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를 벗어나고 싶다

아니, Cottbus를 벗어나고 싶은건가?

by 양구

캠퍼스 바로 옆 2인용 기숙사에서 산지도 어언 1년. 사실 한국에 있었던 기간과 문화재 프로젝트를 위해 떠나 있던 한 달을 빼면 실거주한지는 6개월 정도 되었다. 2017년부터 독일과 한국을 왔다갔다하며 역마살이 낀 생활을 해왔다. 같은 집에서 제일 오래 머문 적이 보훔의 사립 학생 플랫에서의 9개월 반 정도였으니 진득히 1년 이상 한 곳에 발붙여 본 적이 없는 셈이다.


콧부스 기숙사에는 2019년 9월 말쯤 입주를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딱 1년만 살고 이집트로 교환학기를 가려는 계획이 있어서 인테리어고 방꾸미기고 개나 주고 태초의 모습 그대로 벽에 사진 한 장 붙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에 발이 묶여있는 통에 2월부터 5개월 간 집을 비우고, 또 다시 8월 한 달을 문화재 보수 활동을 하며 타지에서 보냈다. 그 동안 이집트계획은 당연히 무산되었고, 모든 3학기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오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이집트에서 살아보기가 무산된 후 '앞으로 거처할 곳'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애당초 기숙사에는 큰 애정이 없었고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된 마당에 굳이 캠퍼스 근처에 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베를린으로 같이 이사를 가자는 얘기도 나누어봤지만 집세가 너무 비쌀 뿐더러 그 곳에 정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그 계획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학생이 일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인 주 20시간을 풀로 채워 일을 해도 비싼 집세, 보험료 때문에 베를린에서 살기는 팍팍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베를린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월세 책정을 2013년도 수준으로 내리라는 조례가 생겨 그에 반발하는 집주인들이 방을 새로 세놓고 있지 않다.


나는 왜 기숙사에 정을 붙이지 못할까? 간단하게 장단점을 정리해보았다.


장: 1. 저렴한 집세: 가장 큰 장점. 2인용이 한 달에 205유로 (1인 1실, 부엌과 화장실은 공유)

2. 나름 큰 방: 20제곱 미터 정도 되는 크기. 방 안에서 간단한 홈트레이닝이나 요가를 하기엔 충분하다.

3. 필요한 가구 모두 구비: 추가로 가구를 살 필요 없이 모든 짐들을 수납할 수 있다.

4. 유연한 취소 정책: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면 한 달 전에만 관리인과 사무실에 통보하면 된다.


단: 1. 닭장같은 건물: 저비용 고효율의 법칙을 따라 네모난 건물에 최대한 많은 이들을 입주시키려다보니 한 마디로 좁은 회색빛 닭장같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창문과 문들을 보면 내 마음이 다 답답하고 우울해진다.

2. 방음 시설 전무: 언제나 생생한 사운드를 제공 :) 룸메이트가 통화하는 소리는 물론이고 밖에서 대화하는 소리까지 매일 즐길 수 있다. 시끄러운 이웃을 만난다면 그것은 불운한 당신의 죄...

3. 열악한 부엌: 그저 슬프다. 식기세척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오븐과 냉동실이 없는 부엌이라니... 게다가 4구가 아닌 2구 전자레인지뿐...

4. 이유를 알 수 없는 요상한 냄새: 싸구려 자재를 쓴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입구에 들어서면 알 수 없는 구린 냄새가 난다. 향초와 방향제를 사용해도 그 때뿐, 냄새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5. 위생관념이 다른 룸메이트: 정말 좋은 친구지만, 한국인의 위생관념을 따라잡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사람.... 나름 노력한다고 하지만 늘 내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친구 ㅠㅠ...


장점에 비해 확실히 단점이 크리티컬하긴 하다. 콧부스에서 플랫쉐어를 구해보려고도 하지만 이사 비수기에 코로나까지 겹쳐서 새로운 매물이 나오질 않는다. 우선은 계속 알아보며 기숙사에서 '존버'하는 수 밖엔... 언젠가는 회색빛 닭장에서 벗어나 활기차고 따뜻한 나만의 공간에서 제발 1년 이상 뿌리내리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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