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뒤
뿌옇더니 다시 푸르렀다
나는 모순되게도
뿌연 하늘에 맑으라 억지 쓰다가
며칠을 그 열망에 앓다가
정작 먼지 구름 흩어 하늘빛 다시 찾던 날엔
즐거운 낯빛으로 하늘을 반겨주지 못했다
그러나
삶에서 희망은 언제나 오고 갔다고
그래서
기다리면 다시 올 맑음이었다고
그리 말하지는 않으리라
다만
오라 한 적 없어 선한 것을 바랄 수도 없었지만
찾아든 것이 희뿌연 해악이어서
가라 하여 물러간 해악인 것도 아니어서
들어선 맑음에 안도하였어도
그건 그저 맑음을 맞음이 아니라 흐림을 버림이었다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