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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Apr 16. 2017

스마트오피스는 대체 뭐가 다른 걸까?

스마트오피스를 구현하는 몇 가지 검증된 방법들

6-7년 전, 스마트워크에 관심있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IT기기였다. 직원들에게 최신 스마트폰과 타블렛을 나눠주는 회사도 있었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화상회의실을 만드는 회사도 있었다. "스마트워크 = 스마트한 IT기기를 사무실에 도입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정말 많았다. '스마트워크'라는 조류를 타고 매출을 올리려는 IT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회사들의 입김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몇 년을 못가고 금세 꺾였다. 최신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있어도, 그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스마트하게 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우리 팀은 전자결제를 올린 후 따로 종이결제를 또 받아야 해요" "화상 회의실을 만들었지만 한 달에 한 번도 안 써요" 빨라진 인터넷과 IT기기의 발전이 스마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 건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스마트워크는 아니라는 걸 우리는 긴 시간의 경험을 통해 학습했다. 


왜 IT 인프라가 먼저였을까?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는 데 있어 대부분의 기업이 IT를 제일 먼저 고려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스마트워크를 이루는 많은 요소들 -  IT인프라, 업무환경(사무실), 제도와 시스템, 마인드셋 - 중에 가장 빠르게 도입이 가능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일단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궁극적으로 살을 빼려면 꾸준히 운동하고 비만을 부르는 식습관을 제거해야 하지만, 그 보다는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 끼니 거르기부터 시작한다. 물론 끼니를 거르면 몸만 해친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IT인프라 구축이 스마트워크의 흔한 첫 시도였다면 그 다음은 업무환경에 변화를 주는 일, 즉 스마트오피스 구축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도와 시스템을 건드리거나 마인드셋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사무실을 바꾸는 것이 더 쉽고 눈에도 잘 띄기 때문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고, 외부인이 보기엔 가시적인 변화가 확 느껴지는 부문이다.  


강조하지만, 나는 스마트오피스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사무실의 변화를 환영하며, 업무공간을 통해 스마트워크를 촉진하는 역할에서 내 전문성을 찾고 있다. 오히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메세지는 이거다. IT기기의 도입에 이어 스마트오피스로의 변화는 인간이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서라는 점.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나면 궁극적으로는 일과 직장에 대한 마인드셋의 변화도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스마트오피스 구축에 대해서 너무 큰 기대를 걸 이유도 없지만, 아무 의미없는 시도로 폄하할 이유도 없다. 크게 보면 우리는 진정한 스마트워크로 가는 그 과정상에 있다.



사무실의 역사 


영국 스완지 대학의 휴보웬 교수에 의하면, 업무를 주 용도로 하는 지금과 같은 사무실은 1729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 건물이 그 시작이다. 그 전까지는 거리에 즐비한 커피하우스에 모여서 일을 하곤 했다. 동인도 회사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 무역을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서류를 다뤄야 했는데, 서류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한 장소에 온갖 서류를 보관하고, 사람들을 그 장소로 오도록 한 것이 '사무실'의 시작이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우편물을 한번 보내면 최소 3개월에서 8개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우편업무를 하기 위해서도 사무실이 필요했다. 


최초의 업무용 사무실을 만든 동인도회사 (East India House | 출처: REX-FEATURES)


사무실의 이런 기능은 최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과 IT기기들이 일상화되기 이전인 1980년대 이전의 사무실은 업무에 필요한 사무기기와 서류들을 보관하는 곳으로서 그 역할이 컸다. 일을 할 수 있는 설비와 서류가 모두 사무실에 있으니, 사무실이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즉, '일을 하러 간다'는 말은 '사무실에 출근한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거대한 기계가 있는 공장이나 고가의 연구설비가 있는 연구실로 출근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노트보다 더 가벼운 노트북과 최신 스마트폰을 기본으로 구비하고 있다. 사무실이 아니라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공항에서도, 심지어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도 업무가 가능하다. 우편물을 하나 보내는 데 빨라야 3개월이 걸리던 시절과는 달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메일 하나 보내는 데도 클릭 한번이면 된다. 처음 사무실이 만들어졌던 이유, 일을 하기 위해서 사무실로 출근해야 했던 이유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인터넷과 IT기기의 발전 덕분에!

그렇다면 사무실은 필요가 없어진 것일까?
대답은  Yes & No 다. 

인터넷과 IT기기의 보급되기 전까지의 사무실의 기능


과거의 기능을 하던 사무실은 분명 필요가 없어졌다. 회사마다 시차는 있지만 온라인 보고서니, 페이퍼리스(Paperless)니 해서 일에 필요한 서류는 죄다 온라인 상의 클라우드로 옮겨지고 있으며, 메일은 모두 e메일로 처리된 지 수년째다. 서류와 업무기기의 보관장소이자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서의 사무실은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워크 시대 사무실의 기능


대신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기 좋은 공간으로서의 사무실이 필요해졌다. 과거처럼 장시간 열심히 일하기만 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시대의 직장인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회사 내.외부의 사람들과 협업이 가능하고, 나아가서는 조직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공간 말이다. 이렇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사무실을 우리는 스마트오피스(Smart Office)라고 부른다. 



스마트 오피스의 조건


스마트 오피스를 이야기할 때 함께 언급되는 개념이 바로 '애자일 워킹(Agile Working)'이다. 애자일 워킹이란 산업군과 직군을 막론하고 변화 속도가 급증한 비지니스 환경 속에서 조직과 그 안의 직원들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업무 방식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고 생산성이 높은 환경(Flexible & Productive Environment)'을 구현하는 것은 스마트오피스의 큰 방향 중 하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업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물론 산업군과 직군에 따라 그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미 경험적으로 검증된 방법들은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해 본다.   


애자일 워킹을 기반으로 설계된 스마트오피스의 예


(1) Activity-based Working Area | 다양한 업무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업무환경


일의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나면서 한 사람이 해야할 일의 종류도 그만큼 많아졌다. 일의 종류만 늘어난 게 아니라 협업할 사람들이 수도 늘어났다. 아침에는 전화와 메신저로 관계자들과 연락을 하면서 미팅 스케줄을 잡아야 하고, 낮에는 사무실로 오기로 한 협력사와 한 시간 정도 미팅을 한다. 오후에는 며칠 후에 있을 발표를 위해 통계자료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써야하고, 퇴근 전에는 팀원들과 차를 마시며 15분 정도 업무 브리핑을 해야 한다. 


비슷한 일을 해도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환경이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업무에 따라 일을 하는 최적의 업무 공간이 다르다. 앞의 예를 빌리면, 오전에 스케줄링을 할 때는 통화소음이 부담스럽지 않은 오픈된 공간이 좋고, 협력사와 미팅을 할 때는 화이트보드가 설치된 소규모 미팅룸이 필요하다. 혼자 분석 보고서를 쓸 때는 소음과 시선이 차단된 독립공간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되고, 팀원들과의 티타임은 대여섯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석이 어울린다. 


이렇게 업무 자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업무 공간을 사무실 내에 마련하고, 직원들은 언제든지 원하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Activity-based Working Area' 의 정의다. 다시 말해, 기존의 직급 위주의 지정 좌석이 아니라, 업무내용 기반의 자율 좌석을 기반으로 하는 업무공간이다. 


인원과 집중도를 두 축으로 구분한 9가지 활동 기반의 업무공간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업무 공간은 인원(X축)과 집중도(Y축)라는 두 축에 따라 9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모든 업무공간을 갖추기는 어렵고, 업무 형태의 차이가 큰 5가지의 모드만 충족시켜 주더라도 왠만한 업무는 수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소음에 특히 민감한 전화통화를 위한 공간 하나만 추가하면 스마트오피스의 기본으로는 충분하다. 


다양한 업무 활동을 수용하는 6가지 업무공간


그런데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공간을 선택하는 주체는 회사의 인사팀이나 팀장이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당사자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누가 어느 공간에서 일을 할 지는 전적으로 직원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스마트오피스를 주도한 팀이나 회사의 중앙부서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스마트워크를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전날 앉은 자리는 절대 앉지 말자'와 같은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는 성인이 된 직원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행위임과 동시에 '자율성'이라는 중요한 가치에 커다란 흠집을 내는 행위다. 


(2) Mobile Working Friendly Environment |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


여기서 '모바일' 이란 스마트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동 가능한 모든 디바이스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2017년 현재 실무의 중심인 Y세대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동성(mobility)인 만큼, 직원들이 회사 안팎 어디서든 손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여기서 '어디서든'이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인위적으로 나누거나 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내포하는데, 조금 과장해서 예를 들면 화장실이나 탕비실에서도 원하면 업무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업무환경을 지원하는 FMC (Fixed Mobile Convergence) 솔루션


이러한 모바일 업무환경에는 사내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무선인터넷과 전원 설비가 기본적으로 포함되며, 좀 더 적극적으로는 기존의 키폰 전화기 대신 개인 핸드폰에서도 사무실 번호로 통화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FMC (Fixed Mobile Convergence) 솔루션이 포함될 수 있다. 


FMC (Fixed Mobile Convergence) 시스템

외근이 잦은 영업 직종은 물론, 최근에는 외부와의 협업이 잦아지면서 영업팀 외 직원들도 근무시간에 사무실 밖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러가 보니 외근을 나가 있는 동안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옆자리에 앉은 직원이 대신 전화를 받게 되면서 은근한 업무 방해가 되기도 한다. 또 외근을 나가있는 동안 필요한 전화가 개인 휴대폰에서 통화가 이뤄지면서, 사무실 책상 위의 전화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수많은 케이블로 주변만 어지럽히는 경우가 많다.  

FMC 는 이런 비효율적인 업무환경을 개설해 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 직원들의 핸드폰에 앱 하나만 설치하면 핸드폰이 기존의 키폰 전화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FMC 시스템이 구축되면, 직원이 외근을 나간 경우에도 직통으로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화를 건 고객,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사무실 동료, 외근을 나간 직원 모두의 시간과 통화료가 절약된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만족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케이블이 달려있던 키폰 전화기가 데스크에서 사라지면서 업무 공간도 깔끔해진다.      

(출처: http://www.samsung.com/sec/business/network/publication/case-study/CaseStudy_Samsung-Electronics.pdf)


아래는 몇 달 전 직접 방문했던 네덜란드 대형 보험회사 A.S.R. 의 식당 사진이다. 약 20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식당 테이블 곳곳에 전원 아울렛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나는 사진을 찍느라 비어있는 공간을 일부러 찾았지만 식사 시간이 아닌 당시에도 여기에서 노트북을 들고 미팅이나 개인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꽤 있었다. 


네덜란드 보험회사 A.S.R. 의 모든 식당 테이블에 구비된 전원 아울렛


(3) Transparent & Open Working Space | 투명하고 개방적인 업무공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저서 <트러스트>에 의하면, 한 사회의 신뢰는 비용과 직결된다. 신뢰도가 낮은 사회는 거래비용이 높고, 기업 투자가 미약하고, 사회적 갈등이 많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 즉. 신뢰성이 낮은 사회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뤄야만 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저서 <트러스트>


이는 기업을 포함한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낮은 조직은 불필요한 갈등이 잦고, 서로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조직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책과 변화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불신이 팽배해 이를 완화하는데 많은 금전적.정신적 비용이 소모된다. 특히나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조직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지연되는 시간의 비용이 몇 배 더 커진다. 


결론적으로, 조직 내의 신뢰는 더 이상 개인적인 차원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 적극적으로 직원 간의 신뢰가 가능한 업무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신뢰의 기본은 바로 투명성과 익숙함이다. 쉽게 말해,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신뢰의 씨앗이 자란다는 의미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Fraunhofer IAO 연구소의 개방적인 사무실 구조


네덜란드의 스마트오피스에서 '투명성(transparency)'과 '오픈성(openness)'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무공간의 가시적인 개방성은 직원들 간의 심리적인 투명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팀의 동료가 고객사와 어떤 자료로 어떤 미팅을 하는지가 보이는 투명한 미팅룸, 팀장님의 노트북 화면도 보이는 오픈 데스크, 내가 일하지 않는 다른 층까지 보이는 아트리움 구조 등은 투명성과 개방성을 을 통해 조직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아트리움 구조 (Atrium Structure) 

아트리움(atrium) 혹은 중정식(中庭式) 구조라 불리는 이 방식은, 건물 중앙에 전층을 관통하는 안뜰을 만들고 맨 위에 투명한 지붕을 덮어 건물 전체의 개방감을 극대화한 건축 방식이다. 

스마트오피스 관점에서 아트리움 구조는 여러가지 이점을 갖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로 다른 층에 일하는 직원들도 서로 마주치게 해 줌으로서 간접적인 교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건물 전체에 자연광을 들이기 때문에 피로감을 높이는 인공적인 자극(형광등)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해 준다. 게다가 자연광이 건물 전체에 들어오니 에너지 절약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에는 이런 오픈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자기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내보이면 점차 직원들은 서로의 행동에 불필요한 관심을 끄고 결과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때 조직적으로도 명확한 업무목표와 기한을 기반으로 '성과중심 업무환경(Result-Only Work Environment)'을 도모한다면 그 적응 기간은 크게 단축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내 생각엔 투명성을 통해 조직의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과 정확히 반대되는 행위가 바로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숨기려고 보안필름을 붙이거나, 보안에 민감하지도 않은 미팅을 하면서도 미팅룸의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동료들조차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촘촘하게 파티션과 벽을 치거나, 노트북에서 카카오톡 채팅창을 투명하게 설정하고 몰래 메세지를 주고 받는 행동들이다. 이렇게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업무 행태 혹은 이런 행동을 유도하는 업무공간은 점차 사무실을 비밀스러운 곳으로 만들고, 공식적인 정보의 공신력을 부수고, 사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의존도를 높이고, 나아가서는 조직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4) Planned Circulation for Unplanned Interaction | 우연한 마주침이 일어나는 동선 


앞에서 조직 신뢰의 기본은 투명성(개방성)과 익숙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스마트오피스의 네번째 조건은 바로 직원간의 익숙함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우연한 마주침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동선을 기획하는 것이다. 좀 더 멋지게 표현하면 의도하지 않은 마주침을 의도하는 동선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연한 만남을 유도하는 사무실들


2015년 3월, 미국 멜론파크의 페이스북의 본사는 'MPK 20'라는 이름이 붙은 새 빌딩으로 본사를 확장했는데 이 빌딩은 무려 2,600여 명의 전직원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커다란 원룸이다. 이 공간에는 여러 개의 작은 그룹를 만들어 일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직원들이 언제든 서로 마주칠 수 있는 커다란 오픈 스페이스다. 특히나 캠퍼스 옥상에는 인공 숲길을 만들어 직원들이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만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미국 멜론파크 페이스북 캠퍼스 (출처 : https://youtu.be/mpTzC4zdAtQ)

  

산호세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 미국 본사의 경우, 건물의 각 층 사이에 야외 오픈 스페이스를 샌드위치처럼 끼워 넣어 전 직원, 특히 영업팀의 직원들과 엔지니어팀 직원들의 마주침을 설계했다. 이 오픈 스페이스에는 카페테리아는 물론 2-3명이 가볍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업무가 다른 팀원들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한다.

미국 산호세 삼성반도체 미국 본사 (Photo Courte NBBJ )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Tony Hsieh)의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에서 그가 내세운 핵심 가치 중 첫번째는 마주침(Collisions, Serendipitous Encounters)이었다.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몇 달 전의 리뷰 인터뷰에서도 토니는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다른 두 가치인 상호학습(Co-learning)과 연결(Connectedness) 보다 우연한 마주침(Collisions)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만든 자포스의 건물에는 직원들이 지역의 주민들과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공간적인 장치들이 많다. 예를 들면 라스베가스 본사의 주차장과 본관을 잇는 통로를 없애고 동선을 더 길게 만들었는데, 이는 직원들이 출퇵근을 할 때 한번이라도 더 지역주민들과 자주 마주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 자포스는 자사 로비의 기둥과 벽을 최소화함으로써 개방감이 극대화된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는 직원들이 로비에서 편안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짧은 대화를 나누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Photos by Peter Bohler | Josh Cochran


우연한 만남과 생산성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과학적인 증거들


직원의 우연한 만남과 생산성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면 그건 느낌일 뿐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우연한 만남과 생산성의 유의미한 관련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수차례 입증되었다. 오늘은 실제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에서 소개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몇 개 소개하려고 하는데, 참고로 이 실험은 수십개의 타겟 회사의 직원들에게 특수센서가 부착된 배지를 부착시켜서 얻은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 배지를 단 직원들이 전통적인 사무실과 새롭게 디자인된 사무실에서 각각 얼마나 자주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는지, 사무실의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또 어느 곳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등을 수치로 기록하여 분석한 결과다. 


 (출처 : http://www.cubic.co.uk)


■ Strategy Plus 라는 컨설팅 회사의 리서치에 의하면, 일반적인 기업의 사무실의 점유율(office utilization  rate)은 요일과 상관없이 42%를 넘어가지 않는다. 즉, 10개 중에 절반의 책상은 언제나 비어 있다는 의미다. 기업은 이 비어있는 공간을 없애서 비용 절감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만약 이 공간을 직원들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전반적인 매출 증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제약회사의 영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영업 직원과 다른 팀 직원과 교류가 10% 늘어나면 매출도 10%가 늘어났다. 이에 본격적인 매출 증가를 위해서 기존에 직원 6명당 한대씩 배정되어 있던 커피머신을 대대적으로 제거하고, 120명의 직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카페테리아를 만들었다. 대대적인 공간 리뉴얼이 끝난 지 1분기 후, 이 회사의 매출은 기존의 20%, 즉 2억 달러나 증가했다.  


■  직원 간의 교류는 직원 개인의 생산성 향상보다 훨씬 더 가치있다. 그 직원이 개인적인 경험과 학습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나 효율적인 업무방식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면, 공유한 직원 개인의 일시적인 생산성을 떨어질 수 있어도 (대화하느라 시간을 낭비했으니) 결국 팀 혹은 회사 전체의 생산성이 훨씬 높은 수치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 2011년에 Deskmag 에서 52개국 1,500명의 코워킹스페이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코워킹스페이스 이용자들의 75%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2013년 Emergent Research 에서 16만명의 코워킹스페이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다 최근의 대대적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하면서 수입이 늘어났다고 답변했다. 


■  직원 외의 사람들과의 교류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서로 다른 팀, 심지어는 서로 다른 회사가 함께 공유하는 업무 공간에서 직원들의 성과가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런 결과를 반영한 회사가 바로 네덜란드 유트레흐트에 위치한 보험회사 A.S.R. 이다. A.S.R 건물 1,2층에는 광활한 크기의 다양한 업무공간이 구비되어 있는데, 이 곳은 A.S.R 의 관계사 직원들은 물론이고 인근의 대학생들까지도 특별한 절차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2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와 휴게실 역시 모두에게 열려있다.   

네덜란드 유트레흐트에 위치한 보험회사 A.S.R. 1층 로비의 모습 



스마트오피스의 공간적인 요소는 사실 이 하나의 포스팅으로는 차고 넘칠 만큼 리서치와 사례가 많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스마트오피스가 구비해야 하는 검증된 요소들을 개괄적인 차원에서 알아봤다면, 다음 포스팅에서는 스마트오피스의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실제 도면을 통해 세밀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도면을 통해 작은 공간을 단위로 스마트워크의 적용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스마트오피스 구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참고문헌 | References

http://www.cnbc.com/2016/08/09/zappos-ceo-tony-hsieh-what-i-regret-about-pouring-350-million-into-las-vegas.html  
https://hbr.org/2014/10/workspaces-that-move-people
http://www.samsung.com/sec/business/network/publication/case-study/CaseStudy_Samsung-Electronic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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