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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Aug 10. 2023

아내가 아프다

퇴근이 1시간 정도 남았을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아들이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들은 내게 전화하는 법이 없었다.


그나마 사춘기에 접어들고 난 3~4년 동안엔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내가 그것 때문에 속을 끓이기도 했지만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근래는 서로 본체만체 인사도 없는 사이였다.


그런 아들이 메신저도 아니고 전화라니 심상치 않다 싶어 받았다. 역시나, 울먹이며 아들은 119를 타고 엄마가 응급실에 왔다고 했다.


어깨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면서도 병원에 가보라는 말만 했다. 그때마다 알았다, 괜찮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아내를 보며 미간에 주름만 잡았지 병원에 함께 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 몸 불편하다 핑계 대는, 그런 남편 뒷수발하느라 그동안 아내는 내내 아파왔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외롭게 누워있을 응급실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카눈이 몰고 온 세찬 바람을 맞는다.



#응급실 #일상 #공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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