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재밌네..
오랜만에 이어폰 없이 외출했다.
늘 지하철에서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지겨운 시간을 어떻게 달랠까 고민하다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봤다.
수많은 책 중에서
<강원국의 글쓰기>를 골랐다.
읽다 보니 금세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했다.
유튜브 영상만큼이나 책도 충분히 재밌음을 깨달았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따라 내린 초등학생들의 소리가 들린다.
매일 교실에서 듣는 소리지만, 밖에서 들으니 새롭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아이들.
한 아이는 지하철 안내음을 따라 한다.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습니다.”
다른 아이가 디테일 하나를 추가한다.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별 것도 아닌데 깔깔대며 즐거워한다.
그들에겐 대화 자체가 놀이다.
환승하는 역은 지상에 있어 추웠다.
서류를 손에 든 아저씨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진짜!! 장갑을 안 가져와서 손 시려워 죽겠어!!”
화가 잔뜩 난 목소리와 달리 웃는 얼굴이다.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휴대폰 너머에서 무슨 대답을 들었는진 알 수 없다.
그는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아니, 뭐 내가 서류를 들고 가야 하는 줄 알았나?? 아 진짜 손 시려워 죽겠네.”
핫팩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없다.
이 색다른 순간을 잊기 전에 적어두느라
나도 손이 얼어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