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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하나)님은 어디에

원하는 만큼 얻게 된다

by 레옹

무기력이 나를 소파품으로, 침대로 끌어당김을 뿌리치고 장거리를 떠난다

'이대로 쓰러질 순 없어 포기할 순 없지 아직 늦지 않았을 거야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란 강력한 내적 요구를 드디어 행동으로 옮겼다 낼모레 처리해야 할 일은 내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부산까지 거리는 편도 350km 4시간을 달려야 한다 멀다면 멀게 느껴지고 가깝다고 생각하면 가까운 거리다

변화를 위한 여정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묵었던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뭉글뭉글 피어올랐고 음악의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새로운 경험을 상상하며 4시간이 언제 지나갔냐는 듯 어느새 부산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전화기 너머에서 얘기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로를 빠져나가는 모르모트의 심정으로)

" **포차 끼고 우회전 **족발 나오면 좌회전 **천국 사거리 직진해 가 쭉~ 올라오믄 우체국 삼거리에서 우회전 전방 30M 오면 신호등 앞에서 우회전 다음 횡단보도 앞에서 보재이~"

종종걸음으로 시키는 데로 길을 찾는 실험쥐가 된 나는 잠시 후 종착점에 도착한다

"*진?"

"*민?"

처음 만난 우리는 짧은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목표지점을 향해 출발한다

작은 키의 그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빨랐다 길지 않은 다리를 가진 나로선 부지런히 그녀를 쫓아 목적지인 그곳에 다다랐다

낮운동 시간은 3시부터 5시인데 2시부터 건물 옥상을 개방해 힐링 시간을 가진 후 운동을 한단다 돗자리를 하나씩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연회색 우레탄 방수액이 깔끔하게 코팅된 그리 크지 않은 옥상은 도롯가 쪽으로 1미터가 살짝 넘는 담이 있어 건너편 건물의 시선이 차단되었고 또 다른 한쪽 역시 키가 큰 옆건물의 측면으로 오후 햇빛이 간접적으로 가려지는 그렇지만 하늘의 넓이는 적당히 확보된 그리 넓지 않은 옥상이었다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하늘을 마주한다고 생각했다

'누워서 하늘을 1년에 몇 번이나 보았을까? 올여름 동해안 고래불해변 솔밭에서 잠시 누워 책을 봤던 몇 시간이 올해 마주한 하늘의 전부가 아니었나'

"편하게 누워서 하늘을 바라봐~"

"이게 니가 말했던 옥상 힐링이가?"

"응~ 하늘에서 끊임없이 내려주니까 우리는 그걸 받아먹기만 하믄 된다~ㅎㅎ"

"뭘 먹어?"

하늘을 향해 양팔을 뻗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날 소리 없이 쳐다본다 그러고는 한 마디를 꺼낸다

"뭘 먹고 싶은데?"

"..."

"하늘이 내려 주는 건 셀 수 없이 많다 필수영양소 비타민D부터 해가~ 엄청난 에너지를 매일 뿌려준다 아이가? 니가 원하는 에너지에 주파수를 맞추는 기다 알긋나? 구름 속에도 있고 저 하늘 너머에도 있고 니 시선이 닿는 그 어디고 간에 에너지가 없는 데가 없다 친구는 종교 있나?"

"응~ 나이롱 신자이지만 가톨릭이다 무려 3대째~"

"3대째가 중한 게 아이고 하느님 믿는 자가 왜 하늘을 안쳐다 보노?"

",,,"

오자마자 강하게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르게~ 하느님 믿는 놈이 하늘도 안 쳐다보고 살았네...'

경상도 여자사람친구의 핀잔에 주눅이 든 나는 그제야 하늘에 시선을 집중했다

부산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도 파~아란~게 이쁘구나 생각하며 옆에 누워 손을 뻗고 있는 턴배님의 동작을 따라 양손을 쭈욱~ 하늘로 뻗어 본다 손끝을 스치는 바람에 남해의 해풍이 스치며 인사한다

바람이 내게 물어온다 '왔나?'

내가 답한다 '그래~ 살라고 왔다~'

구름의 움직임을 보고 바람의 세기를 가늠해 본다 구름의 크기에서 저기에 머금고 있는 물분자는 몇 개나 될까? 바람이 떠다미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날개가 있다면 바람을 잘 탈 수 있을까?

'하늘이 비타민 말고도 뭘 그렇게 많이 준다는 거지? 뭘 달라고 해볼까?'

뭘 달라고 해야 할지 생각이 잘 나질 않았다

'공기는 공짜니깐 호흡부터 길게 해 볼까? 일단은 그냥 느껴 보자'

몸 안의 숨을 최대한 내뱉고 코로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평소 안 하던 복식호흡을 하며 하늘의 에너지를 느끼려 애써 보는 나를 쳐다본다 (마침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어느 인공위성에 무임승차한 내 분신의 시선임)

부산 모처의 자그마한 옥상에 누워있는 마치 인간을 닮은, 마늘을 99일 먹다 하루를 못 참고 동굴을 뛰쳐나온 늙은 곰처럼 힘겹게 누워 하늘을 향해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있는 작지만 묵직한 내가 보였다

눈이 스르르 감겼다 4시간 운전의 피로감이 살짝 몰려오는 것 같기도 하더니 곧 누운 자세가 편안해서였을까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 그때 옆에 누워 힐링 중이던 부산 여자사람친구가 말을 건네왔다

"자나?"

"..."

"바라 바라 잠은 이따 호텔 가서 자고~"

"안 잔다..."

"아인데, 잤는데? 바바라~ 손만 들고 있지 말고 살살 흔들어바라~"

"손은 왜 흔드는데?"

"가만있음 알아봐 주겠나? 손을 흔들어도 한 번 봐줄까 말끼다 ㅋㅋㅋ"

"아~ 맞나?~"

부산 여자사람친구를 따라 손끝을 흔들었다

'하늘아 반갑데이~ 나 여기 있데이~~"


PS : 첨 하늘을 접했을 땐 사실 많은 느낌이 오진 않았습니다 그냥 가을하늘이 바닷빛처럼 파랗구나 분명 해풍일 텐데 짠내가 전혀 나질 않는구나 늦가을 도시바람이 참 시원하구나 구름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은 꼭 내 마음 같구나 정도였답니다

지난 월요일에 내려갔다가 목요일 오후 운동(17일 차 26회째)이 끝나고 올라왔는데요

하늘에선 하늘의 기운(천기)이 끊임없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땅에서 지기가 올라오듯이...)

저는 이제 손바닥에 기감이 강해지고 있긴 하나 아직 정수리로 진동을 느끼는 수준까진 가지 못했답니다

우선 이 브런치북(해피셀 뇌파 & 림프순환운동)은 당분간 연재를 보류하려 합니다

살고 싶어서 부산까지 내려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운동을 접하면서 사실 굉장히 빠른 효과를 보고 있는 중인데요 아직은 이 운동법에 대해서 글로 표현하고자 함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고 아직은 운동효과가 100% 입증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운동이 신뢰가 가고 효과를 보고 있는 중이기는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나 자신이 변해가고 있는 건 확실하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다니면서 배우고 익혀서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담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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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