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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Jul 03. 2020

[영미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누군가가 맞이하는 죽음에서 남겨진 이들의 상실을 이야기한다. 잊지 못해 그리워하거나 고통스러워하거나. 다시 말하면 산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은 이 책에서 죽음은 또 다른 세계이며 발을 딛고 있는 지금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을 자극한다. 심지어 그 모든 일들은 다 괜찮다고 말이다.


이 책은 단숨에 읽혀 버린다. 애니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죽음이라는 사후 세계를 함께 여행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다섯 사람 그리고 다섯 개의 가르침은 죽을 만큼 힘겹게 '지금'을 살아 내는 우리에게 다 괜찮다고 해주고 있다.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건 없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 p22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과 인연을 맺는지 또 그 인연은 어떤 파동을 일으키며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열어젖힐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억겁의 시간을 돌고 돌아야 만날 수 있다지 않은가.


주인공 애니의 열네 시간을 서서히 훑듯 따라가는 시간은 한 시간 단위로 눈시울이 조금씩 흐려진다. 프롤로그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먹먹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천국이 괜찮을 리 없지 않은가. 도무지 실수라고 공감되지 않는 애니의 실수들이 반복된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애니의 행적은 오히려 실수처럼 되돌리고만 싶은 일들처럼 회자된다.


시점과 시간을 오가는 독특한 이야기 구성에 빨려 들어 진짜 유체이탈을 통한 사후세계를 엿보는 듯하다. 애니의 시점에서 애니 자신의 이야기를 때론 만나는 이들의 세계를 통해 우린 과연 무얼 잃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게 천국에서 만나는 지상에서 관계있는 다섯 사람 그리고 다섯 개의 가르침이 분명 예사롭지 않다.


죽음이 '상실'에 대한 기억이 아닌 '애착'에 대한 기억이라는 삼촌의 말이 가슴을 참 먹먹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진하게 담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그런 애착이라 부를만한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인지 담담하지만 마음은 무겁다.

  

"그래, 난 필요 없지. 하지만 넌 필요하지." p176


숨이 멎을 듯했다. 가슴 깊은 곳에 꾹꾹 눌러 가둬뒀던 말하지 못한 애니의 기억은 결국 용서로 선명해진다. 어쩌면 피해자의 용서란 가해자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아닌 자신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사는 동안 숨 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공간을 눈앞에 펼쳐지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 놀랍다. 나도 모르게 했던 일이 선행이 되어 나비효과처럼 다른 시공간의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천국행 티켓은 멀리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슬프지 않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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