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목동 일등학원. 촌스럽지만 직관적인 이름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학원이 생기고, 알게 모르게 사라지는 목동. 이곳에서 20년을 살아남은 학원이다. 물론 메가스터디나 시대 인재만큼 유명한 학원은 아니었지만, 목동 학생과 학부모라면 누구나 아는 학원이었다. 모든 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수능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대치동과 달리, 목동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내신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일등학원은 그 점을 강력하게 공략했다. 인근 학교의 시험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나올 문제를 예측했다. 수능 문제를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점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훔쳤다. 특히 중3, 고1 수학은 우리 학원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수많은 전교 1등을 배출했다.
원장은 영어 강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가 강사 생활을 그만두고 처음 차린 학원은 수학 학원이었다. 당연히 그는 수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수학 강사들을 뽑고 쪼아댈 뿐이다. 군대처럼 조인트를 까거나, 욕을 하진 않는다. 교육, 세미나 등의 다양한 이유를 대며 업무 시간 외에 강사들을 출근하게 한다. 그 시간은 월급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원장은 이렇게 무료로 트레이닝을 시켜주는 학원은 없다며 오히려 선심 쓰듯 말한다. 대부분 강사들은 학교가 끝나는 오후에 출근하지만, 우리 학원은 오전부터 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원장은 우리를 괴롭힌 내용을 하나하나 적어 블로그에 올린다.
-우리 학원은 선생님들도 시험을 보고 뽑습니다.
-우리 일등학원은 매주 월요일 오전, 강사 스피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등학원은 수업 중에 강사들의 스마트폰 휴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효과는 좋았다. 원장은 늘 새롭게 우릴 괴롭힐 수 없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학부모들은 강사를 괴롭히는 원장을 신뢰했다. 이 정도면 학생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 여겼다. 그렇게 작은 수학 학원으로 시작한 일등학원은 지금 목동에만 8관까지 있는 대형 학원이 되었다.
오늘은 직원회의가 있는 날이다. 이 또한 역시 근로 시간에 포함되진 않는다. 회의라고는 하지만 모든 강사들이 앉아 있을 뿐, 말을 하는 것은 오로지 원장이다. 나머지 강사들은 그저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학습 상태나 인근 학교의 중간고사 일정을 형식적으로 전달할 뿐이다. 원장도 주의 깊게 듣는 듯하지만,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 오직 자신의 수첩을 빤히 바라본다. 마침내 원장이 말할 차례가 되었다.
“선생님들 다들 정말 고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 학원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죠. 이제 우리 학원은 목동 최강의 학원이 될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정말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울트라 스터디? 강남 성공학원? 인터넷에 나오는 스타 강사보다 우리 선생님들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론이 길다는 건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원장은 결코 우릴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아니다. 사실 원장은 유명 스타 강사들에게 출강 요청을 한 적이 있다. 목동의 다른 대형 학원, 진리 학원에 유명 스타 강사들이 출강하면서 위기를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몸값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것까진 어떻게든 맞춰 줄 수 있었지만, 그들은 요구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다. 이날은 꼭 휴강해야 한다는 둥, 자신은 내신 대비 강의는 하지 않는다는 둥, 늘 갑이었던 원장은 자신들을 한순간에 을로 만드는 그들에게 정이 떨어졌다. 결국 스타 강사 출강은 무산되었다. 원장은 슬슬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우리 선생님들 스피치 교육이나 교재 연구하시는 모습들을 늘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잖아요. 그 블로그를 보고 우리 학원을 찾아왔다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요즘은 블로그보다 유튜브가 대세죠? 우리 학원 블로그도 방문자 수가 점점 줄더라고요. 선생님들 우리 유튜브 한 번 찍읍시다.”
영어과의 한 강사가 물었다.
“저희 수업을 찍어서 올린다는 건가요?”
원장은 답했다.
“수업을 찍으면 누가 보겠나요? 우린 좀 다른 방식으로 가지요. 강사들도 매달 시험을 보는 겁니다. 우리가 준비한 문제를 선생님들께서 받아서 풀고, 바로 돌아가며 풀이를 하면 됩니다. 우린 그 과정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릴 겁니다.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시니 그 정도는 쉽겠지요? 반응이 굉장히 좋을 겁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만이 섞인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진 않았다. 원장은 바로 이번 달부터 강사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회의를 마치고 집에 왔다.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학원 블로그엔 새로운 글이 올라와 있었다.
-목동 일등학원. 선생님들도 매달 시험 보는 학원!
‘참. 재빠르기도 하셔라.’ 생각하며 유튜브를 켰다. 평소 본 적도 없는 수학 강사들의 문제 풀이 동영상이 떴다. 이게 갑자기 왜 뜨는 걸까. 이제 나도 누군가의 화면에 이런 식으로 뜨게 될까? 내심 기대하며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아내는 누워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저번에 사준 스마트 워치. 잘 때도 차고 자는 게 좋대. 수면 중에 심박수를 분석해서 수면의 질을 알 수 있대.”
“그걸 알면 뭐 바뀌나?”
“우리 건강을 우리보다 잘 아는 주치의 한 명 생기는 거지.”
“얘가 뭘 알겠어. 그냥 장사치들이 만든 시계지.”
아내가 반박하려 하자, 나는 입술로 말을 막았다. 아내의 잠옷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세 개쯤 풀었을 때, 시계가 번쩍였다.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시계를 풀어 침대 밖으로 던졌다. 그 순간에도 액정이 깨질까 걱정되었다. 시계가 사뿐하게 떨어진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던졌다.