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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Feb 15. 2020

사과하는 태도는 예의다


 ‘미안하다‘는 단지 한 단어이지만 
천 가지 행동에 맞서는 말이다. 
- 사라 오라클-         


  

 과거엔 길을 가며 서로 어깨를 부딪치거나 실수를 했을 때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도 사과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진 분위기다. 

고의가 아닌 실수나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어도 사과를 하는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져버린 것 같다. 사과를 하면 가해자가 되는 풍토가 야기 되어서 그런 것일까?      


특히 사과를 받지 못해 상처를 받는 일이 많은 곳 중 하나가 병원이 아닐까 싶다. 흔히 말해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이 사과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사과를 하는 순간 의료사고를 인정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던 직장에서 사고가 나도 마찬가지다. 보상은커녕 사과 한 마디 듣는 것이 쉽지 않다.      


가정이나 학교 역시 똑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신념과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치를 배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조차 사과하는 태도를 가르치지 않는다. 흔히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학교폭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분명히 한 학생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것은 사과해야 하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이 없다 말하며, 그들의 부모 역시 미안함을 모른다.       


왜 사람들은 사과를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일까? 아니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일까? 나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그런 풍토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만약, 당연히 미안하다를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이 자신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해 미안하단 말을 아끼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의료사고가 났을 경우, 의사들이 부담없이 사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과 법 (I’m sorry law)’이 있다. 이름만 들었을 땐 무슨 황당한 법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법이 있을까? 실수든 사고든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가슴 무너지는 일이 될 것인가.      


미국에 이런 법이 생긴 것을 보면 소송을 염려해 실수를 잡아떼고 보는 게 동서를 막론하고 관례인 모양이다. 그래서 이 법에는 의사의 사과가 법정에서 악용되지 않도록 면책 조항을 붙었다. 참 아이러니 하지만,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를 전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다.       


호주는 1998년부터 5월 26일을 ‘사과의 날(National Sorry Day)’로 정했다. 이게 무슨 기념일인지 궁금한가? 백인 정부가 원주민을 학살하고 문화를 말살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뜻에서 매년 정부가 원주민에게 사과하는 날이다. 특히, 원주민 아이들을 강제로 백인 가정에 입양시키고 키우게 했던 죄에 대해 사과하는 날이라고 한다. 미개한 원주민에게서 아이를 떼어내서 백인 가정에 입양시켜야 호주가 더 발전한다는 황당한 생각을 실행한 데에 대한 반성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사과의 날을 지정하는 시대에 도래했나보다.           




사과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웠던 것인가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 역시 쉽게 사과를 하지 못했던 과거들 그리

고 앞으로의 나의 태도에 미리 반성을 해본다. 자존심에 쑥스러움에 타이밍을 놓쳐서 사과를 하지 못했던 날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사과를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 역시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한 때, 일에 치여 피곤이 극에 달하면 나에게 밥은 먹었냐, 잠은 언제 자냐 물어보는 부모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찮아 짜증을 내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그 말을 내뱉고 바로 후회해 ‘짜증내서 미안해요’ 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말을 하는 게 어찌나 쑥스럽던지 괜히 다른 대화로 분위기를 바꾸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과를 했을 때 부모님께서 ‘괜찮아’ ‘일이 많아서 기분이 안 좋구나’ ‘그래도 짜증은 내지 말고 이야기 하면 좋겠어’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피곤하고 짜증나던 내 마음도 편안하게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그 뒤로는 실수를 하면 더 쉽게 사과를 할 수 있었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 상대방이 실수를 했을 때 제대로 된 사과를 한다면 불편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듯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마음에 담고 있었던 미안함이 있다면 지금 당장 사과를 전해봐라.      




사과 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신 전하는 이 글에 집중해라. 전문가들은 사과 할 때 다섯 가지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사과는 되도록 빨리 해라. 때를 놓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질 확률이 놓다. 사과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사과를 하려고 하는 순간 상대방의 마음은 이미 저 우주 밖으로 떠나 있을 수 있다.      


둘째, 솔직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 "미안해, 하지만…." 같은 괜한 변명을 늘여 놓거나 핑계를 대지 마라. 그렇다면 누가 그 사과가 진심이라 생각할까.      


셋째,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 사과를 하는데 장난으로 하거나 건성으로 한다면 그 누가 사과라고 생각하고 받아 줄까? 진정성 있는 마음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사과의 태도다.      


넷째, 다른 속셈을 보이지 마라. 사과 직후 다른 일을 해결하려고 들면 진심을 오해 받을 수 있다.      


다섯 째, 절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여줘라. 사과를 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말뿐인 사과라면 상대도 그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말로 꺼내는 게 너무나 어려운 상대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손 편지로 마음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편지에 마음을 담아 사과의 글을 쓴다면 상대도 당신을 오해하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사과할 행동을 하지 않도록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심하는 태도를 보여라. 먼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의 기분을 생각한다면 실수를 할 일도, 잘못을 저지를 일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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