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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우 Jul 20. 2023

핼러윈 호박 직접 만들어 본 사람?

10월의 시작, 그리고 끝?

핼러윈 영화에서만 본 무서운 얼굴의 호박 랜턴.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플라스틱 호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핼러윈은 클래스가 달랐다. 호박밭에 직접 가서 가족 수만큼 예쁜 호박을 골라와 이틀 전쯤 직접 예쁘게, 아니 무섭게 꾸며 놓는 것이었다. Trick or treating, 그러니까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식으로 아이들이 간식 안 주면 장난칠 거예요 하고 귀여운 협박을 하는 전통은 보통 중학생 나이 정도에 서서히 그만둔 다고 한다. 더 나이 들어서는 부끄러워서 못한다고 케이티가 설명해 주었다. 


사실 나는 호박을 팔 생각이 없었으나, 내가 한 번도 제대로 된 미국식 핼러윈을 보낸 적 없다는 사실을 들킨 날, 꼼짝없이 가장 커다란 호박을 파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먼저 호박의 머리 뚜껑을 잘 따주고, 안에 든 내용물을 깔끔하게 긁어내야 한다. 호박 껍데기와 너무 가깝게 파내면 나중에 힘이 없어 흐물거리니 주의한다. 호박이 하도 커서 이 과정이 제일 고생이었다. 그다음엔 검은 마커로 원하는 디자인의 얼굴을 그려놓고 조각칼을 가져다 파낸다. Printmaking, 판화 수업을 들은 덕에 경력직의 여유로 깔끔하게 파냈다. 안에 가짜 촛불을 놓고 현관문 앞에 두면 완성이다. 


핼러윈 당일에는 아이들이 그 호박 랜턴들을 보고 초인종을 누른다. 그럼 미리 큰 바가지에 가득 채워둔 온갖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 주면 된다. 보통 띵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조용한 밤을 보내기는 글렀다는 뜻이지만, 우리 동네는 신기할 만큼 아이들이 적어서 괜찮았다. 그날 밤, 아이들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카이와 니아가 (레트리버답게) 좀 과하게 행복해하는 바람에 켄넬에 가뒀다가 심하게 삐졌던 게 기억에 남는다. 




핼러윈 행사는 미디어로 자주 접했던 문화인데도 현실에서 보니 확실히 느낌이 새로웠다. 한국과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싶은 문화가 많은데, 그런 문화를 경험하면 할수록 내가 얼마나 작은 곳에서 살았는지 실감이 났다. 남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쉽게 나누면서도 엄청나게 개인적이라든지, 공부에만 매진하면 오히려 잔소리를 듣는다던지, 신기한 차이가 많다.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나만의 영토 안에서만 살게 되면 딱 그만한 그릇의 사람이 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세상을 볼수록 내가 얼마나 조그만 사람인지 알게 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운다. 호박 랜턴을 만드는 법 같은 이런 배움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내가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다름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아직 등이 거의 없는 드레스를 보면 내가 다 민망하고, 기름진 미국식 요리만 먹고사는 건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9월 마지막 주의 홈커밍 파티에 대해 얘기하다가 왜 10월의 마지막 날인 핼러윈이 나오냐 하면, 10월에 그만큼 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 진도를 따라잡고 새로운 일상에 좀 적응이 된 것 같다 하고 숨을 돌리니 핼러윈이었다. 미국은 사실 9월에 홈커밍, 10월에 핼러윈, 11월에 추수감사절, 12월에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끝이다. 그럼 다음 이야기는 당연히 추수감사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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