉴스를 통해 많이 알려졌습니다.


▲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지난해 11월 40대 우즈벡人이 74억 원에 매수하면서 신고가를 찍었다.


그렇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뭔가 조금 다릅니다. 외국인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건 맞지만요, 애초에 그 비중 자체가 굉장히 적습니다. 면적수 대비 0.26%, 주택수 대비 0.48%에 불과합니다.


오성홍기가 꽂힐만큼 땅을 많이 빼앗겼다는 제주도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제주 전체 면적 1850km² 중에서 중국인이 사들인 땅 면적은 0.53%에 그칩니다. 제주도, 우리 땅입니다.


▲ 그렇게 줄기차게 해온 공포마케팅 치고, 그렇게 공포스러운 현실은 아닌 것 같다. (출처: 머니투데이)


들여다보면 더 클리어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중 1주택자가 93.4%, 즉 실거주자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절대 다수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이 약 135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대비 2.6%에 이른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한참 적습니다. 지금보다 다섯배는 더 사도 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사기에 아주 좋은 나라입니다. 사실상 규제가 없습니다. 규제가 없는 걸 넘어서 내국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입니다. 외국인은 '6억 주담대 제한'이랑 상관 없잖아요.


08-02.jpg ▲ 아까 그 사진 맞다. 국민의힘이 외국인 부동산 얘기를 한 배경이 그렇다. '6억 주담대 제한'을 벼르고 나온 거다. 그거 내국인만 받는 규제라고. (출처: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가 원래부터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되려 규제가 굉장히 빡셌죠. 1961년에 「외국인토지법」을 시행하면서 외국인 토지취득을 아주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계화의 물결은 거셌습니다. 1994년, '우르과이 라운드'로 대변되는 개방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외국인 토지취득 규제가 일부 완화됐습니다.


결정타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경제 곳곳에서 개방이 강요되었고,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외국인 토지취득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격 전환된 겁니다.


2016년, 「외국인토지법」은 끝내 폐지됐습니다. 이제 별다른 차별은 없습니다.


08-13.jpg ▲ 세계 주요국의 외국인 부동산 규제. 신축만 구입하게 하는 건 정말 신선하다. (출처: 인사이트 코리아)


그런데 말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자유로울까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천년만년 외국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할까요?


그렇지 않죠. 정말 결코 그렇지 않죠.


지난 회차(https://brunch.co.kr/@doo7/81)에서 우리는 이번 정부가 '부동산으로 재테크 하지 마라'라는 시그널링을 시장에 강하게 전달하고 있음을 확인 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외국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출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수요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은 계속 얘기되고 있지만, 그래서 외국인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있지만, 최소한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펼 것임은 우리가 손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리고 너무 당연하잖아요. 외국인 집 주는 게 먼저겠어요, 자국민 집 주는 게 먼저겠어요. 실제로 절대 다수의 외국에서는 외국인 부동산 취득에 대해서 갖가지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프리한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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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국회에서는 외국인 부동산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정말 표에 민감한 사람들. (출처: 머니투데이/국민일보)

이미 국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활발합니다. 비단 지금 22대 국회 뿐만 아니라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무려 7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얘기했고요, 그 내용도 허가제, 과세, 상호주의, 전입의무 등 아주 다양합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지금은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그저 공포마케팅만 있을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발빠르게 움직이는 정치권이 우리한테 있는데, 과연 외국인 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주요 수요층이 될 수 있을까요. 저렇게 뚝뚝 떨어지는 인구 수를 외국인이 커버할 수 있을까요.


08-15.jpg ▲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6월 11일에 열린 제331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 질문에서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출처: 이코노믹 리뷰)



요약해보죠. 서울 집값은 외국인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이미 비싸고요, 실제 영향력이 어찌 됐건 앞으로 외국인 부동산 규제가 생길 확률은 아주 높아 보입니다.


외국인이 우리 부동산 시장에 들어오는 건 아주 손쉽게 막을 수 있고요, 미래에도 유효한 수요가 되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서울이 뉴욕처럼 외국인들한테 매력적인 도시가 될런지는 차치하고서라도요.


이러한 이유로 저는 외국인이 인구 감소 시대에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을 버텨줄 디딤돌이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08-18.jpg ▲ 돈을 불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많다


물론 예측은 틀릴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경제에 너무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외국인 큰손들을 대거 모셔올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요? 우리가 살펴본대로 부동산을 실수요 중심으로 가져가고, 재테크로서의 부동산을 억제한다면요? 그러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아니, 고작 정책 한 두개에 왔다 갔다 하는 불확실한 곳에다가 그 큰 돈을 넣고 태운다고요? 재테크 수단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데요?



송두칠 doo7@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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