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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사랑 10화

라이벌!

목에 칼이 들어와도...

by 레옹

"누구야?"


불이 켜졌다

꿈이 아니었다 실제 상황이었다

재빨리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순간 목에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전해왔다

팔, 다리털은 물론이고 머리칼이 모두 곤두서는 거 같았다

목에 칼을 겨눈 녀석의 눈을 쬐려 봤다

쭉 째진 작은 눈에 짙은 눈썹을 한 녀석은 속마음을 감추려는지, 불빛 때문인지 좀처럼 검은 눈동자를 보이지 않는다


"뭐야 니들?"


황당한 상황에 질문을 날렸다

(쫄지 않으려 정신줄을 꽉 잡았다)


"네가 건터냐?"

(나를 알고 있다! 그럼..?)


"그래 내가 건터다!"


"여긴 왜 왔어?"


"적어도 니들 만나러 온 건 아냐!"


"'난 @@고 짱! 00이다 '둘리'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고~"


"난 '둘리' 오빠다! 니들은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냐?"

(목을 누르는 칼 때문에 목소리가 간신히 나왔다)


"형~ 칼 좀 어떡해 좀 해 봐요~"

(뭐야? 칼을 겨눈 놈이 선배야? 참 모양 빠지는 놈이고만...)


"어? 어! 괜히 꺼냈네 @@"

눈동자를 감추던 놈이 목에 겨눴던 잭나이프(접이식 칼)를 거둬들였다

날을 바짝 세웠던지 칼날이 목에 잔 흠집을 낸지라 따끔거렸다


"나갑시다!"

녀석들이 날 밖으로 이끈다


"야! 일어나 **야! 아직도 *자는 척이냐?"

옆에 웅크린 자세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쫄보 동창 놈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나도 가야 돼?"

어이없는 한 마디가 되돌아왔다


"야 인마! 무슨 일 생기면 신고라도 해야 할 거 아냐?"

먼저 나간 녀석들이 들을까 조용히, 낮은 음성으로 가시 박힌 독설을 뿜어댔다

'아우~ 쫄보**! **은 안 지렸나 몰라'

등치값 못 하는 쫄보를 데리고 녀석들을 따라나섰다


"이리로~"

굼뜬 쫄보와 밖으로 나오자 길 건너 저편에서 우리에게 손짓하는 녀석들!


'뭐야? 맞짱 뜨자는 거 아니었어?'


터미널을 끼고돌아 시장을 지나쳐 좁고 어두운 골목을 몇 개 더 지나쳤다

붉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가게 앞에서 우리 쪽을 쳐다보며 담배를 꼬나문 잭나이프 브라더스!

몇 분 안 걸리는 밤골목을 뒤쫓던 나도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야! 저 **들 아지튼 가본 데 들어가면서 비상구 확인 꼼꼼히 하고 뭔 일 터지면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파출소로 튀어라 터미널 맞은편 은행 옆골목에 파출소 있다 알겠냐?"


"응~"


"아오~ 이 쫄보**!"


담배를 발로 지르밟고 녀석들이 서 있는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은 무대 위 춤추는 무희들과 테이블마다 쌓인 술병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다양한 연령대,

그야말로 출입문 바깥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그 동네 유일한 극장식 카바레였는데 100여 평의 공간 한쪽에 작은 무대와 춤추는 홀이 있었고 홀 주변에 빽빽하게 놓인 테이블엔 이 동네 양아치들은 다모아 놓은 것 같았다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 놈들이 부른다(내게 칼을 겨눴던 키도 눈도 작은놈이!)


."어이! 구경 왔는가? 이리 오소!"


"야! 저쪽 화장실 가는 쪽 주방 사이가 비상구다 정신 똑바로 챙겨라!"

쫄보에게 다시 한번 비상구 위치를 되뇌고 적진 깊숙이 발을 옮겼다

180cm짜리 짐과 함께...


잭 나이프 브라더스가 부른 테이블은 제법 큰 테이블이었는데

이 동네 왕초의 자리라고 잭나이프 브라더스 00 이가 귓속말로 전한다

그 주변에 쫄로 보이는 무리들이 테이블 몇 개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무대에선 코미디언 00가 스탠딩만담 코미디를 하고 있었고 그 동네 알코올홀릭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인 듯했다


"어! 어서 오시게~ 우리 00 이에게 얘기 들었어 여동생 보러 오빠가 왔다고?"


"네에~ '건터'라고 합니다"


"그래~ 우리 00이랑 한잔하고 가~"


가볍게 묵례를 하고 잭나이프 브라더스가 안내하는 테이블로 따라갔다

쫄들이 일어나서 00 이의 소개로 내게 오른손을 내민다

싸울 기미는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긴장을 놓을 순 없었다

목에 난 상처가 따끔거리며 신경이 곤두섰다


'동생 만나러 온 오빠까지 신경 쓰느라 노고가 많다 자식들아~'


00 이가 안내한 제일 안쪽 구석자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의 소음들 때문에 부득이 악을 쓰는 듯 큰 소리의 대화가 오갔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고 1 짱 P입니다

목에 난 상처는 사과드립니다

제가 '둘리'를 좋아합니다

어떤 남자가 '둘리'를 찾아왔다는 얘길 듣고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 난 오늘 밤 너희들의 행동이 더 기분이 안 좋은데?"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둘리'가 귀가가 자꾸 늦어진다 그래서 오해했습니다"


"근데? 이 동넨 외부인 발붙이기 만만찮네?"


"방학중에 누가 '둘리' 찾아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형님 이 동네 오고 여기저기 일자리 알아보러 다닐 때도 다 알고 있었고요"



"오~ 컨츄리 하네 근데, 갑자기 형님?"


"네! 어떤 사람인지 감 잡았으니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ㅎㅎ "


뭐야? 이 쿨함은 뭐지? 이 자식! 왜? 싫지가 않지?

키가 185는 되고 훈남이다 거기다 목소리도 좋아 1 짱이니까 쌈도 잘하겠지?

'달려라 하니'가 그래서 궁금한 게 많았었군

이 녀석 나를 지켜보고 있었네!


."아~ '둘리' 오빠이기도 하시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사내다운 모습이 있으셔서..."


"아~ 그 칼로 날 시험했다?"


그렇다

이 녀석들이 날 시험에 들게 했다

내가 쫄았었다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기분이 나빴지만 한 밤의 침입자들과 카바레에서 술잔을 부딪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옆에서 맥주잔을 들고 눈치를 살피는 키만 큰 쫄보와 그와 상반되는 키 큰 라이벌이라니...

술잔을 들이키며 쫄보에게 소리쳤다


"너! 낼 짐 싸라!"


그렇게 한 시간쯤 술잔을 주고받으며 P와 '둘리' 이야길 주고받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끄러운 그곳을 빠져나와 담배를 하나씩 물었을 때 내가 P에게 질문했다


"너~ 혹시 '둘리'랑 정식으로 교제 중인 거야?"


"아뇨~ 고백은 했는데 차였어요 형님이랑 같은 처지예요"


키도 눈도 작은 잭나이프가 입을 연다


"오늘 일은 미안한데, 언제든 맞짱 뜨고 싶음 얘기해! 칼 없이 맞짱 뜨게~"


"됐고! 그냥 안 봤으면 좋겠다! 누가 이기든 명분이 없잖아? 너랑 나랑은.."


칼에 대한 내 품평에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내가 뭐랬냐면?

"니 키에 어울리는 칼이네.. 공고 놈들 막칼에 비하면 장난감 같아!"

이랬거든 ㅋㅋ

실제로 그 동네를 뜨기 전까지 잭나이프는 보지 못했다


새벽은 깊어져 갔고, 쫄보이면서 불편한 동거인 녀석을 바라보는 내 한심스러움도

깊어지는 여름 새벽이었다


"야! 낼 눈뜨면 은행 다녀와!"


"엉?"


"돈만 빌려주고 넌 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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