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낙서 한 송이

-아가 서안이와 할미의 캠핑 일기 -

by 두니

캠핑의 마지막 일정.
그늘막을 걷기 전,

나는 그날의 기억을 남겨 둡니다.


오늘은 아가 서안이와 함께

우리의

작은 흔적 하나를 새깁니다.


“서안, 어떤 색이 예뻐?”


24가지 색 중

아가의 손이 집어 든 건
꽃분홍이었습니다.


철쭉의 계절,

꽃잎과 햇살 사이 어딘가에서

아마도 계절이 먼저

아가의 눈에 닿았을 것이라고

손녀 바보 이 할미는

그럴듯한 억지 사랑을

슬며시 얹어봅니다.


408일 된 아가의 조그만 손이

꼬집듯 튀는 자유로운 필체에

선 하나, 꽃 하나를 남깁니다.


의도보다 자유가 먼저 그어지고
모양보다 빛이 먼저 내려앉은

그냥 ‘지금’을 남기는 예쁜 몸짓입니다.


꽃이 있으니

잎도 곁들여지면 좋겠다는

끝없고 부질없는 할미의 욕심은

초록색 펜 하나를 더 쥐줍니다.


“서안아, 여기 잎사귀—”


그러자, 아가의 작은 손끝에서

초록빛 잎사귀 하나가 돋아납니다.

아무 말 없이,
아무 망설임 없이.


꽃이 먼저였고
잎은 그 다음이라는 듯.


그렇게 캠핑의 마지막 순간은

또 하나의 색으로,
또 하나의 사랑으로

곱게 기록됩니다.


꽃분홍과 초록.

생후 408일의 자유로움이 남긴
거침없는 사랑의 흔적.


- Epilogue -


"이게 뭐냐?"

"뭐 하시는 거냐?"

지나던 이가 가던 길을 멈추고 묻습니다.


나는 그저 웃습니다.

낙서라고 불러도 좋고

놀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다만 오늘,

이 작은 여행의 한 귀퉁이에

오늘도 언제나처럼

우리만의 색을 더해

여행의 흔적을 남깁니다.


낙서처럼,

그러나, 사랑을 담아....


꽃이 아니라 색으로
기록이 아니라 너와 나의 온도로.
결과가 아니라 순간으로

오늘은 서안의 손끝에서 피어났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