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그렇게 아빠가 되어갑니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평소에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성향이라, 1학년을 시작할 때부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부모가 걱정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밖에서 더 잘 지낸다"고들 했다. 실제로 다른 사람을 통해 본 우리 아이도 그런 모습이었다.
그날 나는 다른 일로 예민한 상태였다. 아이에게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면 안 됐는데, 사소한 짜증과 투정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말았다. 밤이 되어 아이와 나란히 누웠을 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먼저 말을 걸었다.
아빠: "아빠가 저녁에 미안했어. 딸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됐는데, 아빠 사과할게. 받아줄래?"
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번 사과했다.
아빠: "화나거나 섭섭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빠가 다시 한번 사과할게. 혹시 마음이 풀리면 아빠 손 한번 잡아줄래?"
딸은 여전히 조용했다. 나는 괜히 자책하며 조용히 딸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딸이 조용히 말을 걸었다.
딸: "아빠, 그런데 아이들이랑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아빠: "응? 갑자기 왜?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딸: "그런 건 아니고… 점심시간에 교실에 나 혼자 있었어."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학년 때 친한 친구들이 몇 명 있었지만, 2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이 되지 못했다.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져야 하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했다.
아빠: "그럼 점심 먹고 교실에서 뭐 했어?"
딸: "그냥 있었어. 아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랑 같이 놀 수 있어? 혼자 있는 건 좀 싫어."
아빠: "음… 아빠도 친구한테 먼저 말 거는 게 어려웠어. 그래서 아빠 같은 친구를 찾아봤어. 친구랑 놀고 싶은데 말을 못 하는 친구한테 먼저 다가갔거든. '우리 같이 놀래?' 하고 물어보면, 보통 그 친구도 좋아하더라고."
딸: "근데 혼자 있는 친구가 없어. 다들 운동장에 나가서 놀아."
아빠: "그럼 두세 명씩 있는 친구들한테 가서 같이 놀자고 해보면 어때?"
딸: "그건 좀 어려워. 아빠, 다른 방법은 없어?"
아빠: "음… 점심시간 전에, 쉬는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가까이 있는 친구한테 조금씩 말을 걸어 보면 어떨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노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거야. 아빠가 오늘 밤에 좀 더 생각해 볼게. 그러면 좋은 방법이 떠오를지도 몰라. 내일 아침에 다시 이야기해 보자."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활발하게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릴 거라는 걸 알지만, 지금 우리 딸에게 필요한 건 "할 수 있다"는 용기였다. 그리고 곁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빠가 필요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