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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May 31. 2022

우리들의 블루스 그리고 탈시설

영옥을 통해 본 가족돌봄

출처: https://theqoo.net/index.php?mid=square&document_srl=2369302729



친구가 전화해서 저번 주 '우리들의 블루스'를 봤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저번에 네가 말했던 탈시설 얘기를 하다 만 것 같아 아쉽다, 고.


그랬다. 이번 15~16화는 영옥과 영희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작가도 탈시설과 돌봄의 문제를 알고 있을까.


영옥이 피하려 애쓰는 영희의 존재를 정준에게 고발하듯 가족 돌봄의 고단함과 견디기 힘든 시선을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견뎌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지 쏟아내는 장면은 찐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그 끝에 힘겹게 당사자인 영희가 더 힘들 것임을 공감하는 것은 가족을 차마 어쩌지 못함에 대한 스스로의 위로자 마음 챙김이다.


우린 장애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영희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지능이 낮으니 감정도 낮아서 어린아이 대하듯 대하는 걸로 충분할까. 또, 그들로 인해 불편해지는 걸 감수해야 착한 사람으로 보이니 그냥 감내해야 할까.


식당에서 영희를 놀리는 아이와  부모에게 그러지  것을 여러 차례 당부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청자들은 설마 저런 사람이 있겠어? 라고 손가락질했을 수 있겠지만, "그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과 한 공간에 있으면 다들 그렇더라구요." 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나 역시 덩치 큰 전동 휠체어를 끌고 식당이나 카페를 들어가면 다들 그런 눈빛을 보내오니까. 어떤 식당 주인은 "우리 집은 장애인은 안 와도 된다 ." 라고 빤히 쳐다보면서 당당하게 입장을 거절한다. 이게 우리 민낯이다. 나는 안 그래! 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뿔싸!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낯선 모습의 사람을 보면 자꾸 흘끔 거리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건 영옥도 안다.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건 선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눈길의 흘끔거림이 아닌(사실 따뜻한 눈길도 한두 번이면 족하다 그 이상되면 빡친다.) 호기심이나 놀라운 것을 보는 것처럼, 마치 동물원에서 긴 팔로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오랑우탄 정도를 보는 것처럼 빤히 그것도 웃음기 띈 얼굴로 보는 건 무례한 거다. 그리고 한가지 아쉬워 덧붙이자면, '장애인'을 놀리는 것도 빤히 보는 것도 안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그러는 게 무례한 행동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를) 그래서 애를 야단쳤잖아요!" 라고 화를 낼 게 아니라 명확하고 찬찬히 엄청 예의에 어긋난 싸가지 없는 행동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게 된다.


영희처럼 작든 크든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지역 사회로 나와 함께 사는 것이 탈시설이다. 한참 불어닥친 한국 장애인 이슈 중에 하나다.


영옥이가 눈물 바람을 하며 영희의 마음을 알지만 시설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이 원가정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 혹은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은 단순하게 시설만 없애고 시설에서 나오면 되는 게 아닐 것이다.


영옥처럼 영희를 부양해야 하면 돈을 벌어야 하니 누군가 영희를 돌봐야 한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일하러 나갈 순 없진 않은가. 이런 돌봄의 주체가 가족이 아니라 우선 국가가 되어야 한다.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역사회가 변화지 않는 한 탈시설은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게 될지 모른다.


아무튼 영옥이 쏟아내는 절절한 속내에 그동안 받았던 설움을 위로받는 듯해서 눈물 콧물 찍어내느라 혼났다.


#우리들의블루스 #개념드라마 #장애 #탈시설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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