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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Dec 12. 2022

산재라는 허울 좋은 서비스


이 글은 좌측 편마비 장애인으로 보행이 불편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라서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가 필요하다.


올 초, 퇴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데 문이 닫혔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물 닿으면 문이 다시 열려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가차 없이 문이 닫히면서 중심을 잃고 그대로 쓰러지면서 하필 우측 어깨뼈와 쇄골이 산산조각 났다. 철심을 11개를 박았다. 산재를 신청해 수술과 가료를 8개월이나 해야 했다. 한데 여전히 통증에 시달리고 팔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사고에 큰 비용이 드는 치료를 위해 산재는 고마운 제도일지 모른다. 한데 아주 심각한 장애를 입거나 그로 인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 그저 치료 기간만 길어지는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사고로 노동을 할 수 없을 만큼의 심각한 장애라면 일실수입과 기왕 치료비와 장해로 인한 향후 치료비, 위자료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치료비와 휴업 급여(평균 임금 70%)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 만족스러웠다. 한데 위자료 금액을 손해사정인에게 듣고 깜놀했다. 이 정도의 사고는 장해 7급 기준으로 120만 원이란다. 헐! 좋다. 내 임금 부족분은 따로 줄줄 알았다. 물었다. 그건 모른단다. 이미 산재에서 지불하고 자신들(보험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거라서 자신들은 위자료만 줄 의무가 있다는 답변이다.


이런 억울함을 어디서 하소연해야 하나 싶어 손해사정인에게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거냐라 물었다. 해도 소용없단다. 판례도 없고 변호사를 선임해도 산재에서 이미 지급한 건에 대해서는 보험사는 지급 의무가 위자료 분이라는 답변이다. 하나마나라는 답변.


다만 후유 장애가 생겼다는 판정이 있으면 위자료가 달라지겠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일실수입이 있긴 하지만 이 경우는 이 사고로 더 이상 노동을 할 수 없을 때 그렇다는 얘기니 결국 회사에서 짤려야 하는 거다.


결국 짤리고 싶지 않아서 산재를 신청하는 건데, 짤리지 않음에 감사해야지 뭔 월급 타령이냐, 싶은 상황이 벌어졌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로 8개월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손해를 입었는데 짤리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하니 속에서 열불이 치민다. 이 정도의 사고는 후유 장해가 크지 않으니 일실수입은 없겠고 보험사는 손해날 일이 없으니 배째라는 식이다.


아후… 쓰다 보니 더 빡치네.


결론적으로, 궁금해졌다. 왜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 치료 기간의 휴업급여를 100%가 아닌 70%만 지급하는 것일까?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의 과실이 있다고 보는 걸까? 아니면 자부담 안 들이고 치료를 해준다는 생색 내길까?


관리 소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를 낸 업체에 과실을 물어 노동자가 받은 손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공단이 나서줘야 하는 건 아닐까?


여전히 통증에 시달리는 난 목과 어깨에 파스를 범벅해야 일터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짜증 나는데 더군다나 치료 좀 제대로 받으려니 산재 연장은 불투명하다 하고 회사는 '대책'은 있느냐는 소리를 하고 장애인 콜택시 출퇴근은 4시간씩 걸리는 통에 버티기와 퇴사 사이에서 심한 압박을 받는다. 이러다 정신과 치료도 받을 판이다.


이 정도면 산재는 허울만 좋은 빛 좋은 개살구 아닐까?


#근로복지공단 #산재치료 #휴업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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