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의 기술

기술은 없고 짠함만 남았다.

'짠내'로 화재가 됐던 임원희의 어쩌면 자신의 속내가 담긴 내용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솔직히 어색하다. 저예산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라도 배우들의 연기는 살짝 이질감이 느껴진달까. 자신의 옷이 아닌 다른 이의 옷을 엉겹결에 맞선 자리에 나온 사람들마냥 어색함이 오히려 자연스러울지도.

사랑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사라져버린 그래서 더 어정쩡한 신분으로 강릉으로 내려와 정착하려 애쓰는 경호(임원희). 미경(윤진서) 역시 한의사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 후 강릉으로 내려 왔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온 은정(박해나빛)과 전남편 한의사가 '성산포'에서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영화 재혼의 기술 스틸컷

영화는 좀 미적거린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건 속에 갑자기 등장한 현수(김강현)가 시간을 빨리 감기 하는 것처럼 그들의 감정을 해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해 버린다. 불편했다. 아주 많이.

감독은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고 감정을 이야기 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얼마인지 같은 신파적인 게 아니라 감정이 아닌 이성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성적 판단이 사라져 버리면 우린 이혼을 경험한다.

'바람'을 피웠느냐 안 피웠느냐로 재혼의 조건을 선택지로 생각하는 은정에게 경호는 썩 괜찮은 남자이며, 노골적이진 않지만 은근하게 접근한다. 역시 '바람'을 피워 이혼의 경험이 재혼의 걸림돌이 되는 경호는 아주 조심스럽게 미경에게 마음을 전한다. 반면 미경은 경호의 마음과 은정의 마음을 알고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애매한 웃음만 흘린다.

경호와 미경이 식탁에 앉아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포스터처럼 관객들의 시선으로 배우들의 어색한 행동과 어색한 마음을 전하고 받으면서 딱히 기술이랄 게 없는 현수의 성급함에 마음 졸이기도 한다.

임원희가 경호여서 그랬을까? 영화 속 임원희는 뭘해도 어색했다.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뭘해도 어정쩡한 것처럼. 암튼 첫 번째든, 두 번째든 사랑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