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30 - 정말 하찮은 의식의 흐름.

감사일기

by 심쓴삘

요즘 보는 미드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많은 부상자가 몰려든 응급실.

그중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의 환자가 들어오는데,

모든 정황이 그 병원 소속 전문의 같다.


동료들이 어떻게든 살려보려 하지만, 실패.

그때 마침 와이프가 등장한다.

딸뻘로 보이는 마네킹 같은 여성.


남편은 살아난다 해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는 말을 듣고는,

생명유지장치 제거를 부탁한다.

그 전문의는 지금의 와이프와 결혼한 지 몇 달 안 된 상황.

동료들은 딸이 올 때까지 결정을 미루라고 요청하지만,

와이프는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를 수상히 여긴 동료가 보험내역을 확인해 보니

막대한 사망보험금의 수혜자가 와이프다.


영화나 현실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라 이질감 없는 전개.


그런데, 그 전문의가 살아서 돌아온다.

비행기 시간을 바꿔서 그 비행기는 타지 않았다고.

와이프는 살아 돌아온 남편을 안고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마음이 찝찝한 동료는 그 전문의에게 있었던 일을 말해준다.

그러자 전문의가 말한다.


"알겠다. 그런 여자가 나 같은 남자와 살면 돈 때문일 테니까?

참고로 우리 관계에선 내가 눈요깃감이야.

맥스 아미노 프로라고 들어봤어? 이 나라 헬스광들이 죄다 그걸 마셔.

우리 와이프가 개발했어.

그래, 떼돈 벌었지."


나에게는 나름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나의 확증편향이 참 가엽다. 쯧.


오늘 길에서 알록달록한 패딩을 입은 중년 여성을 봤다.

마침 근처에 시장도 있으니 거기서 사 입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 근처에 접촉사고가 나 있었고,

그 중년 여성은 고급외제차 운전석을 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 생각이란 것도 없이

"프라다 한정판인가?"

싶었다.

이런 아베마 같은 사고의 흐름을 가진 내가 또 가여웠다.

독서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내 의식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고 사는것보단,

하찮다는 걸 알고 노력할 수 있게 된 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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