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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Sep 10. 2020

[에세이]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제목을 보면서 "그래! 맞아!" 했다가 "그래도 너무 이기적인가?" 하고 줏대 없이 이랬다저랬다 마음이 널뗬다. 덩달아 가슴도 좀 그랬나? 어른이란 게 나이만 먹어도 되는 건 분명 아니고 인생에 뭐 하나 농익어야 그런 취급을 받겠거니 싶다. 그게 사랑이든 관계든.


난 사회복지사이면서도 사람 관계가 서툴다. 지금의 내가 있기 전, 그러니까 운동을 하던(재활도 치료도 절대 아니다!) 시절에 나는 소위 인싸였다. 친구도 많고 어딜 가나 쉽게 스며들었고 곧 중심에 있었다. 그랬던 내가 더 이상 활동적이지 않게 되고 나서부터는 최소한의 사람만 만났고 그런 만남 횟수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자존감 같은 게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면 평택 옆 오산이고 난 여전히 자기애 강하고 자뻑 무지 심한 인간이다. 그저 귀찮아서였다. 몸이 불편하니 준비하는 시간에도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니 정작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민망하게도 너무 쉽게 지쳤다.


폼 나게 자가용을 끌고 다니지도 못하고 지하철도 없던 시절, 친구 한번 만나보겠다고 성남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커피를 원샷 하고 10분 만에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 사람 만나는 자체가 물리적으로 피곤했다.


암튼 이런 관계에서 오는 피로도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해서 웃는 얼굴로 '척'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생활인지라 결코 슬기로워질 수 없는 직장 생활이다. 때론 자괴감을 들기도 하고 매일 이 일이 맞지 않음을 고백하면서도, 또 타인의 삶을 염려하는 오지랖은 탑재되어 있는 탓에 쉬이 사표를 던지지도 못한다.


좋다, 이 책. "내 마음대로 행복해지기"라니, 근사하다.

  

어렵게 손을 맞잡았다가도 한쪽에서 손을 놓아 버리면 쉽게 끝나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어려운 만큼 가볍고, 소중한 만큼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누군가를 곁에 두려 붙잡지 말고 내게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p13


그렇구나 했다. 나만 친한 게 아니고 서로 친해야 관계도 유지되고, 그나마 한쪽에서 손을 놓으면 모르던 사이보다 더 날을 세우는 사이가 된다는 걸 깨달았던 적이 있다. 8년을 넘게 믿고 의지하고 따랐던 형이 있었다. 스튜디오를 내면서 도와 달래서 도왔고, 해달래서 밤을 새가며 아내 눈치 보며 돈도 안 되는 작업을 해줬다.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책임을 나 때문이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다른 이를 통해 들었다.

  

사람 사람의 관계는 언제나 상대적일 뿐이야. p20


좀 아릿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너무 적확한 말이라 아프기도 하다. 가끔이었으면 그나마 좀 나았으려나. 작가의 글을 통해 사랑하고 행복하고 이별하고 아파한 모든 시간이 오롯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사랑, 참 그놈.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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