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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Jul 26. 2020

썸 원 썸웨어

: 시작을 위한 용기

잊는다는 건, 기억하되 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우울한 화면, 우울한 표정의 두 남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각자 가진 사연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떠난 전 남친을 잊지 못하는 멜라니(아나 지라르도)와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레미(프랑수아 시빌)는 사실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산다.


닿을 듯 스치기만 하는 두 남녀의 아슬아슬한 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만큼이나 가깝다. 게다가 그들은 너겟과  배관을 타고 넘나드는 노래도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은 쉽게 이 둘의 로맨스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애틋한지도 모르겠다.

출처: 다음 영화 '썸 원 썸웨어'

독특한 점은 각자의 정신과 상담이 회기를 거듭할수록 관객은 둘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진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또 가족의 상처를 털어놓지만 사실 남녀 관계든 직장 사이의 관계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쉽지 않은 현대인에게 다친 마음은 무시하면서 피하거나 도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건강한 관계는 내가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야 도움도 줄 수 있다고 위로와 처방을 받는다.


전작 <브루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서 사랑은 숙성이 필요하고 가족의 갈등을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완성했던 감독은 이 영화에서 역시 가족에 대한 상처를 통해 관계에서 만들어진 상처는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부작용 나아가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것을 메시지로 담았다.


자칫 지루하다고 느껴질 만큼 느릿한 로맨스일 수 있지만 자신의 상처를 벗어나 보려는 멜라니의 용기나 불운의 아이콘이라 여기며 자발적 관계의 단절을 감행했던 레미의 모습은 깊은 상처 하나쯤 묻어두고 살아내는 우리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 두 남녀의 춤에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출처: 다음 영화 '썸 원 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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