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들이 차츰 선선해지면서 잊고 있던 근심 걱정이 몰려왔어요. 무더운 날에는 무더위를 피하려고 '오늘은 어디로 피서를 떠날까?'라는 생각뿐이었죠. 눈만 뜨면 집 밖으로 나가길 매일같이 하다가 집에 있을만하니까 집콕 방콕 하게 되었어요.
매일 어디로 떠날까?라는 고민 없이 회사로만 십 년을 떠나던 때와는 사뭇 다르죠. 날씨도 바뀌고 계절도 바뀌는 이때 약해졌던 면역력으로 심신이 가라앉는다고 하네요. 무거운 심신으로 삼일 내리 집콕 방콕 하다가 또 일찍이 잡혔던 약속 때문에 사 일째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요. 다판을 꺼내고 다기를 정리해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숨을 정리해요. 으응. 그렇구나. 숨차구나. 그럴 만도 했지...
스스로 위안해요. 괜찮다. 괜찮아. 슬로 모션으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경리단으로 향해요.오늘 약속은 요가명상으로 나눔을 하는 날이에요. 아동복지센터의 선생님들과 요가하고 명상하는 날. 대학생 때 아동복지센터에서 교육봉사를 했을 때 알고 지내던 선생님들이에요. 나이가 들고 보니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으로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하고 엄마로 여겨지기도 하는 분들이 달리 보여요.
아마 숨을 참아가며 애쓰고 참고 견디며 버티고 계실 거예요. 저는 더 이상 버티기보다 퇴사라는 패를 쓰고 회사를 나와 쉼을 선택했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 전에 요가에서 안식을 찾았어요. 그래서 집콕 방콕이어도 돌아갈 곳은 요가명상이기에 맘 놓고 퍼질러 있죠. 제게 그랬듯이 그들에게도 그러할 수 있지 않을까. 막상 한 자리에서 모두를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랬지 치사랑이 없답니다. 그래서 만든 '약속'이었어요. 내리사랑이라는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선생님들부터 건강하자~! 어른이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 아이도 바르게 자란다. 참여자로 오신 선생님들과 봉사자로 오신 선생님들이 한데 뒤섞여 요가로 숨을 나누고 명상으로 마음을 나눠요.
저녁 무렵의 요가는 밤이 되어서야 끝나요. 와인에 맛있는 빵을 안주로 이야기가 오고 가요.
누군가 말하면 누군가 들어주는 하늘에 떠있던 달덩이도 옥상에 내려앉아 같이 들어요. 일면식도 없던 우리는 그렇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날을 잡고 헤어졌습니다. 나눔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연결은 또 다른 연결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꼈던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