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조팝나무
며칠을 비 쏟던 날에도
너는 그곳에 있었다
내가 잊었을 뿐
날씨 궂다고 떠난 적 없는 너는
동그랗게 햇볕 들던 날
조팝나무 가지에 흰 웃음을 걸었다
이다지 달랐다
더뎌도 아니 피운 채 떠나지 않는 너는
- 손락천
비가 오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봄은 날씨 궂다고 자리를 뜨지 않는다. 피울 꽃을 다 피운 이후에야 비로소 생명의 안착을 기꺼워하여 조금씩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들쑥날쑥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나에겐 너무 먼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