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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뺨 Nov 14. 2020

머리카락 한 움큼의 노력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2. 요가

효리네 민박을 통해 요가의 자세 중 머리 서기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역시도 머리 서기에 대한 동경이 있다. 물론 잘 못 한다는 게 함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머리 서기를 못할까?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상체에 힘이 없어서 뒤로 자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연습하고 수련하지만, 실력이 더디게 늘어서 금세 포기하고 싶어 진다. 인생도 똑같다. 무엇이 부족한지에만 집중한 삶은 발전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넘어진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커서이다. 수련하다 보면 크고 작게 다치는 경우가 있다. 다친 정도에 따라 수련을 하지 못하게 되니 무의식적으로 몸을 사리게 된다. 사는 것이라고 다를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과 모험을 망설이지 않는가.


엄지발가락만 떼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거꾸로 서서 내 엄지발가락만 응시한다. 어깨에 힘, 지지하는 팔에 힘, 복부에 힘, 둔부에 힘, 허벅지 사이를 조이는 힘, 온몸에 힘을 주고, 호흡을 한다. 갈비뼈를 모으고, 척추를 펴고, 시간은 지난다.


거꾸로 서 있었으나 오직 눈 앞에 엄지발가락만 본다. 요가를 마치고 매트를 치우려다 보면 늘 한 움큼의 머리카락이, 그래! 한 움큼은 너무 했고, 열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발견한다. 탈모 걱정 때문에 매일 안 한다고 하면 너무 얇실한 변명이겠지만, 걱정은 된다.


언제쯤에나 머리카락을 쥐어뜯지 않고 거꾸로 설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때 쥐어 뜯겨버린 머리카락들이 말을 건넨다.


'딱 네가 노력한 만큼의 시간 뒤에' 


요기니로서 주변 정리를 하고 뜯겨버린 머리카락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다. 잔머리와 욕심도 같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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