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서른 두 번째 주제
그와 나는 딱히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는 조금 냉정했고
돌아보면 때때로 다정했다.
솔직하게 내뱉는 말은
가시같이 날이 서있다가도
이내 그 존재를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서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그와 달리
주저하는 사람이었고,
새어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줄 몰랐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 순간을
지나고야 말았다.
찰나의 접점을 스친다면
그 많은 다른 점을 지나쳐도
결국 닿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시작된 모든 것들은
감정을 절박하게 만들고
애태우다가
그대로 불타버린다.
그와 나는 정말
닮은 구석이 없었으니깐
말이다.
-Ram
최근 그리 마음이 좋지만은 않은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무슨 경험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고, 어떤 것들을 더 느껴야 하는 것일까. 아침에 문득 한국 책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읽고만 싶다는 생각에 추운 겨울에 독립서점에서 산 책을 꺼내서 카페에 가져갔다. 작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도,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이번 시기에 굉장히 걸맞게 들리는 이야기라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았다. 그래 나도 어디론가 가고 있구나. 적어도 멈춰있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사람의 접점 끝에는 사랑만이 남는다. 손 끝에 남은 짠맛이 감정을 타고 흘러들어가, 상대방의 손 끝에 깊숙이 박히고, 나의 손톱 밑에도 정이 자라 싹튼다. 그것은 기어이 손톱을 뽑아 밀어낸다. 그리하면 맞닿은 부분이 떨어진 이후에도 싹은 자라나 꽃을 틔운다.
-소고
2022년 4월 1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