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전략보다 더 깊은 감정으로 –
“여자”라는 말 앞에서
나는 평생 누군가의 딸이었고,
아내였고, 엄마였으며,
그리고 늘 ‘여자’였다.
그 어떤 역할보다도 선명하게,
그 이름으로 나를 규정당해왔다.
살아가는 내내
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었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내게 말했다.
“여자니까.”
“여자라서.”
“여자가 감히.”
그 말들 앞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포기하고,
얼마나 자주 침묵해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안의 인간을 버리지 않기 위해,
끝내 나를 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육십을 넘긴 지금,
비로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거리만큼
세상과 떨어져 서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묻는다.
나는 이제 자유로운가.
나는 지금,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글은
딸로, 여자로, 인간으로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이자,
그 모든 이름을 넘어
나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