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월요병이 있을까?

2부 : 그렇게 아빠가 되어갑니다.

by 더블와이파파

월요일이 싫은 이유가 뭘까?


"월요병을 치료하려면 일요일에 출근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도 가끔 월요일이 유난히 힘든 날이 있다. 딱히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도 아니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주말을 가족과 너무 행복하게 보냈기 때문일까?' 생각해 봐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아, 그냥 싫은 거구나." 괜히 이유를 붙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마음 관리라고 했다. 부모가 편안해야 아이도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주말이면 뭔가 특별한 걸 해야 한다는 강박에 아이들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지만, 정작 내 마음이 평온하지 않으면 그 순간이 온전히 행복할 수 없다. 오히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소중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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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월요병이 있을까? 있다.


"오늘이 토요일이야!"


아들이 일요일 밤마다 하는 말이다. 내일이 다시 일요일이 되길 바라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도록 강요(?)한다. "엄마, 내일도 일요일이야. 오늘이 토요일이야. 그러니까 내일도 유치원 안 가는 거야. 아빠도 회사 안 가는 거야. 우리 가족 다 같이 내일도 놀 거야!" 이 말을 들으면 웃음이 나면서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월요병은 어른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한다.


"맞아. 내일도 일요일이야. 그러니까 오늘 푹 자자. 내일 일요일에서 다시 만나자." 설득하기보다는, 그 순간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지켜주고 싶었다. 어차피 아침이 되면 현실을 받아들일 테니까. 그렇다면 그 전날 밤만큼은 기분 좋게 재워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시켰어!" 아이들의 월요병 사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평일 아침엔 깨워도 안 일어나서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은 다르다. 평일보다 한참 먼저 일어나 나를 찾아온다. "아들, 오늘 일요일이야. 더 자도 돼. 근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내 마음이 그래. 내 마음이 시켰어."


이 말이 너무 귀여웠다. 유치원을 안 가도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이 가벼워진 걸까? 아들은 책을 좋아한다. 일어나자마자 책을 본다. 가르친 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첫째가 어릴 땐 아침마다 TV를 틀어줬다. 아이를 깨우기 위해 TV를 유혹처럼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아침에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니, 아이도 책을 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주말 아침 TV가 사라졌다. 이 모든 게 아이 마음이 시킨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학창 시절, 소풍 가기 전날에는 설레서 일찍 깨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여행을 앞두고 며칠 동안 설렘에 들뜨기도 했다. 정작 여행 당일보다는 그 기대감이 더 행복했던 기억이 많다. 매일 그렇게 기대하면서 산다면, 일상도 더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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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3번 자고 만나자고 했어!"


이번에는 유치원 선생님과의 해프닝이다.

아들이 "월요일까지 유치원을 안 가도 된다"고 말했다. 아내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어서 다시 물어보니, 선생님이 "세 번 자고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세 번'을 토, 일, 월로 이해했고, 선생님은 금, 토, 일을 의미한 것이었다. "아들, 선생님이 말한 세 번에는 금요일 밤도 포함된 거야. 유치원이 월요일에 안 하면 엄마, 아빠한테도 미리 알려주셨을 거야." 하지만 아이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다. 논리로 설득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그냥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아들은 눈을 뜨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이유를 묻자 "유치원 가기 싫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땐 시간을 주는 게 답이다. 다행히 딸기 한 접시가 상황을 해결했다. 엄마가 슬며시 내민 딸기를 먹고 기분이 나아졌다. 이번엔 딸이 시무룩했다. 신학기가 되어 서먹서먹한 분위기 때문인지, 동생처럼 티를 내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듯했다. 학교 가는 길에 물었다.


아빠: 왜 표정이 안 좋아?

딸: 학교 가기 싫어.

아빠: 왜?

딸: 그냥 다 싫어.


아이도 시간이 필요한 걸 알기에, 나는 평소 해주던 말을 해줬다.

"아빠도 출근하기 싫고, 일요일 밤이 싫을 때가 있어. 근데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거야. 그럴 땐,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들을 떠올려 봐. 일요일 밤에 딸이랑 도란도란 나눴던 이야기, 다가오는 주말을 기대하는 마음, 내일 아침에 있을 즐거운 일들, 그리고 아빠가 가지고 있는 복권 한 장의 기쁨! 힘든 마음보다, 기쁜 생각을 먼저 해보자."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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