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않았던 사람

그림자의 주인 1

by 도란



“넌 예쁘지 않으니까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



자라면서 자주 듣던 말이었다. 반듯하게 한 줄로 써놓고 보니, 이 말이 또박또박 더 심하게 느껴진다. 외모에 큰 관심이 없던 나조차 이런 말을 듣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 역시 스스로를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웃으면서 할 수 있을까? 속이 상했지만, 어른들이 하는 말에 괜히 토를 달아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아 그냥 넘겼다. 결국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부분만 새겨들었다. 공부를 좋아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중, 여고 시절, 친구들과 전속력으로 매점에 달려가서 간식을 나누어 먹고, 쪽지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아갔다.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실린 잡지와 엽서를 모으며 멀리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도 배웠다. 당면한 ‘입시’라는 큰 삶의 과제 앞에서, 정작 인생 전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은 적었다. 답 모를 질문들이 솟아오르면 애써 눌러두기도 했다. 그래도 얼굴만 마주 봐도 웃음이 나는 나이, 그 대책 없는 맑음 덕분에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느낄 때가 더 많았다.


학교 친구들과는 잘 어울렸다.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같은 배를 타고 나아가는, 서로를 의지하는 ‘동지’였다. 자주 싸워도 쉽게 화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자의 인생이 얼마나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갈지 나도 친구들도 그때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길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던 열아홉의 나는 수능 성적표를 받자마자 곧장 독서실에 등록했다. 점수가 목표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먼저 입학하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는 왠지 변절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졸업도 하기 전에 호기롭게 다시 수능 공부에 돌입했다.


다음 해 2월이 되자 나처럼 재수를 결심한 친구들이 하나둘 연락이 왔다. ‘한 해 더 힘내자’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우리는, 시내버스를 탈 때 어른 요금을 내야 할지, 학생 요금을 내야 할지 고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어도 대학생은 아니었으니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였다. 나는 그때 우리가 불발탄 같다고 생각했다.


재수학원 한 반에는 90여 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들뜬 마음 때문인지 빽빽한 교실은 늘 어수선했다. 초등학교 이후 남녀 합반은 처음이었다. 우리 반은 이과반이어서 여학생이 더 적었다. 예체능반에는 멋진 남학생들이 많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나는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을 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공부 외에는 다른 곳에 눈 돌릴 여유가 없었다.


우리 반 분위기가 유독 그랬을까? 학원에서 맺는 인간관계는 학교와 달랐다. 탐색이 끝나자 자주 앉는 자리를 중심으로 무리가 생겼지만, 친구라기보다는 같은 목적을 가진 ‘경쟁자’에 가까웠다. 그런 속내를 크게 드러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올해만 지나면 끝날 사이들이라는 생각을 너나없이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다시 보지 않기 위해서 각자의 목표에 충실했다. 내년에 또다시 여기서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곧 실패를 의미했으므로.



나도 물론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목표를 되새기고 공부에 열중하며 예쁘지 않은 나를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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