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들"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아흔 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글쎄.


그런게 가당키나 하겠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은

내 손을 떠나있다.


선선한 가을 바람도

엄마랑 걷던 흙내음의 산길도

아빠랑 걷던 짠내 가득한

바닷길도


전부 저 멀리에 있다.


그렇게

너랑 걷던 모든 길이 온통

떠나있다.


내가 먹지않던 커피를 좋아하게 된 것도

내가 듣지 않던 오래된 노래를 듣고

세상을 단호하게 보고,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는 법을

그렇게 배우고,


그런 모습이 모두 나에게서

떠나있다.


나는 요즈음 곧잘 화를 내고

불같이 짜증낸다.

잘 삐지고 토라지고

자꾸만 불행을 토해낸다.


내 삶은 잔뜩

내 것이 아니게 되버린 것 같다.


난 어떤 것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다.



-Ram


바람에 수천개의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새소리와 빗소리를 감상하는 것,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를 하염없이 감상하는 것, 오로지 하늘과 숲의 지평선을 보며 감탄하는 것,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 용기를 내어보는 것, 확신을 가져보는 것, 일단 길을 나서보는 것, 새로운 기분과 경험을 맘껏 즐기는 것, 나를 믿어보는 것, 온전한 행복을 찾(아 느끼)는 것.



-Hee


남미에는 가본 적도 없는 나지만 진짜 로컬에서 먹는 맛이 난다고 유명한 타코를 먹기 위해 을지로까지 가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 좁은 골목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뭔지 모르게 설레는 한편 이게 도대체가 맞는 일인가 싶었다. 더운데 참 고생 많다 싶은 사람들 사이에 똑같이 잔뜩 구겨진 얼굴로 서서, ’지나고 보면 이런 게 재밌다니까.‘ 말하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위스키와 lp를 사 모으고 유명하다는 베이글을 사러 새벽부터 일어나 차를 몬다. 얼마 안 가 버릴 것 같은 저질의 굳즈를 사러 집에서 한참 먼 곳까지도 다녀온다. 요즘 나는 예전에 내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스스럼없이 해낸다. 이 중에 내가 못 견딜 만큼 좋아서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하고 나면 재밌었다는 느낌이 잠시 들었다가, 내가 무엇엔가 휘둘리며 흔하고 뻔한 삶을 살고 있다는 무력감이 나를 짓누른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나날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유야무야 흘러만 가는 시간. 내가 자신있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오늘 저녁메뉴를 정하는 정도가 아닐까. 어느새 나는 내 한 몸도 건사할 수 없는 무지렁이가 되어가고 있다.



-Ho


모든 걸 통제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변수가 제일 싫었고, 다 계획대로 되어야 했다.

그렇게 안되는 게 당연한대, 그걸 싫어 했으니 마음이 편했을 리 없다.

홍콩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비 오는 여행이 될까 걱정되어서 홍콩 기상청 사이트에서 날씨를 확인할 정도였다.

오만했던 그 때가 지금은 귀엽게 느껴진다.


요가를 하면 자만심이 사라진다.

내 이 몸 하나도 마음대로 못하면서

뭘 그리 다 아는 척, 내가 다 맞다 생각하고, 다 컨트롤 하려고 했을까?


어느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제 변수는 또 다른 재미, 심지어 기회 라고도 느껴진다.


내 삶에 더 많은 변수가 생기기를.. 그 변수속에서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더 농밀한 삶을 살수 있기를.


유일하게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내 마음을 드려다 보자.

늘 웃으며, 감사하며.



-인이


2023년 6월 1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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