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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Aug 24. 2018

청소의 목적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무민' 음료수 뚜껑

가끔 언젠가 구입했던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하던 것을 멈추고 그것을 찾기 위해 방을 뒤집는데 - 자랑은 아니지만 - 대부분은 결국 찾게 되고 만다. 왜냐하면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


다시 찾고 싶어지는 건 오래된 디바이스들인 경우가 많은데, 일단 찾고 나면 충전도 해주고 펌웨어나 소프트웨어도 업데이트해 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충전 막대기가 차오르거나, 업그레이드 프로그래스 바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는 거. 마치 이제까지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중학생 교복을 입은 순간을 마주하는 기분이랄까? 물론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번 기기들을 소환시키면 '이렇게 유용한 걸 몇 달 동안 책상 속에 처박아 뒀다니' 하며 책상 위나 장식장 같은 눈에 뜨이는 곳에 놓아두게 된다.


그렇게 몇 주 지나고 나면 책상 위, 장식장 앞 혹은 방바닥이 이런저런 물건들로 수북해지고 마는데, 그때쯤이면 다시 청소가 하고 싶어 진다. 그 이유로 어제도 불현듯 청소가 하고 싶어졌다. 요즘은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라니 필요 없는 물건들은 좀 정리해볼까 싶어 담아 버릴 박스도 준비했더랬다. 그런데, 청소가 끝났는데도 박스에 담긴 물건은 하나도 없.음.


'방안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다시 반듯하게 쌓는 게 청소는 아닐 텐데...'


아니, 어쩌면 그게 청소 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던 물건들을 다시 원래 있었던 자리에 이전처럼 가지런히 놓아두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또 몇 달이 지나면 다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겠지. 그건 틀림없다.

그렇게 청소 아니, 위치 재조정 작업 중에 발견한 음료수 뚜껑 위에 붙어있던 무민. 나는 이것조차 버리지 못했는데, 아마 누구라도 그랬을 거다. 저렇게 귀여운 게 쓰레기통에서 나를 올려다보게 한다? 에이 그건 너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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