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어폰 없는 외출

생각보다 재밌네..

by 비둘기

오랜만에 이어폰 없이 외출했다.

늘 지하철에서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지겨운 시간을 어떻게 달랠까 고민하다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봤다.

수많은 책 중에서

<강원국의 글쓰기>를 골랐다.

읽다 보니 금세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했다.

유튜브 영상만큼이나 책도 충분히 재밌음을 깨달았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따라 내린 초등학생들의 소리가 들린다.

매일 교실에서 듣는 소리지만, 밖에서 들으니 새롭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아이들.

한 아이는 지하철 안내음을 따라 한다.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습니다.”

다른 아이가 디테일 하나를 추가한다.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별 것도 아닌데 깔깔대며 즐거워한다.

그들에겐 대화 자체가 놀이다.



환승하는 역은 지상에 있어 추웠다.

서류를 손에 든 아저씨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진짜!! 장갑을 안 가져와서 손 시려워 죽겠어!!”

화가 잔뜩 난 목소리와 달리 웃는 얼굴이다.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휴대폰 너머에서 무슨 대답을 들었는진 알 수 없다.

그는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아니, 뭐 내가 서류를 들고 가야 하는 줄 알았나?? 아 진짜 손 시려워 죽겠네.”

핫팩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없다.

이 색다른 순간을 잊기 전에 적어두느라

나도 손이 얼어붙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지막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