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극약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나요?

희망의 증거를 심어두기.

by 더블와이파파

여름은 아이들에게 물놀이의 계절이다. 부모는 더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분주해진다.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뀌어 계곡으로 향하게 됐다. 원래는 일요일 계획이었지만, 토요일로 앞당겨진 탓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급히 식당을 겸한 계곡을 찾아봤다. 그런 곳이라면 조금 늦게 도착해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예약은 모두 마감이었다. 마지막 한 곳만 더 알아보고, 안 되면 포기하기로 했다. 다행히 한 팀의 예약이 취소되었고, 어렵사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식당을 통해 출입하는 구조였고, 인원도 제한돼 비교적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1~2살 아기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물속에서 뛰놀고 있었다. 물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고, 잠수도 하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계곡물은 차가웠다. 때때로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더위는 금세 사라졌다.


그런데, 신나게 놀던 둘째가 점점 떨기 시작했다. 혹시 춥진 않을까 걱정하던 찰나였다.

체온을 식히기 전에 물 밖으로 데려왔지만, 이미 한참 지난 뒤였다. 저녁 무렵, 아이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열은 계속 올랐고, 힘도 빠져 보였다.


체온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날 밤, 아내와 번갈아 아이 곁을 지켰고, 다음 날 아침,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픔보다 무서운 건 링거 주사였다.


예전 병원에서 주삿바늘이 잘못 들어가 두 번 찔렸던 기억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주사실 앞은 아이들 울음소리로 가득했고, 불안은 더욱 커졌다. 결국, 극약처방을 꺼냈다.


“이번에 주사 잘 맞고 나오면 뽑기 하나 하자.”

“그리고 링거 맞는 동안엔 아이패드 보여줄게.”

이런 방법이 늘 통하진 않지만, 지금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게 먼저였다. 다행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주사는 한 번에 끝났다. 울지 않았고,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치료가 끝난 뒤, 약속대로 뽑기와 아이패드를 함께했다.


그날 오후, 아이에게 물었다.


“아들, 아까 주사 안 무서웠지?”

“응, 아빠.”

“왜 그런 줄 알아?”

“잘 모르겠어.”

“아들 마음속에 좋은 생각을 많이 해서 그래.”

“무섭고 힘들 때는 좋은 일을 떠올려보는 거야.

곧 방학이라는 것,

다음 주엔 가족이랑 강원도 여행 간다는 것,

유치원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좋은 생각이 많아질수록, 무서움은 작아진단다.”



말을 하며 문득 깨달았다. 그 이야기는 아이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는 걸. 아이의 ‘무서움’은 어른에겐 ‘불안’이다. 어른에게도 뽑기 기계나 아이패드처럼 희망의 증거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명확한 꿈,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주저하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그때 멈추는 사람이 있고, 그래도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주저함에 맞서기 위해, 언젠가 닥칠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마음속에 단단한 꿈 하나는 꼭 품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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