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어제 저녁엔 열심히 삼계탕을 뜯느라 일기를 깜빡해 버렸다.
그래서 하루 늦은 일기.
같이 일하기 껄끄러운 사람과 사무실에 남았다.
일의 분야가 달라 사무실에 잘 오지 않는데,
요즘 종종 오는 걸 보면, 사장님에게 한소리 들은 듯.
그 사람의 상식은 많은 이들과 다르다.
하지만 늘 자신이 옳다 믿으며 짜증을 배설한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거나 각 업계의 상담사들이
주요 희생양.
나도 몇 번 당해보고.
그만두겠다 했더니 사장님이 그 사람 말은 무시하고
버텨보랬다.
누군가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건 억울하지 않냐며.
그러다 그 사람과 한 직원이 언쟁하는 걸 봤다.
급기야 직원이 그 사람에게 언성을 높였고,
그 사람은 손을 덜덜 떨면서도 직원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자극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조롱이 시연되는 듯이.
직원은 그 자리에서 사표를 던지고 가버렸다.
상처받기 싫어 먼저 상대에게 상처를 내다가
상처받으면 이렇게 대응을 하나보다.
직원들과 싸웠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그 후, 나도 두어 번을 싸웠다.
역시나 그 사람의 조롱이 시작됐고
나는 그동안 참았던 소리를 질러줬다.
그리고, 미친년이 되어줬다.
그 후로는 내 눈을 피한다.
물론, 내 일에 간섭하지도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히고
비상식은 비상식으로 이겨내는 것.
이런 과정을 겪는 2년 동안,
배운 것도 많다.
조직에서 공공의 적이 필요한 이유,
상대의 호의에 쉽게 말문을 트면 안 되는 이유 등.
이제는 그 사람과 둘이 사무실에 남아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덕분에 내 마음도 많이 단단해지고,
그 사람이 공공의 적을 자처한 덕분에
다른 직원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