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오스트리아 린츠에 도착한 날
2019년 9월 12일
내 인생을 책임질 건 나니까, 이 분야에서는 내가 제일 똑똑이다.
경유해본 적도 없으면서 혼자 베이징에서 6시간을 경유해야 했다. 운 좋게 호텔을 무료로 제공받았고 짧은 시간이지만 편하게 쉬다가 남은 비행을 할 생각에 설레며 출국했다. 문제는 10kg의 배낭을 메고 그 호텔에 가기까지 두 시간을 헤매었다. 블로그에서 본 대로 temporary visa(임시비자)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근데 50m 남았다는 표지판 옆에 환승 창구가 있고 모든 사람이 그쪽으로 들어갔다. '50m가 생각보다 가깝네?' 생각하며 따라 들어가서 보안 절차 다 거쳤더니 갑자기 게이트가 나왔다. 여기선 답이 없구나 싶어서 직원한테 겨우 설명하니까 쟤한테 가봐라 절로 가봐라 올라가봐라 직원전용 통로를 통해 올라오니 다시 귀국장. 그 50m 팻말을 지나쳐 걸으니 아깐 안보이던 임시비자 발급 창구가 나왔다. 호텔로 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 공항 밖을 나왔을 때 거대한 방탈출을 한 느낌이었다.
덩그러니 게이트에 앉아서 느낀 허탈함을 잊지 못한다. 모르는 사람들을 믿은 내가 신기하다. 그리고 믿었는데 틀려서 그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 건 더 신기하다. 지쳐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데 그러면 정말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 철저하게 혼자인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덕분에 나는 '내 맘 같지 않은 것'에 실망하지 않는다.
나만큼 나를 책임질 사람은 없다. 아무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지식이 많고 경험이 많을 지라도 나만큼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내 몸만 한 이민가방을 끌고 안내방송의 한 글자도 못 알아듣는 오스트리아 기차 안에서 생각했다. 만약 누가 내 가방을 훔쳐간다고 해도 이 기차 안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돌아오는 반응은 '그러게, 그렇게 소중했으면 가방을 더 잘 챙겼어야지' 정도. 나는 내가 챙겨야 한다. 나는 내가 너무나 소중하니까 더 신경 쓰고 더 열심히 챙겨줘야만 한다.
남들이 '내 맘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지 내가 아니라서 아쉬울 뿐. 내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느낄 때, 위축되기 마련이다. 부동산에서 집을 계약할 때, 잘 모르니까 하루에도 수건의 계약을 처리하는 중개사의 말과 행동을 보고만 있기 마련이다. 그러지 말자. 내 삶에 있어서 전문가는 나다.
잊지 말자. 내가 제일 똑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