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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와 행복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난 요즘 이 노래 다시 많이 들어.’

외국인 친구에게 나는 루시드폴의 ‘고등어’를 알려줬다. 메인스트림 차트의 곡들만 접하다 보면 한국에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곡들만 있는 줄 알지도 모르니까.

‘I know this song - thought it was pretty sad.. the lyrics.’

난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집중하는 편이 아니므로 ‘고등어’의 가사가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했다. 최근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가 바닷가에서 윤아에게 불러주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다시 찾아 듣게 되었던 이 곡은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부분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더 신경 써서 들어 본 ‘고등어’는 확실히 슬픈 곡이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 동안 내가 지켜온
수 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전체적인 내용은 슬프고, 때때로 가슴 아프고, 조금 웃기기도 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 복잡하게 행복해진다고 할까? 그런데, 이 부분은 너무 슬프다.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끔 맑은 날 바람이 살랑 불면 고개를 들고 숨을 들이마시며 잠깐 눈을 감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고등어는 그럴 수 없다. 키스할 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봐야만 한다. 민망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강풍이 얼굴 앞으로 불어와도 눈물을 흘리며 마주해야 하고, 생일에도 ‘자 이제 눈을 떠도 돼’ 이런 서프라이즈 파티는 꿈도 못 꾼다. 무엇보다도 매일 뜬눈으로 잠을 청해야 한다니,

눈꺼풀이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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