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사실 내 성격이 그리 감성적이지도 않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타입도 아니기에 타향 살이를 하며 특별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거나 밤마다 베갯잇을 눈물로 적신 적은 없다. 물론 가끔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지칠 때, 정다운 가족의 모습을 미디어에서 볼 때 문득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특히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나 가족들 생일 때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데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항상 응원해주고 믿어주어 고마운 마음, 마음을 전달하는 물질적인 무언가를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 한국에 있는 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이 나도 모르게 물 밀듯이 밀려온다.
작년 어버이날엔 코로나 덕분에(?) 한국에 생각보다 오랜 기간 머무른 탓에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었다. 나이가 거진 서른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불안정한 딸은 부모님께 두툼한 용돈 봉투를 쥐어드리진 못했다. 대신 수제로 만든 카네이션을 곁들인 캘리그라피 액자와 평소에는 상에 잘 올라가지 않는 특별식을 요리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때깔 고운 생화 바구니나 오만원 권이 잔뜩 들어 있는 용돈 박스를 선물해드리지는 못했지만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뒤로 하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 어버이날엔 한국에 있을 거라고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았고 일과 논문, 그리고 코로나 시국에 치여 이미 4월 말부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감사의 달인 5월이 다가오자 부담감이 커졌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 쪽엔 관심을 두지 않았고 4월 마지막 주는 그렇게 휙 지나가 버렸다. 5월 첫째 주가 되어서야 선물은 무엇을 보낼 지, 카드는 어떻게 보낼 지 서둘러 알아보았지만 역시나 배송이 밀려 둘째 주가 되어야 도착한다는 업체들의 공고가 상품 설명 페이지 상단을 채웠다. 결국 인터넷 우체국을 통해 보낸 카드는 다음 주 월요일이나 되어야 도착할 모양이고, 맞춤 제작한 키링은 제작 중에 있다는 메시지만을 남기고 발송 예정일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하여 전날 급하게 보낸 앙금 절편이 어버이날 당일에 도착하여 구색을 갖췄다.
동생과 나 모두 집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언제 다시 우리 네 가족이 모일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2017년 이후로 사실 온 가족이 뭉쳤던 적이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앞으로도 우리가 집에 돌아가지 않는 한 모두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100회도 안 될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 소중함을 알게 되고 더 애틋해진다는 말을 깊이 공감하며 오늘따라 더 헛헛한 마음을 차 한 잔으로 달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