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8

감사일기

by 심쓴삘

어제 저녁엔 열심히 삼계탕을 뜯느라 일기를 깜빡해 버렸다.

그래서 하루 늦은 일기.




같이 일하기 껄끄러운 사람과 사무실에 남았다.


일의 분야가 달라 사무실에 잘 오지 않는데,

요즘 종종 오는 걸 보면, 사장님에게 한소리 들은 듯.


그 사람의 상식은 많은 이들과 다르다.

하지만 늘 자신이 옳다 믿으며 짜증을 배설한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거나 각 업계의 상담사들이

주요 희생양.


나도 몇 번 당해보고.

그만두겠다 했더니 사장님이 그 사람 말은 무시하고

버텨보랬다.

누군가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건 억울하지 않냐며.


그러다 그 사람과 한 직원이 언쟁하는 걸 봤다.

급기야 직원이 그 사람에게 언성을 높였고,

그 사람은 손을 덜덜 떨면서도 직원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자극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조롱이 시연되는 듯이.

직원은 그 자리에서 사표를 던지고 가버렸다.

상처받기 싫어 먼저 상대에게 상처를 내다가

상처받으면 이렇게 대응을 하나보다.


직원들과 싸웠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그 후, 나도 두어 번을 싸웠다.

역시나 그 사람의 조롱이 시작됐고

나는 그동안 참았던 소리를 질러줬다.

그리고, 미친년이 되어줬다.

그 후로는 내 눈을 피한다.

물론, 내 일에 간섭하지도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히고

비상식은 비상식으로 이겨내는 것.


이런 과정을 겪는 2년 동안,

배운 것도 많다.

조직에서 공공의 적이 필요한 이유,

상대의 호의에 쉽게 말문을 트면 안 되는 이유 등.


이제는 그 사람과 둘이 사무실에 남아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덕분에 내 마음도 많이 단단해지고,

그 사람이 공공의 적을 자처한 덕분에

다른 직원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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