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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Aug 15. 2020

학교에서는 안 가르치는 한국어와 영어의 결정적 차이점

어떤 분야든 큰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세부사항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억이 된다.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의 특징을 이해하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영어를 영어답게 쓸 수 있다. 같은 수준에 도착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구조적인 차이를 이해하면 공부는 빠르고 쉬워진다 (이미지 출처 : https://blockgeni.com) 



1. 문장성분 (Sentence Component)


한국어에서는 문장의 큰 뜻을 '조사'가 알려주고, 영어에서는 단어의 '순서'가 알려준다.


학교에서는 '이/가/은/는/을/를/에서/까지' 와 같은 조사를 'from/to/by/in/at/with' 등과 같은 전치사와 비교한다. 형태에 있어서는 조사와 전치사가 가장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는 조사의 뜻을 전치사가 대신한다. 하지만 문장의 핵심 의미와 관련해서, 한국어의 '조사'의 역할을 하는 것은 전치사가 아니라 어순이다. 쉽게 말해 한국어에서는 문장의 핵심 의미가 조사에 의해서 드러나고 영어에서는 어순을 통해서 드러난다.

'아빠가 나에게 컴퓨터를 사주셨어'라는 문장을 살펴보자. 누가 샀는지 (주어), 누구에게 사줬는지 (간접목적어), 무엇을 사줬는지 (직접목적어)를 알려주는 것은 바로 조사다. '아빠' 뒤에 있는 조사 '가'는 이 문장의 주어가 '아빠'라고 말해준다. 조사 '에게'는 아빠가 컴퓨터를 사준 대상이 '나'라는 걸 말해준다. 같은 방식으로 조사 '를'은 아빠가 구입한 대상이 '컴퓨터'라는 걸 알려준다.

이 문장을 영어로 바꾸면  'My daddy got me a computer' 다. 이 문장에는 한국어의 조사와 비교되는 전치사라곤 하나도 없다. 그럼 어떻게 문장의 주어와 목적어를 구별할 수 있느냐, 단어가 배열된 순서를 통해서다. 일반적인 영어 문장에서는 언제나 행위의 주체(주어)를 가장 먼저 배치하고, 그 다음에 주어의 행동을 의미하는 동사를 배치한다. 동사 다음에는 당연히 그 동사가 행해진 대상(목적어)을 배치하는데 지금처럼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줄 때는 '누구에게'가 먼저이고 '무엇을'에 해당하는 것을 그 다음에 배치한다. 

이 말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영어에서는 어순이 바뀌면 뜻이 바뀌지만 한국어에서는 어순이 바뀌어도 뜻은 안 바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빠가 나에게 컴퓨터를 사주셨어'라는 말을 '컴퓨터를 아빠가 나에게 사주셨어'라고 말하면 좀 어색하긴 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어차피 한국어에서 단어의 역할을 알려주는 것은 어순이 아니라 조사이기 때문에, 조사가 같은 단어에 붙는 한 뜻에는 변화가 없다. 영어는 반대다. 어순이 변하면 뜻은 완전히 달라진다. 'A computer got my daddy me' 라고 쓰면 '컴퓨터는 나를 아버지에게 사줬다'는 이상한 뜻이 된다. 


2. 주어의 생략 (Subject)


한국어에서는 문장의 '주어'가 매우 흔하게 생략되고, 영어 문장에서는 주어가 꼭 필요하다. 영어에서는 형식적인 주어도 있을 만큼 문장의 필수 요소다.

'추운데 문 좀 닫아줄래?' 이 문장은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고, 이 말을 들은 한국인 중에 무슨 뜻인지 몰라서 헷갈릴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무장에는 두 개의 주어가 있는데, 모두 생략되어 있다. 추운 것은 '나'이고 문을 닫는 것은 '너'다. 만약 이 문장을 영어식으로 쓴다면 '(내가) 추운데, (네가) 문 좀 닫아줄래?' 정도가 된다. 

이 문장을 영어로 쓰면 'I feel cold, so would you please close the door?' 이다. 한국어 문장에 생략된 주어를 찾아서 꼭 넣어주어야 한다. 간혹 한영 번역에서 단어는 쉬운데 영어로 번역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한국어의 생략된 주어가 애매하거나 주어의 호응이 맞지 않는 경우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든,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이든 두 언어의 이 차이를 이해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3. 강세의 중요성 (Stress)


한국어에서는 소리가 발음의 전부이고, 영어에서는 강세가 발음보다 더 중요하다. 강세에 의해서 발음이 결정되기도 한다. 


한국어의 '성실'은 [성-실]로 읽든 [성실-]로 읽든 성실이다. 발음이 같은 한 강세나 길이를 다르게 했다고 해서 다른 단어로 오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영어에서 'diligent' 는 강세를 앞에 두어 [딜-리젼ㅌ]로 읽어야만 한다. 만약 강세를 뒤에 두거나 아예 없애버리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듣기에 매우 어색하거나 잘 못알아 들을 수도 있다. 영어에서 강세는 옵션이 아니라 발음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중국어에서 같은 발음도 성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뜻이 되는 것처럼, 영어에서도 강세가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발음이 된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에는 실제로 강세를 포함해서 발음을 해 보면서 단어를 익혀야 한다.

한가지 더! 영어공부를 오래 한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알고 있겠지만, 영어 단어에서는 강세가 있는 모음만 원래의 음가로 발음되고, 그 외에는 [어/오/아]가 섞인 애매한 [ㅓ] 발음으로 애매하게 발음된다. 예를 들어, diligent 의 경우 강세가 앞의 [i] 에 있어서, [딜]만 확실하게 발음해 주고, 나머지 모음은 [어/오/아]가 뭉개진 [ㅓ] 발음으로 해도 문제가 없다. 실제로 diligent 는 [딜-러전ㅌ] 로 들린다. 만약 강세가 뒤의 [i]에 있었다면 이 단어의 발음은 [덜리-전ㅌ]로 들렸을 거다.


4. 복수형 (plural form)


한국어에서는 단수와 복수의 개념이 혼용되지만 않지만, 영어에서는 엄격하게 구분한다. 


교실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있는 상황을 한국어로는 '교실에 학생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생'에 붙인 '들'이라는 복수형의 접미어를 떼고 '교실에 학생이 많다' 말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사실 많은 상황에서 한국어는 오히려 복수형 접미어를 떼어야 문장에 간결하고 자연스럽다. '어제 친구에게 많은 연필들을 줬어' '요즘 날들이 좋아'는 한국인들이 듣기에 뭔가 어색하다.

반면 영어에서는 복수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어가 나와 우리가 동일시되는 반면, 영어권 나라는 나와 우리를 분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주어가 복수면 많은 것들이 바뀐다. 'There are many students in the classroom' 이라는 문장을 'There is many student in the classroom' 이라고 쓰면 안된다. 의미 뿐 아니라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다. 복수의 개념은 한국어에서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영어를 배울 때 복수의 개념을 대충 흘려버리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5. 어순 (Word Order)


한국어에서는 핵심 요소를 수식어 뒤로 보내서 청자의 충격을 줄이고, 영어에서는 핵심 요소를 먼저 말해서 오해를 줄인다. 


한국어에서는 핵심 요소를 말하기 전에 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앞에서 늘어놓는다. 마치 수수께끼 게임을 하듯이 앞의 힌트를 통해서 핵심 요소를 추론하게 만든다. '나는 어제 오픈한 영화관에서 친구들이 추천한 영화를 봤어'라는 문장을 보자. 이 문장의 핵심 결론은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이다. '어제 오픈한' 이라든가 '친구들이 추천한'이란 문장은 부수적인 정보다. 한국어에서는 수식어에 해당하는 이런 부수적인 정보를 수식받는 단어의 앞에 위치시킨다. 그래서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이 문장을 영어로 옮기면 'I watched the movie my friends recommended at the theater which opened yesterday'다. 문장의 핵심 정보는 결국 'I watched the movie at the theater' 인데, the movie 와 the theater 를 보충해서 설명하는 'my friends recommended' 나 'which opened yesterday'는 각각 핵심 정보의 뒤에 부록처럼 붙어있다. 즉, 중요한 걸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관련된 부가정보를 뒤에 붙이는 식이다. 

우선 핵심을 먼저 말하고, 뒤에 부가적인 정보를 말하는 영어의 특성은 글을 쓸 때도 자주 적용된다. 영어 라이팅에서는 서두에 글 전체의 핵심 문장을 먼저 말하고 설명을 시작한다. 각 문단에서도 문단의 핵심 문장을 서두에 쓰고 문단을 풀어간다. 대학에서 2년 간 들었던 영어 라이팅 수업에서 이런 방식의 전개는 정석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영어에서는 중요한 것을 먼저 말하는 것을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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