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맞이하는 질문.
사춘기와 갱년기. 겪는 시기는 다르지만, 출발점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나는 누구인가?" 사춘기는 세상의 시선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시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은 많은데,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감정은 요동치고, 표현은 서툴다. 타인보다 내 마음이 먼저인 시기. 조용히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격렬하고 오래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자라온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란 사람, 억눌리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 마음의 흐름은 그렇게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 모든 사춘기의 뿌리는 같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 때, 그 사람의 사춘기는 시작된다. 한편, 갱년기는 중년 이후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시기다. 걸어온 길이 있고, 쌓아온 것도 많지만, 문득 존재가 가벼워진 듯한 감각이 들기 시작한다. 사회적 역할이 줄고, 더는 누군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느낌. 그 감정은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치열한 삶 속에서 가족과 공동체에 몰입했던 사람은 관계의 중심에서 점점 물러나며 공허함과 마주하게 된다. 그 안에서, 다시 떠오르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사춘기에는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이었고, 갱년기에는 어른으로 살아온 시간이 벅차다.
사춘기에는 막막한 미래 때문에 울었고, 갱년기에는 아득한 과거 때문에 눈물이 난다. 하지만 두 시기 모두, 삶의 전환점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래서 사춘기든 갱년기든,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제2의 인생. 혹은 새로운 삶의 국면. 무너짐과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춘기의 끝은 어른이 되는 것이고, 갱년기의 끝은 진짜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호칭이나 역할로 불리던 나를 벗어나 이제는 스스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나를 찾아 나선다.
사춘기엔 누군가의 사랑이 절실했지만, 갱년기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더 절실하다. 그래서 갱년기는 ‘두 번째 사춘기’라 불린다. 존재의 가치를 다시 묻는 사람은 언제나 성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어느 시기에도, 어느 계절에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