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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Nov 18. 2023

엄말 면회했다

입원 3일 만에 엄말 면회했다.

담당 교수보다 내가 먼저라니, 아무리 대학병원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 하잖소,라고 따지고 싶었으나 원활한 치료를 위해 참아 넘겼다. 의사 놈들의 갑질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왜 병원엔 익준이 무리 같은 의사 놈들은 없는지.

어쨌든 급성 담낭염으로 응급실로 실려 온 후, 첫 면회다. 덩달아 아내 얼굴도 3일 만에 영접하고.

그새 엄마는 폭삭 노쇠한 느낌이고 아내는 볼이 홀쭉하다.

우주 최강 한량 아빠와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전사치 고는 엄마 엄살은 좀 많다.

아내는 딸처럼 그 엄살을 다 받아 내쳤을 게 뻔하다.

고부인데 모녀처럼 보일 때가 종종 있어서 좋기도 했다가 위태위태했다가 한다.

그래도 아들, 남편 얼굴을 보고 웃는 걸 보면 고부 사이로 지냈나 보다.

아침부터 혼자, 아내 도움 없이 외출 준비가 얼마 만인지... 씻고 옷 입고 문을 나서기까지 쉬지 않고 꼼지락거렸다.

곧 숨이 떨어지는 사람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차에 올랐더니 12시가 가깝다.

아내야, 사랑해분다.

휠체어에 오늘 일용할 약물을 주렁주렁 달고 엄마는 나타났다.

그 앞에 전동 휠체어 코를 붙여 엄마 손을 잡았다.

휠체어 두 대가 맞닿으니 눈물이 났다.

여든, 휠체어에 앉아 계셔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연세인데 그게 그렇게 서럽다.

이제 곧 쓸게 빠진 X이 된다고 웃는데 그게 또 서글프다.


#담낭염 #쓸게 #일상 #공감에세이 #감성에세이 #슬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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