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熱病)

두 손 모은 마음

by 시인 손락천

보경사 뒷산이 낙엽 떨굴 때

그 길에 섰던 나는

아쉽게도 미련을 다 떨구지 못하였다


걸어 컥컥거리던 숨에도

미련을 다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어느 날 길가에서 뜯은 이후로 책갈피가 되어 버린 네 잎 클로버처럼

마음이 아니 놓던 미신 같은 희망이 있어서였다


붉게 익을 수 있었다면 떨구었을

아니 그렇기에 떨굴 수 없었던

의미 없어 아팠던 꿈 말이다


- 손락천 시집 [꽃비]에서




가을의 보경사가 나에게 준 것은 풍광의 저릿한 아름다움만이 아니었다.

속 깊이 삼키어 돌아보라는 내밀한 음성이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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