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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사랑 06화

키스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첫 키스

by 레옹


'건터'는 공중전화에서 '둘리'에게 노래를 불러줬다


"사랑은 달콤하고 엄마처럼 다정하고

잠처럼 편하고 꿈처럼 행복한 거야

그것만은 아니지

가슴이 아픈 걸 꺼야

고통도 이기고

슬픔도 참아야 하지


사랑하고 싶어

길가 옆 공원에

뛰노는 귀여운 계집아이를

이리로 와 뛰노렴

사랑하고 싶어"


전화기 너머 그 공간은 고요했다

순간

"어머 '건터' 노래 잘한다~ 잘 들었어 ㅎㅎ"

'둘리' 어머니의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아~ 쪽팔려!'


그러고 얼마가 흘렀을까

'둘리'는 새 학년이 된 학기 초 내게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선물했다


본인이 직접 녹음한 피아노 연주곡이었는데 그 첫 번째 곡이 조지 윈스턴의 'Thanksgiving'었다

이 곡을 첨 들었을 때 나는 왜 슬펐을까?


https://youtu.be/Y5KLygzxuEw?si=7Ldy6JYvSOwc4NyU

체육대회가 지나가고 어느 날 난 중학교 음악실 창가에 서 있었다

담배가 막 생각날 때 '둘리'가 책가방을 손에 들고 음악실로 들어선다

"오빠~ 많이 기다렸어?"

"아니~ 1시간쯤"

어색한 농담을 건넸다

"ㅎㅎ 근데 왜 갑자기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좀 들려줘"

"아~ 알겠어 오빠가 무슨 곡을 원하는지 알아맞혀 볼게"

조지윈스턴의 Thanksgiving을 연주하는 '둘리'

난 노을 지는 창가에 서서 그녀의 연주곡을 감상했다

왠지 모를 쓸쓸함이 내 안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캐논변주곡을 듣고 있을 때였다


"아~ 누군가 했더니 '건터'랑 '둘리'였구나"

중학교 음악 선생님이었다

작년에 아이를 낳고 한동안 안 보이더니 이렇게

'내 행복을 깨는 당사자가 되어 복귀하는구나'


"둘리는 어서 가봐 버스 올 때 되지 않았니?"

"네~ 선생님 오빠 그럼 담에 봐~"

'둘리'를 따라나서는 나를 불러 세우는 음악!(선생님 호칭은 생략하겠음)

"왜요?"

"너 혹시~ ************** 아니지?"

"******** 말이에요?"

"아니, *************말아야"

"가 볼게요"

"나! ****됐어"

"근데요?"

"그때 ********** 봐"

"계속 ******* 자유니까!"

"*********이해할 거야"

"그래요? 질문 있어요"

"질문? 그래 얘기해 봐"

"키스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고3 우리 반은 그날 그날 앉고 싶은 자리에 자유롭게 앉는 규칙이 있었다

내 자리는 창가 쪽 맨 뒷자리 고정이었고 내 옆자리엔 내가 지목한 아이가 그때 그때 와서 앉곤 했다

근데 어느 날 아침 '마돈나'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거다(체육대회 가장행렬 때 마돈나로 분장했었음)

"너 뭐냐?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앉고 싶은 사람 마음이지"

"괜찮겠어? 내 옆에 있는 게 불편할 텐데.."

"불편하려고 온 거 아니야 그냥 이 자리에 앉고 싶어서 온 거지"

"니들~ 무슨 내기하고 그런 거지?"

"풉~ 아니거든 내가 너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거거든.."

"학창 시절 얼마나 남았다고 이제 나한테 관심을 두고 그러실까?"

"얼마 안 남았으니까 더 늦기 전에 친해져 보려고~"

갑자기 내 옆으로 다가온 그녀

모르는 사이는 아니지만 옆 자리에 있는 건 이래 저래 절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 고등학교가 남녀공학이었지만 남녀 짝꿍은 우리가 유일했다 '둘리'는 부럽다고 농담을 했었다)


사랑에 거리감은 상당히 중요한가 보다

옆모습을 봤다

숏커트!(우리 '둘리'보다 성숙함이 엿보인다)

향기!(항상 같은 향이 아니다 자주 바뀌는데 향은 좋다)

말투!(귀찮은 구석은 없고 왠지 모르게 편안함을 유도한다)

외모!(마돈나 닮지는 않았다)

그렇게 붙어 지내다 보니 우린 커플이 되어 있었다


부모님이 아버지 회사분들과 관광을 떠난 어느 주말 밤 '마돈나'는 우리 집을 방문했다

늦은 시간이었다

자고 가도 된단다(작정하고 온 거다)


깊은 밤 내 방 침대에 나란히 누운 '마돈나'

옆방에 남동생들의 키득거림이 방문너머 들려온다

"조용히 하고 얼른 자라~" 며 소리 지르는 나!

카세트 오디오를 켠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분위기는 긴~ 침묵을 유지한다

싱글사이즈 침대 바깥쪽에 내가 누워 왼팔로 팔베개를 해 주었다

향긋한 샴푸향이 뇌를 자극했다

"니가 진짜로 올 줄 몰랐어"

"나도 내 발로 올 줄은 몰랐어"

"이 와중에 따라 하기냐?"

"어색해서 그래 넌 안 그래?"

"나도 그러긴 해 그럼 이제 어색함을 던져 볼까?"

"..."


좁은 침대에 마주 본 얼굴선이 이뻤다(누구라도 이뻤을 테다)

오른손을 뻗어 앞머리를 귀 뒤로 살짝 넘겼다

그녀의 야트막한 숨소리가 마치 추운 날 콧김을 내뿜던 '둘리'의 숨소리와 교차된다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은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이렇게 예뻤었나 싶다

눈을 감고 있는 '마돈나'

검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속눈썹을 살짝 터치했다(솜털 같은 눈썹이 파르르 떨고 있다)

콧등을 지나 입술을 가벼이 터치했다(손가락에 가녀린 그녀의 숨이 느껴진다)

손가락은 턱선을 지나며 그녀의 목젖을 스친다

얇은 티셔츠 위를 탐험하는 다섯 손가락!

그녀의 가슴부위에 손이 닿았다 브라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 몇 mm의 거리감은 생각보다 먼 듯하다

그 몇 mm 너머 안쪽의 심장 뛰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녀는 아직 눈을 감고 있다

가슴 쪽의 거리감이 답답했던 오른손은 홀쭉한 배를 지나 그 아래로 손을 움직여갔다


"키스해 줘!"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자그맣게 그녀가 외친다

"응? 어~"

왼 팔을 빼고 상체를 일으켜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는 자세를 취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입술은 살짝 떨고 있다

희미한 조명아래 내 입술을 기다리는 그녀의 빨간 입술이 내 심장에 거친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떨고 있는 입술 위에 떨리는 내 입술이 닿았다

우리의 심장 소리가 고요 속에 울리고 있다 서로의 심장박동수를 맞추어 갔다

입술 끝이 닿자 우리의 입술 표면 온도는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달궈진 가슴에서 올라온 뜨거운 숨이 교차된다(진짜 뜨겁구나)

서로의 코가 부딪혀 불편하고, 어색하고, 민망해질 때 고개를 살짝 기울여 자세를 고쳤다(이렇게 하면 될 것을)

.

.

딸기를 보기만 하다가 한 입 베어 문 느낌이랄까 딸기과즙 같았다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시끄럽지 않게, 소중하게 서로의 딸기를 탐했다

.

.

"건터야 잠깐만..."

"왜 그래?"

"나~ 할 말이 있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내려다봤다

"나 말이야.. '건터' 니가 말이야.."

"..."

"나 책임져줄 수 있어?"

"책임?"

"응~ 만약에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말이야"

"임신?"

"응"

그녀 옆으로 쓰러지며

"난 니가 임신하길 바라지 않아 그리고 아직 책임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없어"

"..."

"그냥 자자"

그렇게 '마돈나'와의 성인 놀음은 끝이 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떠나고 없었다



PS : '둘리'는 키는 나보다 컸지만 아직 어린아이 같았다

그나마 동생으로 잘 따라주는 것만 해도 이뻤다

주위에 나 좋단 여자애들은 많았지만 마음이 가질 않았다

내 기준이 '둘리'에게 맞춰져서일까?

학창 시절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첫 키스'는 '둘리'와 하고팠는데...


'마돈나'

내 학창 시절 마지막 대시녀였고 내 '첫 키스'의 주인공이다

10여 년 전 내 절친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자리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재회했다

그리고 수년 후 고향의 '**성당' 앞마당에서 그녀가 물었다

"너~ 내가 첫 키스 맞지?"

"궁금해?"

"아니 뭐 궁금하다기보다~"

"안 갈켜줄래 ㅎㅎ"

"풉~ 뭐 대단한 거라고 ㅎㅎ"

"나한텐 소중하니깐..."



https://youtu.be/lLz9_XdyJGo?si=_BXWWgtG5kDrQ3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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