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희망 직업 조사.
내가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래희망은 단연 ‘과학자’였다. 과학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던 나이였지만, 많은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기보다는 새로운 걸 탐구하고 창조하는 일이란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창의의 영역에 있는 사람, 그래서 어린 마음에 희망처럼 보였던 건 아닐까.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어떨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였다.
눈에 들어온 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공통적으로 교사가 상위권이라는 사실이었다. 시대는 변했고, 예전처럼 교사에게 권위가 있던 시절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존경할 만한 존재로 여긴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였다.
요즘 우리는 ‘대체되지 않는 일을 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그 말이 현실로 이어지기 어렵다. 누군가 빠지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금세 채운다. 명함만 바뀌면 되는 자리가 대부분이니까.
나도 한때는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많았고, 내가 없어도 일은 잘만 돌아갔다. 스스로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대체되지 않는 일은 없지만, 대체되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의사든, 변호사든, 심지어 작가나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찾을 것이다.
그러니 직업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을 어떤 사람이 하느냐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AI가 수많은 직업을 대신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예외적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걸 넘어, 인성을 가르치고, 사람됨을 전하는 일. 그건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참된 ‘선생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교사는 직업군이라기보단, 하나의 존재 방식에 가깝다. 기술이나 수단이 아니라, 사람됨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 그게 진짜 선생님이 아닐까.
선생님이 대체될 수 없는 건,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사람이 전부이고, 사람이 경쟁력이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고,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 관계가 곧 나를 증명하고, 나를 성장시킨다.
『꿈과 돈』의 저자 니시노 아키히로는 그의 책 『혁명의 팡파르』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내 일로 삼는 일밖에 남지 않은 시대가 온다.” 이제는 직업이 아니라 이름으로 증명되는 시대다.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보다,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
직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은 대체될 수 없다. 그리고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그 일에 신뢰를 보낸다.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