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속 시원해"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일흔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드디어 미루던 숙제를 끝내듯

소파와 텔레비전을 샀다.


남에게 쓸 돈은

퍼부어도 아깝지 않은데

왜 나에게는 각박하게 굴게 되는걸까,


나는 쓰는 법을 그렇게만 배웠었다.


얼마 전

내 이불, 내 침대를 들이고 나서야


내 물건, 내 소유를 겪어보고 나서야

그런 후련하고 뿌듯한 느낌을

알게되었다


정말 시원하게

고민 없는 소비.


나에게 오롯이 전가되는 건

책임 뿐이었는데

즐거움도 내가 100프로를

누릴 수 있다니,


속이 후련하고

뿌듯하고 서러워지면서도

시원하다.


아, 정말로.



-Ram


1.

이번에 MCO만 풀리면 머리 짧게 자르고 매직해야지!

MCO 때문에 헤어샵을 갈 수가 없으니 비자발적으로 머리를 길렀다.

이러다간 거지존도 넘어설 기세.

물론 테니스랑 러닝, 홈트 등 운동을 할 때는 머리를 바짝 묶는게 편하긴 한데..

그것 빼곤 머리 숱 많고 굵은 모발을 가진 나는 머리 감을 때도 피곤할 때가 종종 있다.

삼십 몇 년을 살면서 머리를 확 자르고 난 후

특히 머리 감을 때 가벼워짐과 속 시원함을 수차례 느낀 나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속 시원함을 느껴볼 예정이다.

MCO만 끝나면!


2.

영어에 대해선 언제쯤 속이 시원해질까. 언어는 평생이라고 하던데.



-Hee


시누이 같았던 그 친구의 잔소리에 꼬치꼬치 말대답하는 사람이 등장하자 그간 답답했던 묵은 속이 뻥 하고 뚫리는 것만 같았다. 그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렇게 뻥 뚫리는 속시원한 내 마음을 보니 나도 참 못된 구석이 있구나 싶었다.


아무리 시누이 같은 친구라지만 오랜시간 지내며 서로 못볼꼴 다 나눈 사이인데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도 들었는데, 이런게 한국문학에서 말하는 정(情)인가 싶기도 했다.


꼬치 꼬치 잔소리를 따박 따박 끊어내는 그 사람도 참 대단하고 인상깊다.



-Cheol


1.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술을 마시지도 않고 취미 생활도 모두 멈추었다. 코로나 탓에 별 수없이 멈추어진 것인지, 요즘은 뭘 해도 감흥이 잘 없어 스스로 멈춰버린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삶이 조금 더 건조하고 재미 없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밖에 나갈 일이 잘 없으니 일 년이 넘도록 속옷을 제하고는 티셔츠 한 벌도 사지 않았다고 말했더니 죽을 날을 준비하는 노인 같다는 말을 들었다. 종종 그림자같이 옅어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일찍 요절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 새삼 무섭게 느껴졌다. 몸은 현재를 살지만 내 영혼은 죄다 미래에만 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 없이 지낸다는 생각이 들자 전보다 더 간소해진 삶에 대한 만족감도 확연히 줄었다. 어딘지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이 해무처럼 뿌옇고 그득하게 몰려들었다.


2.

영혼이 되돌아오는 일은 의외로 단순한 일일지도 모른다. 막연한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오늘에만 몰두하는 일. 거센 파도 아래의 바닷물을 유유자적 유영하는 다이버처럼 오로지 오늘을 사는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 나의 일일 것이다. 오늘은 일단 낙동강변을 따라 조금 뛸 생각이다.



-Ho


2021년 2월 2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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